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인터뷰를 위해 이재홍 씨를 만난 건 단지 1인 가구여서만은 아니다. 누구보다 혼자 재미있게 살아서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재미난 인생이랄까. 문득 ‘나도 혼자 살면 저렇게 살지 않을까’라는 이유에서 이 씨를 <욜로 라이프> 첫 인터뷰이로 선정했다.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이재홍(30)

#혼자 산 지-7년

#직업-광고회사 AE

#학력-카이스트 산업공학과

#거주지-합정동

#거주 형태-전세

#수입-대기업 연봉 수준

#지출-한 달 지출 200만 원 선(카드값, 경조사비, 교통·통신비, 술값, 밥값 등)

#재테크-적금, 청약, 펀드, 주식(수익률 약 10% 유지, 비결은 장기 투자)

#단골가게-SUBWAY(간편하게 건강식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어서)


#4월 1일 #만우절 #35:35 거짓말파티 참고로 이 씨는 파티 마니아다. 파티 자체를 즐긴다기보다 지인과 지인의 연결고리로 파티 호스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그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 날 이태원 모처에서 남녀 각각 35명을 초대해 ‘거짓말 파티’를 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지인들을 불러 놓고 파티를 열었어요. 참가 기준은 제가 아는 사람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파티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죠. 아, 술 먹고 진상부리거나 파티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은 제외죠.”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거짓말 파티에 참석한 남녀 게스트들은 모두 미혼. 굳이 기혼자를 배제한 건 아니지만 가슴 깊숙이 죄의식이 미리 요동친 기혼자들의 참석률은 제로였다.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위 물 좋은 싱글 70명이 신분을 숨긴 채 무장해제 했기 때문이다.


“만우절이라 거짓말 파티로 열었죠.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먼저 알게 되면 선입견이라는 게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름부터 직업까지 모든 걸 숨기고 파티 안에서는 모든 거짓말을 허용했어요.”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다년간의 파티 호스트 경험 덕분이었는지 파티에 참가한 게스트들 중에는 커플은 물론, 베·프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 씨가 파티를 여는 목적이 궁금해졌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일까. 아님 ‘투 잡’으로 쏠쏠하기 때문일까.


“거짓말 파티로만 봤을 땐 한 20만 원 정도 쓴 것 같아요. 회비가 2만원이었는데도 인원이 워낙 많아서인지 계획보다 지출이 컸죠. 그리고 저 여자 친구 있어요.(웃음) 이번 파티도 같이 준비했는걸요. 제가 파티를 여는 이유는 제 주변 사람들이 저를 통해 알아갔으면 해서요. 제가 연 파티에서 서로 알아가며 인맥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하더라고요.”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파티남 씨, 저축은 하나요? ‘회사도 노출하기 어려운데 수입으로 공개할까’ 조심스러웠지만 은근슬쩍 던진 질문에 '대기업 수준'이라고 말했다. 굳이 오픈을 꺼려하는 이 씨의 연봉을 질문한 건 그의 주머니 사정이 궁금해서다. 파티 마니아인 그가 ‘거짓말 파티’처럼 큰 규모 외에도 ‘홈 파티’나 ‘한강 돗자리 파티’도 종종 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지출은 200만 원 정도예요. 거기엔 카드 값을 포함해 교통비, 통신비 등등 다 포함돼요. 나머지는 재테크에 몰아넣죠. 적금, 청약, 펀드를 넣고 나머지는 주식에 넣어요. 연 2000만 원 정도 주식에 투자하는데 평균 10% 정도 수익이 나죠.”


한 번 잘못 빠지면 인생의 망조가 든다는 주식투자에 연 10% 수익률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 장기 투자 스타일이에요. 망하지 않을 회사를 몇 개 고른 뒤 주식을 사놓고 묵혀두죠. 한 6개월 정도 상황을 보고 파는데 마이너스는 안 나더라고요.(웃음)”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욜로 라이프, 파티 라이프 이재홍 씨의 혼족 생활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오면서다.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도메인 호스팅 개발 회사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처음 혼자 살 땐 월세가 너무 부담이었어요. 한 달에 50만원이라는 돈이 너무 아까웠죠.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 전세는 꿈도 못 꾸다가 취업하고 바로 대출받아 전세로 옮겼어요.”


이 씨가 먹고 자며 생활하는 집의 의미는 남다르다. 주거 공간의 역할도 하면서 때론 파티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 씨에게 파티란 외로움을 달래주고, 앞날을 도모할 미래의 파트너를 만나는 장이 되기도 한다.


“파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저에게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어릴 적 친구들은 제가 뭘 부탁하면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파티에서 만난 친구들은 저에 대한 선입견도 없고 더 호의적이죠.”


#식상한 질문이지만, 취미는 뭐예요? 혼족에게 취미란 ‘슈트’에 ‘타이’ 같은 느낌이다. 이 씨에게도 제법 그럴싸한 취미가 있다. 바로 ‘유튜버’다. 지난해 연말부터 유튜브 ‘야채남’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이 씨는 매주 1개 에피소드를 업로드 중이다. 이 취미를 위해 이 씨는 카메라 2대를 구입했다. 300만 원의 거금이 들어간 고급 취미인 셈이다.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개인적으로 건강을 챙기는 편인데, 어느 날 이태원에 있는 샐러드 레스토랑을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거예요. 채식이 트렌드 라는 걸 그때 깨달았죠. 유튜브에 채식 관련 채널을 찾아보니 없더라고요. 그래서 채식 요리를 만드는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거기에다 재미 요소를 넣기 위해 야한 이야기를 첨가했죠.(웃음) ‘야채남’을 풀어서 쓰면 야한 채소남이예요.(웃음)”


‘야채남’의 시작은 오로지 채소로만 요리를 만들어 먹는 방송이었지만 몇 번의 방송 후 버리는 재료비가 부담돼 샐러드를 사서 먹는 ‘건강 먹방’으로 재탄생했다. 게스트는 모델부터 작가, 방송지망생까지 다양하다. 모두 이 씨의 인맥으로 섭외된다. 야한 이야기를 곁들인 ‘먹방’이라 대부분의 에피소드 제목이 ‘채식이 섹시한 5가지 이유’,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정력 음식’ 등 호기심을 자극한다.


“요즘 혼족들이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거든요. 야채남 인기 에피소드는 1일 조회 수 3000뷰 정도 나와요. 현재 전체 조회 수는 83,000뷰(4월 기준) 정도고요. 조만간 ‘야채남’에도 광고가 들어오겠죠?(웃음)”



[욜로 라이프] &quot;파티하는 이유? 지인들 때문이죠&quot; 파티남 이재홍 씨의 혼족 스토리



#혼족 #장점 혹은 단점 누구나 그러하듯 혼족의 다음 단계는 ‘결혼’이다. 이재홍 씨 역시 혼자 사는 이유로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일단 혼자 살면 돈도 많이 들고 외롭거든요. 그래서 집 안에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죠. 장점이라면 남의 눈치 안 봐도 되고 잔소리 안 듣는 거죠. 혼족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 아닐까요.(웃음)”


#파티남 이재홍 씨에게 혼자 사는 삶이란? 남 주기엔 아깝고 내가 하기엔 마냥 좋지만은 않는 삶?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