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이현정 대학생 기자] 패션디자이너 김영명(28) 씨는 대학시절 맨투맨 티셔츠에 그림을 프린트해 친구들에게 팔던 것이 계기가 돼 스트릿 브랜드 ‘젝스’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여성복 브랜드 ‘By Blythe(바이블라이스)’ 디자이너이자 창업자로 변신했다. 그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대학생 때 맨투맨 티셔츠 팔던 여대생이 '프라다' 인턴을 거쳐 선택한 직업은?

△ 패션디자이너 김영명 씨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6년 이화여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스트릿 브랜드 ‘젝스’를 설립해 운영하다가 여성복 브랜드 바이블라이스를 론칭했다.”


-바이블라이스는 어떤 의미인가.


“블라이스는 내 영어 이름으로 ‘기쁨, 생기 있는’이라는 뜻이다. 고객들이 바이블라이스를 통해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해지는 기쁨을 얻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시절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히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닌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을 찾고 싶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맨투맨 티셔츠에 그림을 프린트해서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졸업하기 전에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스트릿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대학생 때 맨투맨 티셔츠 팔던 여대생이 '프라다' 인턴을 거쳐 선택한 직업은?

△화보 촬영 현장을 디렉팅하고 있는 김영명 씨.



-창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옷이 좋아 시작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다. 특히 바이블라이스를 론칭하기 전에 두 브랜드는 남성복이자 스트릿 브랜드였기 때문에 평소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이 브랜드로는 절대 오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반 콘셉트가 내가 평소 즐겨입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디자인을 구상할 때 영감을 받거나 확고한 기준을 세우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움은 슬럼프로 이어졌고 자신감도 하락했다. 당시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바이블라이스의 스타일은 평소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 많은데,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여성이 아름답고 빛나 보이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원단 패턴을 직접 개발하고 다양한 소재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높은 퀄리티와 더불어 위트 있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실루엣은 여성의 몸매가 드러나거나 어깨라인 등이 노출되어 페미닌한 느낌을 주고, 전체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섹슈얼한 감성을 추구한다. 또한 동양인의 체구에 맞춘 패턴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보여주려고 했다.”


-‘프라다(PRADA)’에서 인턴 경험이 창업에 도움이 됐나.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라 숫자에 강하다고 생각했다. 프라다 한국지사 바잉엠디에 지원했는데, 2번 떨어지고 나서 합격한 만큼 꿈에 그리던 입사였다. 럭셔리 브랜드 회사와 업계 현황, 소비자와 판매자의 소통 방법, 사회생활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값진 시간었다. 외국계 회사여서 인력 충원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한 사람당 주어진 일이 많았고, 밤 11시 퇴근을 기본으로 했다. 업무량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역량도 늘었다고 생각한다. 인턴 경험 후 나는 창의적이고 감각적인 일들을 더 잘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회사의 부품이 되기보다 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대학생 때 맨투맨 티셔츠 팔던 여대생이 '프라다' 인턴을 거쳐 선택한 직업은?

△ 바이블라이스 옷을 착용한 가수 경리.(출처=경리 인스타그램)



-대학시절 가장 도움이 됐던 대외활동은 무엇인가.


“대학생활의 절반은 춤 동아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춤 동아리를 통해 스트릿 문화, 힙합 문화에 빠지게 됐고, 사람들 앞에 서서 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또한 팀 스타일링도 도맡아 콘셉트에 맞는 패션, 뷰티를 고민하고 다양하게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조직원들과 같이 목표설정을 하고 움직이는 법, 공연을 기획해보고 성공 및 실패요인을 분석하는 것, 동아리를 적극 홍보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하는 것까지 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열정적인 동아리 활동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사업 초반에 실패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지금 잘 되더라도 언제 갑자기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그런 불안감과 걱정이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요인인 것 같다. 소비자 기준에서 생각하며, 아름답고 가성비 좋은 옷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나의 현재 목표다. 더 나아가서는 어학연수를 하며 꿈꿨던 뉴욕에서의 론칭도 계획 중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현혹되지 않고 회사 내실을 다지면, 좋은 사람들, 좋은 기회, 돈은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패션업계나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준다면.


“이제 기성세대가 했던 루트나 정답은 없어진 것 같다. 디자이너브랜드에 들어가서 일한 뒤 나와서 내 브랜드를 세우는 전형적인 루트는 다 옛날 말이다. 나 또한 아무 것도 모를 때 사업자등록을 하고 판매부터 시작했으며, 내 주변의 디자이너들도 전형적인 루트를 밟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서 열정을 갖고 하다보면 어려운 순간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것만은 자신 있게 장담할 수 있다.”


zinysoul@hankyung.com

대학생 때 맨투맨 티셔츠 팔던 여대생이 '프라다' 인턴을 거쳐 선택한 직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