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경 Girls20 정상회의 한국 대표 인터뷰
[캠퍼스 잡앤조이=이신후 인턴기자] 지난 7월 7일부터 이틀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다. 그런데 회담이 열리기 3주 전, 뮌헨에서도 또다른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바로 ‘Girls20 정상회의’다.
‘Girls20 정상회의’는 클린턴재단 산하의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전 세계 여성의 경제활동 신장을 위해 2009년부터 시행한 프로그램이다. 주요 20개국 외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에서 15세~25세 사이의 여성을 선발한 뒤, G20 정상회담처럼 각국의 여성 대표들이 여러 주제로 토론하며 공동성명서를 작성한다. 작성된 성명서는 G20 정상회의 의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달한다.
올해는 서강대 국제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손은경 씨가 한국 대표로 선발돼 다녀왔다. 손 씨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봤다.
[프로필]
-대일외고 중국어과 졸업
-서강대 국제한국학과(15학번) 재학
-2016 G20 Youth Summit(Y20) 한국 대표, 2016 모의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EM) 한국 대표, Harvard World Model United Nations (WMUN), 한국외대 모의UN총회, IBSA 2015 World Games, 트론헤임 국제학생축제 등 다수의 국제포럼 참가
-‘Girls20 정상회의’가 다소 생소한 프로그램인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각국의 여성 대표가 모여 여성 문제 및 여성의 경제활동 신장을 위해 토론하고, 공동성명서를 작성해 G20 정상회담에 전달하는 행사다. G20 정상회담과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라 성명서도 똑같은 형식을 따른다. 다만, 청년 여성이 대상이라 각종 기업에서 활동하는 현직 여성 사회인이나 전문가에게 강연을 듣는 시간이 있다. 스피치, 리더십, 협상 능력 기술 등의 강연을 들었다. 저녁에는 여성 대표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 자체는 ‘여성의 경제활동 신장’에 초점을 맞추지만, 세부 주제는 여러 개인지라 그룹별로 진행됐다. 마지막 날에는 그동안 토론한 것들을 취합해 공동성명서를 작성했다.”
-대표 선발 때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다
“한국에서의 경쟁률은 알려주지 않아 모른다. 총 1000명이 전 세계에서 지원했다고만 들었다. 올해는 총 22명의 대표가 모였는데, 1000명 중에서 22명을 뽑았다는 얘기다.”
-한국 대표로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평소에 국제회의나 포럼에 참가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페이스북이나 해외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Girls20 정상회의’도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성 문제에 대해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최근 페미니즘이 화제가 되었고, 이 기회를 통해 임금차별문제나 여성 경제활동에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해 지원했다.”
△ Girls20 정상회의에 참여한 22명의 대표들
-선발 과정이 궁금하다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을 거친다. 지원서는 인적사항과 주어지는 질문에 답변하는 식의 구성인데, 11개 문항이 있다. 여기에 짧은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면접은 프로그램을 만든 CEO와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통화로 진행됐다. 지원서에서 한국 여성이 사회에서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내가 한국에서 여성 경제활동과 관련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등을 물어보는데, 질문 중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많이, 꼼꼼히 하려고 했다.”
-이주 노동자의 창업을 지원하는 인터넷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이주 노동자의 창업’ 자체를 알게 된 건 작년에 참가한 모의 아시아 유럽 회의를 통해서다. 그곳도 정상회담과 비슷하게 토론하는 행사인데, 여러 주제 중 하나로 고용문제를 다뤘다. 각 나라의 고용 현황에 얘기를 나누다 이주 노동자의 고용 현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한국은 어떻냐는 질문을 받았다. 부끄럽게도 대답하지 못했다. 지식이 부족했음을 깨닫고 돌아와서 알아보니 한국에도 꽤 많은 이민자가 있고, 그들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주 노동자는 자신이 가진 기술이 있어도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은 이주 노동자라고 하면 불법 체류자를 떠올릴 만큼 개방된 사회도 아니어서 네트워크 형성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가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창업한다면 한국의 고용 가치가 상승하고,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는 등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외국인 창업 비자, 창업 정보, 네트워크 형성만 잘 돼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형성해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 비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대학 어학당과 제휴를 맺어 이주 노동자에게 비즈니스 용어를 가르치는 등의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 행사 마지막 날 저녁, 대표들이 모여 공동성명서를 작성하는 모습
-한국 대표로서 정상회의에 참여한 소감은
“독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80명의 멘토와 소통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처음이기도 했고, 현직에 있는 분들이기에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며 나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등 여러 소통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또 기대했던 것처럼 여성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폭스바겐의 유일한 여성 임원인 Hiltrud Warner에게 한국은 남녀 간의 임금 차이가 심한 국가 중 하나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룹 내에서 큰 성과를 얻은 게 있다면 크게 어필하라, 문제를 계속 인식하며 목소리를 높여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주로 국제회의나 포럼에 참여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도 참가하지만, 해외 프로그램에 더욱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생 때는 시간에 쫓기며 수능을 위해 공부만 했는데 대학생이 되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특히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할수록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고, 그만큼 다양한 지식도 쌓고 돌아온다. 취업을 위해 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이제 3학년 1학기를 마쳐서 그런지 스펙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더욱 큰 것 같다.”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회를 찾는 연습을 많이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 프로그램을 많이 참여하니 주변에서 대회 정보는 어떻게 얻느지, 돈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페이스북에서 찾았다’, ‘지원받았다’라는 것뿐이다. 프로그램 정보, 돈을 구하는 방법이 정말 많아서 막연하게 대답해줄 수밖에 없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거나 지원서를 많이 써보는 등의 연습을 많이 할수록 기회도 더 따라온다.
돈이 없다면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곳에 직접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년 프랑스에서 개최한 ‘Le Havre 모의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 2016’ 참가를 위해 학교 국제팀에 직접 ‘내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학교에서 나를 지원해준다면 학교는 향후 나를 통해 어떠어떠한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서류를 써서 냈다. 그래서 지원금 받고 다녀왔다. (웃음) 또 ‘Girls20 정상회의’처럼 전액을 지원하는 해외 프로그램도 많다. 배우고 싶은 것,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손은경
글=이신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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