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웹툰 원작 전성시대’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부터 지난해 누적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 드라마에 이어 영화화가 된 ‘치즈인더트랩’ 등도 모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안방극장은 물론이고 스크린까지, 이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찾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처럼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영화·게임·음반·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형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는 오늘날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떠오르는 용어중 하나다.
이에 따라 ‘OSMU’ 산업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기획하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서울시 중부여성발전센터의 ‘OSMU 콘텐츠 기획자(웹툰PD) 양성과정’도 그 일환이다. 해당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툰 플러스에 입사해 웹툰PD의 꿈을 이룬 김민채(31) 씨와 김태영(28) 씨를 만나 웹툰PD의 삶에 대해 물었다.
△툰 플러스 콘텐츠 기획팀에서 웹툰PD로 근무중인 김민채(왼쪽) 씨와 김태영 씨. 사진=이승재 기자
PROFILE
김민채(1988년생)
학력 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졸업(2011년 2월)
자격사항 바리스타 1급
김태영(1991년생)
학력 가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2018년 3월)
자격사항 GTQ 1급
김민채 PD는 지난해 말 서울시 중부여성발전센터의 ‘OSMU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 1기 교육을 수료한 직후인 올해 1월, 툰 플러스 콘텐츠기획팀에 입사했다. 김태영 PD는 2기 교육을 수료한 후 입사한지 갓 3주를 넘긴 신입 PD다.
툰 플러스는 하나의 기획으로 웹툰, 웹소설, 드라마, 게임, 영화 등 ‘OSMU’를 목표로 작품을 제작하는 콘텐츠 전문 제작 회사다. 21명의 웹툰 작가와 20여 명의 웹소설 작가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회사에서 웹툰 파트와 웹소설 파트를 맡고 있다. 작가들의 스케줄 관리와 코칭 등 매니지먼트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작품을 유통하기 위한 홍보와 계약 등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콘텐츠진흥원과 만화영상진흥원의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몇 주를 매달려 우리 작품을 어필하는 기획안을 작성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닌 결과 저희 작품이 선정된 거죠. 저희 콘텐츠가 워낙 우수하기 때문이겠지만, 좋은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일조한 것 같아 매우 뿌듯합니다.” (김민채 PD)
만화, 그리고 콘텐츠를 좋아해 웹툰PD의 길로
웹툰PD라는 직업을 선택하기까지 두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김민채 PD는 졸업 후 촬영 스튜디오에서 1년여를 일했다. 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급여는 50만원 가량으로 매우 심한 박봉이었고, 청소와 선 정리 등 잡다한 업무만 하느라 카메라는 만져볼 수조차 없었다.
이후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카페에서 일하다가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 회사에 입사해 영업 관리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 둔 뒤에는 얼마 동안 뷰티 에디터를 했는데,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떠오른 것들이 어린 시절부터 즐겨봤던 만화책과 만화영화들이었다.
김태영 PD는 중고등학생 때 복싱 선수 생활을 했다. 운동을 그만 두고 대학에 입학해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하며 콘텐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하나의 콘텐츠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시다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힘을 깨달았다. 한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패션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수십만 명의 팔로워도 거느렸지만, 수익을 내는 데 한계를 느끼고 운영을 중단했다. 그 역시 이때 만화를 떠올렸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직접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그였다.
웹툰PD가 되기까지 각기 다른 삶이었지만, 두 사람은 ‘만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두 달 간의 양성 교육 과정…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열정’ 길러
“작가가 되기에는 조금은 늦었다 싶던 차에 웹툰PD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콘텐츠의 기획부터 구성과 제작, 유통까지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이 직업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더라고요. 수소문 끝에 마포구와 서울시 중부여성발전센터가 주관하는 ‘OSMU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을 찾았어요. 사실 저는 마포구민은 아니거든요.(웃음) 면접에서 무조건 교육을 듣고 싶다고 어필했죠.” (김태영 PD)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 ‘OSMU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
마포구는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상암DMC를 포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마포구청, 서울시중부여성발전센터는 이러한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해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 사업으로 ‘OSMU 콘텐츠 기획자 양성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은 관련 학과 졸업자나 경력자, 동종업계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며, 기획 단계부터 구성, 제작, 디지털작업, 편집, 마케팅, 비즈니스까지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구성된다. 또 작가와의 원활한 소통 능력, 예술적 감각, 트렌드 분석, 비즈니스 마인드 등 OSMU 콘텐츠 기획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과 역량도 배울 수 있다.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2월 21일까지 진행된 1기 교육과 지난 3월 12일부터 5월 14일까지 진행된 2기 교육을 통해 40명의 교육생이 과정을 수료했다.
