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디자이너와 소비자가 만나 일으킨 유통의 혁신, 진창수 샤플 대표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디자이너와 생산자가 제품을 잘 만들어도 주목을 받고 가장 많은 수익을 얻는 건 브랜드를 가진 회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이 가장 많은 수익과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가 소비자와 최대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해서 말입니다. 샤플은 국내 유통의 불필요한 과정을 걷어냄으로써 시장의 구조적 혁신을 일으킬 것입니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업의 시작부터 많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은 ‘샤플’은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스타트업계의 '슈퍼루키'다. 진창수 대표를 만나 시장 구조의 변화를 통해 일으킨 거대한 변화와 그 가능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샤플은 어떤 스타트업인가.


“샤플은 D2C, 즉 '디자인 투 커머스'를 지향하는 회사다. 디자이너의 멋진 디자인을 우리가 직접 생산해 소비자에게 다이렉트로 판매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디자이너는 자신의 결과물을 실제로 제품화 할 수 있고, 소비자는 멋진 디자인과 놀라운 가격에 제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스타트업이다.”


-D2C 유통구조를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부터 막연하게 창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제품을 생산하든 서비스를 생산하든 마지막에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에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결국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디자인을 잘 아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 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이라크 파병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내놓은 '샤플 디스펜서'를 판매하며 첫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한계를 느꼈다. 첫 번째는 사람의 아이디어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히트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좋은 디자인만으로는 큰 차별성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 판매 시장의 메인은 생산자일 것 같지만 국내 시장의 실질적인 중심은 유통업자라는 것을 느꼈다. 쉽게 말해 이마트, 월마트와 같은 유통회사가 생산 공장보다 위에서 시장을 조율하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시장 구조 안에서는 멋진 디자인만으로 소비자와 다이렉트로 만날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달았다. 이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 끝에 많은 디자이너 생산자를 소비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D2C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샤플이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인 D2C 제품과 그 판매 과정이 궁금하다.


“현재 샤플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캐리어로, 가장 저렴한 모델의 경우 3만원 대의 가격으로 멋진 디자인 제품을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다. 기존 제품들과 큰 가격차이 때문인지 품질을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샤플은 유통과정을 과감히 최소화시킴으로써 좋은 디자인,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혁신'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단일 채널 판매'이다. 인터넷에서만 해도 한 제품을 검색하면 이를 판매하는 여러 업체가 나온다. 이러한 구조는 결국 중간 유통업자들을 통한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단일 채널 판매'는 결국 생산자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직접 판매'의 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과정의 최소화'이다. 샤플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사전에 소비자가 가장 많은 'Like'로 선택받은 제품이다. 요청 수량만큼 생산하고 공장에서 직접 배송하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마케팅 비용과 창고 보관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다.”


-많은 제품 중 캐리어를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적인 요소와 유통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이 캐리어다. 먼저 소비자들은 캐리어를 선택할 때 디자인적으로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회사들은 조금 더 고가의 제품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더 복잡한 디자인을 생산하고 있었고, 디자이너들의 참여를 통해 충분히 더 훌륭한 디자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캐리어는 그 제품만이 가진 특수한 유통구조가 있는데, 부피가 크기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에 담겨 물류창고에서 보관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유통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생산 가격보다 제품 가격이 훨씬 비싸지게 된다. 물리적인 크기가 크다보니 발생하는 높은 물류·보관의 비용을 공장에서 바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유통 가격을 가장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캐리어인 것이다.”


-샤플이 지향하는 D2C사업은 디자이너의 참여가 중요할 것 같은데.


“우리는 유통구조의 혁신만큼 디자인적으로도 많은 혁신을 시도하고 싶다. 그만큼 새롭고 다양한 디자이너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할 수 있도록 디자인 외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모든 과정은 샤플이 해결하고 있다. 참여하는 디자이너 또한 디자인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부터, 디자인과 학생, 프리랜서 디자이너, 디자이너 그룹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쉽게 참여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샤플이 시장에서 이루고자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디자이너가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내놓아도 소비자에게 칭찬받는 대상은 회사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평가되는 과정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이 소비자에게 소개되길 바란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생산자가 직접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기 위해 부가적으로 형성된 것이 '유통시장'인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문제다. 샤플은 이런 요소들을 모두 걷어냄으로써 실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 이 본질적인 대상과 가치가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도록 만들고 싶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구조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디자인 설계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품 생산하고 유통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춰야 했다. 이 과정에 대형 유통플랫폼을 구축하고 유통 영역의 대행을 맡아 중계수수료를 받는 것이 최근 '플랫폼사업'이라 불리는 대다수 사업의 수익모델이다.


그들과 샤플의 차이점은 샤플이 '더 많은' 영역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즉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의 과정까지 책임짐으로써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샤플은 수수료가 아닌 생산비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디자이너는 저작료를 받음으로써 디자이너와 생산자 모두가 공존할 수 있고 소비자에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샤플은 더 많은 일을 하는 대신, 디자인 참여를 위한 문턱이 낮아 더 많은 디자이너 참여를 기대할 수 있고, 유통과정에서 기존의 마케팅 비용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생산을 위한 참여자와 샤플 모두 기존에 유통사를 통해 판매하는 구조보다 수익의 비율 부분은 오히려 훨씬 큰 편이다.”


-사업을 진행하며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지난해 국내에서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시작한 것은 사실 회사의 마케팅과 화제성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1억 정도가 최대 펀딩 목표였는데 실제로 15억이 모였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구조적 혁신에 대한 가능성과 가설이 검증됐고 생각했다. 사실 이러한 검증이 있기 전에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5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음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람들에게 첫 번째 검증이 이뤄지고 나서는 투자로 연결돼 추가적인 시드자금을 받을 수 있었고, 사업도 확장하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디자인과 관계없는 일을 하고 계시던 한 직장인 여성분이 우리 서비스에 참여해 자신이 꿈꿨던 디자인을 실제 상품화 했다. 그분은 자신의 꿈이 큰 결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디자인 업로드만으로 현실화 될 수 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이를 듣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사업이 어떤 사람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미래에 내다보는 건강한 시장의 본질이다.”


-샤플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4월 킥스타터에서 새로운 제품 론칭을 통한 마케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샤플닷컴을 통해 500명이상의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그중 10%이상의 제품을 실제 생산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인터뷰를 마치며

3년 전 미국 마트에서 구입한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그 청량함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직원에게 원산지를 물어보니 근처 농장에서 바로 들여와 가격도 저렴하고 신선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샤플을 인터뷰하며 문득 그때 먹었던 사과 맛이 생각났다. 공장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을 연결해 '구조적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D2C 사업이야 말로 내가 경험했던 사과를 다시 맛볼 수 있는 시장형태일지 모르겠다. 이미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15억원이라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샤플의 변화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아닐까.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