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세상의 모든 영상을 모든 언어로 번역하다… 박문수 '사이' 대표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사실 우리는 한 번도 영상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이룬 적이 없어요. 바로 옆에 위치한 대만, 일본에서 유명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도 모르잖아요. ‘사이’는 전 세계 영상을 번역해 시청자들이 언어로 인해 가로막히는 콘텐츠 선택의 장벽을 허물겠습니다.”


요즘 TV를 보면 채널은 늘어났지만 볼거리는 더 없어진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 방송사를 통해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몇 안 되고, 케이블 채널에선 시청률이 나올만한 영상들만 재방송되니 당연한 현상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최근 미국드라마, 영국드라마와 같은 해외 볼거리들의 인기가 꽤 높아지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이’의 박문수 대표는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번역 콘텐츠는 전 세계 영상의 단 1%도 안 된다”며 “이러한 영상 유통구조를 바꿔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세상의 모든 언어로 세상의 모든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사이’의 사업에 자세히 들어봤다.


-사이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친구 사이, 우리 사이와 같이 ‘사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뜻 그대로 국가와 국가 사이의 영상 콘텐츠 유통을 메인사업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우수한 영상콘텐츠들이 각 나라에 갇혀 로컬에서만 소비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콘텐츠가 로컬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개발한 글로벌 OTT 플랫폼은 콘텐츠가 업로드 됐을 때 번역이 가능한 유저가 직접 전 세계 언어로 자막을 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존 영상 플랫폼들과 달리 모바일 환경에서도 쉽게 자막 입력이 가능한 기술을 탑재함으로써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글로벌 영상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번역 중심의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국문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언어를 통한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영국과 일본에서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이 정보화시대에 모든 기술의 발전은 뚜렷한 반면, 영상 콘텐츠의 번역 및 유통 시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국내에 번역된 해외 영상 콘텐츠는 전 세계 영상의 1%도 안 될 것이다. 또 번역된 콘텐츠조차도 유저 개인에 의해 번역되고 공유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번역되지 못한 글로벌 영상 콘텐츠는 각 나라에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국가 간 영상 유통이 폐쇄적인 이유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CP(contents provider) 때문이다. 이들은 제작된 영상 콘텐츠들이 다른 나라로 유통되면서 불법적인 루트로 판매되어 손해를 입거나 함부로 도용되고, 편집되는 등 좋지 않은 선험적인 과정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성공적인 콘텐츠 유통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영상 콘텐츠의 공공성과 개방성의 기반을 만든 플랫폼이 ‘유튜브’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영상은 각 나라 문화를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매끄러운 번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영상 콘텐츠를 빠르게, 각 문화에 맞게 번역할 수 있는 조직이나 플랫폼이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유저 크라우드 자막 소싱 플랫폼 사업을 기획하게 됐고,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됐다.”


-플랫폼 ‘드라마픽’의 특징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해 유튜브가 세상의 모든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면, 드라마픽은 전 세계 모든 영상에 자막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영상 콘텐츠 번역에 유저가 참여하게 되면 해당 언어의 시청자들이 값을 지불하고, 자막 제작자는 수익의 일부를 갖게 되는 구조다.


기존 시장에서 유저가 자막을 제작하는 경우를 보면, 일부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막이 공유되는 경우나, 토렌트 등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와 함께 자막이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픽은 이런 구조를 양성화해 저작권이 해결된 영상에 더 많은 유저가 번역에 참여함으로써 훨씬 정확하고 매끄러운 자막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또 수익까지 공유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세상의 모든 영상을 모든 언어로 번역하다… 박문수 '사이' 대표



-전 세계 유저를 통한 자막 제작이 핵심 사업이라면, 그들에겐 어떤 베네핏이 있나.