두 달여의 교육과정 중 김민채 PD에게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3회에 걸친 현장학습과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김민채 PD는 “이론적인 내용들이 교육 당시에는 크게 중요하다 생각지 않았는데, 입사 후 그때 받은 수업 자료들을 보며 업무에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며 “무엇보다 교육 때 현업에 계신 선배들을 직접 뵙고 그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 수료 후에도 센터가 관련 업계에 취업을 알선하고, 이력서와 면접 코칭,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교육 참가자들의 취업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 수료 후 김민채 PD는 웹툰 기획사 10여 곳에서 면접을 봤다. 기획사 채용은 주로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으로 이뤄진다. 기획사 면접에서는 인성 위주의 질문이 주로 이어졌다. 김민채 PD는 “각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나의 바리스타 경험을 좋게 봐주신다는 것이었다”며 “웹툰PD가 작가와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함은 물론, 다양한 기관들이나 플랫폼사들과 마주할 일이 많다보니, 서비스 정신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PD는 “교육 중 현업에서 근무하고 있던 김민채 선배를 만나 취업까지 연결이 될 수 있었다”며 “교육 마무리 단계에서 교육생들 스스로가 하나의 기획안을 완성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교육 수료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일의 특성상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얼마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인재인지를 보는 것 같다”며 “만화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또 웹툰 관련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이 업무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 역시 입사 시 면접을 볼 때도 교육 과정을 직접 찾아 수강하게 된 계기를 웹툰PD가 꼭 되고자 하는 의지와 연결시켜 적극적으로 어필했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해야 하는 웹툰PD
“만화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긴 하지만, 꼭 해당 전공이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어떤 웹툰PD님께서는 ‘웹툰PD는 잡부다’라고까지 이야기 하셨거든요.(웃음) 일반적인 사무 업무까지도 모두 할 줄 알아야 하죠.” (김민채 PD)
두 사람의 업무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다. 작가들의 마감 일정에 따라 근무 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작가들도 PD들을 배려해주기에,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연봉은 기획사마다 다르지만, 신입 직원의 경우 1800만~2000만원 선이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거야’라는 목표 의식은 좋지만, 그런 기대만을 가지고 이 직업을 선택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저희는 작가와 함께하는 파트너 개념입니다. 작가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서포터이자 길잡이죠. 그만큼 힘들다는 점은 꼭 알아두셔야 해요. 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려면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합니다.” (김민채 PD)
김민채 PD는 요즘 스케치를 배우고 있다. 콘티 연출이나 일러스트 작업 등에 대한 코칭을 위해서다. 또 평소에도 끊임없이 웹툰이나 웹소설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 그의 휴대폰에는 20여개의 웹툰 플랫폼 앱이 설치돼 있다. 한 플랫폼 당 작품 1~2개씩 본다고 계산하면, 매일매일 30~40개의 작품을 보는 셈이다.
김태영 PD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꾸준히 많은 작품을 보는 것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광고를 많이 보는 것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팁”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채 PD는 “작가들에게 ‘제일 따뜻한 PD'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며 “작가들의 동료이자 조언자로서 작품의 든든한 아군이 되기도 하고, 때론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작품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좋은 콘텐츠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하는 김태영 PD. 그는 기획자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획해 작품으로까지 탄생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 OSMU 콘텐츠 제작자답게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웹툰PD가 되고 싶다면 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되게, 끊임없이 무슨 일이든 하라’는 뜻이 아니라, 넓은 시야가 필요한 직업이기에 꾸준히 많은 경험을 하길 바라요. 하다 못 해 길을 지나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라도 말이죠. 다양한 콘텐츠와 주변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쉬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민채 PD)
“저도 불과 몇 주 전까지 취업 준비생이었기에, 그 강박을 알고 있어요.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고민만 많아지는 것 말이죠. 하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민은 그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행동으로 옮기세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웹툰 PD는 특히 능동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김태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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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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