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 지루할 틈 없는 1인 다역 추리극, 뮤지컬 <머더 포 투>



화려한 무대연출도 음향장비도 없다. 배우가 직접 ‘노래할 테니 에코 넣어달라’는 요청까지 한다. 피아니스트 혼자 100분에 달하는 공연의 모든 반주를 소화해낸다. 말 한마디 없이 말이다. 게다가 100분 동안 이 뮤지컬을 끌고 가는 배우는 단 두 명 뿐. 뮤지컬 <머더 포 투>의 사정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추리 소설가가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살해 당하면서 본격적인 극이 시작된다. 그 자리에 있던 소설가의 부인, 조카 스테파니, 이웃 주민 머레이 바바라 부부, 영화배우 샤론, 정신과 의사 그래프, 열 두 명의 소년합창단, 수사가 반쯤 진행될 즈음 등장한 목사까지, 극에 출연하는 등장인물 모두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


배우는 두 명인데 이미 등장인물이 10명이 넘는다. 놀랍게도 나열된 등장인물 모두 한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들이다. 그래서 이 배우의 배역명은 ‘용의자’가 아닌 ‘용의자들’이다. 나머지 한 명은 사건 현장에서 형사를 기다리다 형사 행세를 하며 홀로 수사를 시작해버린 순경 ‘마커스’다. 이렇게 단 두 명의 배우가 열 개가 넘는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1인 다역 뮤지컬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관객들은 극의 후반부를 향해가면서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이 들 정도다.


작은 무대를 건반으로 꽉 채우는 피아니스트 ‘루’

이 공연에서 용의자들과 마커스 외에 주목해야 할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피아니스트 ‘루’이다. 마커스의 동료 순경이자 잘생긴 피아니스트 루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 입장 시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관객을 맞이한다. 하지만 100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루가 맡은 역할은 오로지 표정 연기와 피아노 연주뿐이지만 화려한 피아노 실력에 홀려 손가락을 따라가다 자칫 용의자들과 마커스의 대사를 놓칠 수 있다.


또 하나의 웃음 코드 ‘셀프 디스’

‘저 쯤 되면 지칠 만도 한데…’라고 생각할 무렵 배우의 목소리를 버리고 새로운 목소리로 ‘너무 힘들다’며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신다. 공연 도중 작품에 대한 디스도 서슴지 않는다. ‘망할 것 같다’며 시즌 2의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디스를 하지만 이내 곧 ‘다음이 궁금하지?’라며 다음 시즌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한다. 대놓고 하는 디스와 홍보인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겉으로 봐선 허술해 보였지만, 열 개가 넘는 배역도, 현란한 피아노 연주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결말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던 공연이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감탄하다 보면 공연 초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자꾸 잊게 된다. 집중하자. 과연 누가 범인일까?


강홍민 기자 / 서해림 대학생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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