-구직자들 공채 폐지에 ‘매우 찬성’ 13%···‘매우 반대’ 12% 의견 팽팽
-취업전문가 "공채 폐지로 채용규모 줄어들고 중고신입 많아질 듯"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967년 창립 이후 꾸준히 진행해오던 공채 시스템을 내려놨다. 2008년 이후 연 2회 공채를 실시했던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 소식에 구직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공채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다른 기업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반응인 반면 반대 측은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업전문가들의 입장도 상반됐다. 한 취업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를 두고 기업 조직 문화를 없애고, 직무 중심 채용으로 변화하는 것이 긍정적 신호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구직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었다. 10대 그룹에서 첫 공채 폐지를 선언한 현대차그룹의 채용 시스템, 구직자들에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공채 폐지’, 구직자들 팽팽한 찬반 대립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에서는 구직자 1144명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 신입공채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구직자들은 공채 폐지에 대해 ‘매우 찬성(13%)’과 ‘찬성에 가까움(37%)’ 등 찬성 의견이 절반(50%)을 차지했고, ‘반대에 가까움(38%)’, ‘매우 반대(12%)’ 역시 50%를 차지해 찬반의견이 동률을 이뤘다.
찬성 의견을 낸 구직자들의 이유로는 ‘공채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구직대비를 할 수 있을 것(36%)’이 가장 높았으며, ‘연중 지원기회가 늘 것(28%)’, ‘공채보다 채용전형이 짧아 빠른 취업이 가능할 것(17%)’, ‘경쟁률이 줄어들 것(11%)’, ‘(본인 관련) 전공수요가 늘어나 유리할 것(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 이유로는 ‘채용규모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41%)’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어 ‘수시모집이라 일정 파악, 구직 대비가 전보다 어려울 것(29%)’, ‘수요가 있는 일부 직무에 대해서만 뽑을 것(22%)’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채용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음’, ‘중고신입을 뽑고 그냥 신입은 입사하기 힘들 것’ 등의 의견이 나타났다.
구직자들은 공채 중심의 채용을 고집했던 대기업의 갑작스런 채용 시스템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가름이 서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룹공채를 고집하던 삼성그룹이 계열사 공채를 선언한 2017년 상반기에도 취업준비생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재계 1위 삼성의 그룹 공채 폐지 이후 타 대기업들이 삼성 시스템을 따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일각에서는 각 그룹사별로 운영되고 있는 공채 시스템 폐지가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채용 전환 후 2년이 지난 현재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 이슈가 어떤 식으로 취업 판도를 흔들지 주목된다.
공대출신 구직자들, 다양한 기업에 지원할 수 있어 ‘찬성’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 발표가 나온 후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공대 출신 구직자들 사이에선 혼란은 있었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울산대 기계자동차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 모(28)씨는 이번 공채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박 씨는 “현대차 입사를 준비하던 터라 공채 폐지 소식을 듣고 처음엔 허탈한 감정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한 기업만 바라보지 않고 다른 기업의 취업 준비도 병행할 수 있어 더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자소서의 틀을 준비해놓고 다른 기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스트(UNIST)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황(27)모 씨 역시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에 찬성했다. 황 씨는 현대차그룹의 인적성 문제집을 구입해 풀어보고, 자소서·면접 전문 컨설팅을 통해 현대차그룹 입사 준비를 해왔다. 공채 폐지 뉴스를 접한 황 씨는 “그동안 현대차만 준비해 와서인지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공채는 한번 떨어지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수시 채용은 기회가 자주 생길 것 같아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면 기존보다 지원자가 덜 몰릴 것 같다”며 “수시 채용이라 꾸준히 준비해야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더 유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시 채용으로 인해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수도권 모 대학 졸업생인 한(29)모 씨는 “매년 수천 명씩 신입사원을 뽑다가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면 아무래도 사람을 덜 뽑을 것만 같다”며 “지금도 취업하기 힘든데, 대기업마저 공채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취업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공채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취업전문가, 기업 인재 찾는데 집중VS채용규모 줄어들 것
현대차그룹 공채 폐지를 두고 취업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김썸썸 취업 컨설턴트는 “기존 대규모 공채는 제한된 시간에 수많은 지원자를 평가하고 채용해야하는 만큼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컸다. 그 결과, 지원자의 역량과 인성을 면밀히 파악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며 “수시채용으로 전환될 경우, 기업은 인재를 찾는데 집중할 수 있고, 구직자들은 전문성만 갖추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수시채용을 실시했다고 해서 다른 대기업에서 바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 그대로 수시채용은 수시로 인력 계획을 세우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사팀 역량 확보 문제도 있다. 기업에서 유행처럼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기업 공채 폐지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예진 취업 컨설턴트는 “공채가 없어지면 수시 채용이 횟수가 많아 보일 순 있지만 해당 직무에 채용 계획이 있을 경우에만 채용을 실시하다보면 오히려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직무중심으로 채용하면 직무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인턴 등을 경험한 중고신입들이 많아질 수 있고, 경력직들의 이동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채 폐지->수시채용은 세계적인 흐름···‘하이브리드 채용’으로 바뀌어야”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현대차그룹 공채 폐지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폐지에 찬성한다. 기업의 공채 시스템은 예전 채용 방식이자 일괄적인 대규모 채용 시스템은 현시점에 맞지 않는다. 요즘 글로벌 기업들만 봐도 수시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공채 폐지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들의 공채 폐지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채 폐지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직자들 사이에선 채용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데, 그 부분은 기업에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수시채용으로 전환되면 기업에서는 지원자들의 전문성을 요구할 것이다. 자연스레 지원자들은 전문성을 키워야 하고, 대학에서도 전문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취업 경쟁률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직자들은 전문성과 지원 직무별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반면 수시채용의 장점도 있을 것 같다.
“우수한 인재들의 독식구조가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은 기업들의 채용 일정이 비슷해 우수 인재들이 여러 군데 합격해 선택하는 구조였다. 중간 지원자들은 붕 뜬 상태가 되고, 기업들도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시채용으로 바뀔 경우, 지원자들은 지원하는 기업을 명확하게 준비할 수 있게 돼 미스매치가 사라질 것이다.”
향후 기업들의 채용 시스템은 어떻게 갈 것으로 예측되나.
“길게 내다보면 공채가 없어지고 수시채용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시채용이 긍정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이 밝으면 한쪽이 어두워지는 법이다. 기업이나 부서별 성격에 따라 수시채용과 공채를 믹스한 하이브리드 채용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매년 사람이 필요한 곳에는 공채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문가 영역은 수시채용으로 부서의 성격에 맞게 사람도 뽑아야 한다.”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