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혜선 대학생 기자] 숨막혔던 더위가 끝나고 적당한 온도로 접어든 만큼 마음의 온도에도 적당한 여유가 생기는 가을이다. 일명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인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과 이 책들의 줄거리부터 마음에 남는 문장, 추천평을 소개한다.


@the_reader._.rachel이 추천하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 In prase of idleness-버트런드 러셀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북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

△사진=사회평론 제공.



올 가을에는 자유롭게 게으름을 누려보자

#게으름 #사색 #쓸_데_없는_지식


책의 내용에 따르면 게으름이야 말로 선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행위이다. 선한 본성은 고군분투하는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여유로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태한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으며, ‘게으름’이라는 단어로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 역시 드물다. 게으름의 가치는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 러셀은 그 원인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지식은 무용하다고 치부하는 사회통념을 꼽는다. 과연 이익을 낳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다.


러셀이 설명하길, 게으름의 과정에서 얻게 되는 무용한 지식들은 사색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 무용해 보이는 지식들이야 말로 지극히 유용한 것이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색은 우리가 타성에 젖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유용한 지식(과학/기술)의 권위에 힘입어 굳어진 비이성적인 것에 균열을 내는 것이 바로 사색이고 게으름이라며 이야기를 서술해나간다.


p.100 “인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겐 의료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가는 자기 행위가 가져올 여러 가지 영향들에 대해 전혀 몰라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 정치가들은 반드시 역사와 현대 소설에서 상당한 지식을 갖추도록 되어 있다면 세상은 그 얼마나 유쾌할 것인가.”


추천평(@the_reader._.rachel)

가을은 말도 살찌는 계절이라는데, 우리는 허락된 약간의 게으름마저 ‘게으르지 않게’ 보내는데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한강 잔디에 누워있는 지금 시각 오후 다섯 시, 여섯 시까지 예약해 둔 식당에 도착하려면 삼십 분 후에는 일어나야 한다. 그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올 가을에는 자유롭게 게으름을 누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게을러져야 할 정당성을 드디어 찾은 것만 같다.


@s5345341이 추천하는

밤으로의 긴 여로-유진 오닐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북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

△사진=민음사 제공.



선선해진 날씨가 우울한 면의 이 책을 읽을 때 잘 다독여줄 거예요

#희곡 #절망_좌절_?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오닐의 자전적 희곡이다. 4막의 극 안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닐은 2세를 염려해 이 작품을 사후 25년 뒤에 공개하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교수였던 아들이 50년에 자살하고 53년 유진 오닐이 사망을 한다. 그에 따라 56년에 그의 아내 칼로타가 스웨덴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이다.


이 책은 땅 중독자이자 한물간 연극배우 제임스 티론이 아내를 싸구려 진료의 희생자(마야중독)로 만들어 과거에 중독된 채로 살아가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티론은 첫째의 알코올 중독의 근원을 제공하며, 폐병을 앓는 막내의 요양까지 인색하게 해결하려 한다.


심지어 막내 에드먼드는 어린 시절 첫 째에게 홍역을 옮아 세상을 떠난 둘째의 기억을 얹고 산다. 이 가족이 맞물리지 않는 서로의 톱니를 부딪치며, 내일은 티론이 아들의 폐병에 덜 인색하게 처신하고 아내가 마약에 취해 들고 나온 웨딩드레스를 보며 남편이 반성하는 것이 그나마 희망으로 안고 간다.


p.192 “인간이 되는 바람에 항상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고, 진정으로 누구를 원하지도, 누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고, 어디 속하지도 못하고, 늘 조금은 죽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추천평(@s5345341)

이 내용의 진실을 이해한 순간 작가도 울고 배우도 울고 어느 노교수 또한 울었다고 했다. 이 책을 따라 밤을 좇는 여정에서 나도 울었다. 그러나 이 희곡을 누군가의 말처럼 화해, 이해, 용서의 서사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객관화된 고백이다. 오닐이 높은 자비로 그 잘못된 생각의 뿌리도 갈아 마셨다면, 딸과 의절하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있는 그대로의 절망과 고통을 향해서, 눈이 벌게지고 마음이 너덜거려도 이 희곡은 계속해서 펼쳐질 것이다.


@ssol.book.n.daily가 추천하는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북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

△사진=웨일북 제공.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헤어짐으로 아쉬워할게 될 것

#만남_관계 #가족 #사람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관계의 인문학에 대해 채사장이 쓴 철학 에세이이다. 사람도, 세상도 녹록지 않은 사람에게 작가 채사장이 하는 고백과 응답을 전한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어렵고 두렵다는 고백을 담는다.


‘시간은 가고, 우리는 배회하고,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워져, 아쉬움과 안타까움만을 남긴 채 삶은 침묵을 향해 저물어간다. 삶이 비극인 이유는 온전히 시간 때문이다. 타인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무렵, 우리는 동시에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당신 앞에 세상은 하나의 좁은 길이 아니라 들판처럼 열려 있고, 당신이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목표점이 아니라 지금 딛고 서 있는 그 들판이다. 발아래 풀꽃들과 주위의 나비들과 시원해진 바람과 낯선 풍경들. 이제 여행자의 눈으로 그것들을 볼 시간이다.’ 이러한 문장, 문단들을 통해 다방면의 관계와 사람 사이의 것들을 온전하게 보여준다.


p.252 “헤어짐도, 망각도, 죽음도, 아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운명처럼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추천평(@ssol.book.n.daily)

한가위에, 가을에 어울릴 법한 책을 찾아봤다. 만남, 관계, 가족, 사람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에 맞는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을 살폈고, 운명처럼 이 책을 꼽아 들었다. 화려하게 생긴 책표지와 달리 안의 내용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동화 같은 내용부터 현실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며 ‘만남과 관계’에 대한 채사장의 깨달음과 고찰을 담았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나와 같이 문장뿐만 아니라 문단에 줄을 긋게 될 것이다.


@elle_mjy가 추천하는

A가 X에게-존 버거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북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

△사진=열화당 제공.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움


‘A가 X에게’는 정치범으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한 여자가 보낸 편지로 이루어진 책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아이다. 그녀의 일상 속에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그 모든 것은 덧없이 느껴지지만 그녀는 한 순간도 그를 기억 속에서, 마음속에서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그는 그녀의 모든 일상 속에 스며들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p.38 “덧없는 것은 영원한 것의 반대말이 아니에요. 영원한 것의 반대말은 잊히는 것이죠. 잊히는 것과 영원한 것이 결국에 가서는,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틀렸어요.”


추천평(@elle_mjy)

이 책을 지배하고 있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온 몸으로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바로 가을이다. 누구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움에 대한 희망이, 기대가 존재할 때 그것은 더더욱 지독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지독한 그리움은 살아가는 유일한 힘이 되기도 한다. 아이다가 사랑이라는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가을이라는 계절과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


zinysoul@hankyung.com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북스타그래머 4人이 추천하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