“자막을 제작하는 참여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이들을 자막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첫 번째로 금전적 보상을 한다. 번역가가 자막을 제작하게 되면 영상을 감상하는 유저들은 자막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유저는 정확도, 의역, 잘못된 번역에 대한 신고가 가능하며, 자막 제작자의 기여도와 품질에 따라 유통 수익의 5~20%를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플랫폼에서 편당 300원짜리 콘텐츠를 번역하게 되면 20%인 60원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콘텐츠가 5만 뷰만 달성돼도 300만원의 수익이 번역가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게다가 이 수익은 저작권료처럼 콘텐츠가 재생되는 한, 평생 발생하는 보상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드라마픽은 편리한 자막 제작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최초로 모바일에서도 번역이 가능한 형태의 플랫폼이며, 영상 자막제작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음성 번역 구간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시스템을 통해 번역가는 해당 구간을 선택하고 문자를 보내듯이 텍스트만 입력하면 손쉽게 자막 생성이 가능하다.”


-영상 콘텐츠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물론이다.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CP를 통해 영상들이 업로드 돼야만 자막을 제작하는 유저도 참여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CP들이 원활하게 영상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첫 번째로 CP들은 자신들의 수익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콘텐츠가 노출되는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 언어 번역 역시 특정 나라 언어로만 번역이 가능하도록 설정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CP들은 온라인 채널에서도 손쉽게 선택적으로 콘텐츠 유통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로 CP는 영상 유통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가져갈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위 1%의 대형 프로그램은 이런 채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나머지 99%의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품질의 영상 콘텐츠들은 유튜브를 제외하면 마땅히 업로드 할 채널 조차 없는 현실이다. 그들은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번역 및 유통경로에 대한 비용과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내 영상 시장에서 가만히 사장되는 것보다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적인 수익을 별도의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데, 이를 CP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드라마픽을 통해 시장을 열어놓으면 많은 CP들을 통해 많은 영상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CKL기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세상의 모든 영상을 모든 언어로 번역하다… 박문수 '사이' 대표



-앞으로 드라마픽의 서비스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고 정식 서비스는 6월 이후 될 것 같다. 이미 시스템적인 부분은 완성단계에 가깝지만 전 세계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해외 CDN 서버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초기에는 투자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생각이고, 추후 플랫폼의 수익성을 강화해 서버를 확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국내외 2~3곳의 투자자를 확보해 설비를 위한 자금을 마련 중이다.”

-가장 기쁜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실제로 시장 조사를 하니 유학생들이나 해외에 거주 중인 사람들은 우리 플랫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국내 유학생만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자기나라의 영상을 소개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유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현재 ‘사이’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절반 이상도 유학생활을 경험한 분들로 이뤄져 있다.


힘들다고 느낄 때는 아직까지는 영상 콘텐츠의 해외 유통이 CP들의 밀실 협의로 이뤄지는 경우를 볼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희망적인 것은 어쨌든 콘텐츠 시장은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하게 돼 있고, 전 세계에서 영상을 번역 하고,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은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 공급자들은 배를 타고 나가본 적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두려울 뿐이다. 그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득하려면 하나의 성공한 케이스를 보여주거나 시장에 수요자와 시청자가 충분히 있다고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이’의 장기적인 목표는.


“개인 영상 크리에이터를 제외한 메이저 콘텐츠가 매년 5500편씩 번역돼 나올 예정이고, 최소 1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생산되는 콘텐츠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넷플릭스보다 볼 게 많다”는 말을 듣고 싶다. 사실 넷플릭스는 대규모의 자본을 바탕으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유통하고 있지 않은가. 넷플릭스가 1%의 고퀄리티 영상 콘텐츠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남은 99%의 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번역, 유통함으로써 넷플릭스와 조금 다른 영역이지만 그들과 비견되는 규모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업모델은 호텔보다 훨씬 더 많은 ‘비어있는 집’을 사람들에게 오픈한 ‘에어비엔비’, 택시보다 더 많은 일반 자동차와 같은 운송 수단을 공유해 성공한 ‘우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유명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각 나라에서 소비되고 사라지는 다수의 영상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 콘텐츠를 공유할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자유 선택에 의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유통사에 의해 노출된 작은 틀 안에서 그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사이’가 꿈꾸는 영상 콘텐츠 시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영상을, 세상의 모든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콘텐츠의 울타리를 부술 것이기에. 또 나아가 전 세계의 울타리도 그렇게 허물어 질 것이기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