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
‘이런 씨앙~’ 엄마 몰카 찍는 아들 봤나요?
1인 크리에이터 정선호
엄마의 몰카를 찍는 아들래미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게 왠 ‘패륜아’일까 싶지만 알고 보면 세상에 다시없을 효자 중의 효자라는데…. 그런 아들에게 찰진 욕을 날려주는 어머니의 인기는 아들 못지않다고 한다.
△ (사진=김기남 기자) 엄마와 다정한 모습을 담아 인기를 끌고 있는 정선호 씨.
팔로워 123만 명의 SNS스타 정선호(29·성균관대 화학과 박사과정)와 어머니의 케미가 세간의 화제다. 2016년 7월부터 어머니 몰카를 찍기 시작해 관심을 끌었는데, 그 인기가 연예인 부럽지 않을 정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를 영상의 세계에 들어서게 한 데도 어머니의 공이 컸다.
“2015년 처음 영상을 만들었어요. 어머니와 데이트를 하던 중 구입한 인형 때문이었죠. 당시 유행하던 이모티콘 캐릭터였는데 너무 귀여워 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렸거든요. 캐릭터가 늘 뒤돌아있어 앞모습이 궁금했는데, 인형으로는 앞모습을 볼 수 있었죠. 혼자 보기가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인형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어요. 영상만 있으면 심심해 음악도 깔고 편집도 해서 올렸어요.”
‘심장 싸대기’ 영상으로 인기 끌다 셀카 올려 폭망
영상을 배워본 적도 없고, 휴대폰 앱을 통해 뚝딱 만들어 올린 것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댓글 좀 달리려나’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이게 웬걸, 다음 날 영상의 좋아요는 23만개를 기록했고, 그의 SNS 팔로워는 6천 명이 늘어 있었다. 하루 아침에 ‘좋아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정 씨는 얼떨떨하면서도 ‘내가 영상에 감각이 있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열심히 만든 결과물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계속해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는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그는 또 다른 영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름하야 ‘심장싸대기’.
사람들이 귀여움이라는 키워드에 열광한다는 것을 간파한 그는 심장 폭행을 넘어 심장 싸대기를 때릴 만큼 위협적인 귀여움을 영상에 담기로 한 것이다. 정 씨는 해외 SNS를 검색해 아기나 강아지 등의 영상을 수집했다(물론 영상물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받은 영상을 자신만의 편집 센스로 재가공했고, 많은 이들의 심장에 싸대기를 날리며 승승장구했다.
△ 유머 영상을 올려 소소한 인기를 누리던 과거 (정선호 유튜브 영상 '한강가면 꼭 해야하는 세가지' 캡처)
하지만 행복은 길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1천 명이 그의 SNS를 언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씨가 겁도 없이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셀카를 올린 것이다.
“제 개인 계정에 ‘심장싸대기’ 영상을 올리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은 제가 아닌 영상만 보고 팔로워를 했는데, 갑자기 제 셀카가 나오니 당황했나봐요. ‘내가 이런 사람을 팔로워하고 있었나?’하면서 1천 명이 저를 떠나갔죠. 어떤 사람은 ‘니 사진 말고 아기사진이나 올려라’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어요. 나의 SNS인데, 정작 내 사진은 올릴 수 없다는 게 굉장히 억울하더라고요.”
그간의 ‘좋아요’는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낀 정 씨는 주먹을 불끈 쥐고 ‘정선호의 정체성’을 찾겠노라 다짐했다. 그러고는 유머 영상으로 코드를 전환하고 직접 출연해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개그감과 편집 센스 덕에 정 씨의 영상은 연일 화제가 되었고, 그를 유투버 스타로 만들었다.
△ (사진 = 김기남 기자) 늘 휴대폰을 손에 들고 다닌다는 정선호 씨
몰카 찍는 아들&잔소리하는 엄마, 환상의 ‘모자 캐미’
“엄마랑 어릴 적부터 굉장히 친했어요. 주말이면 항상 둘이서 외출하고 데이트도 하곤 했죠. 그런데 영상을 찍기 시작한 후로는 제가 너무 바빠진 거예요. 평일에는 서울에서 지내고 주말에는 안성에 있는 집에 내려갔는데, 영상을 시작한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했죠.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소원해진 것 같아 죄송했어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영상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몰래카메라를 떠올리게 됐죠.”
평소 눈에 띄게 호탕한 성격을 자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뿌듯하게 생각했던 아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자랑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평소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몰래카메라를 기획하게 된 것. 그리하여 2016년 7월, 대망의 ‘엄마 몰카’ 1탄이 세상에 공개됐다.
△ 엄마 몰카 1탄 '핑크 머리로 염색한 걸 본 엄마의 반응' 영상 캡처
1탄에는 핑크 머리로 염색하고 온 아들을 처음 대면한 어머니의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랜만에 집에 내려온 아들의 머리가 핑크색인 것을 보고 1차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염색 가격이 23만원이라는 것을 듣고 2차 충격을 받는다. 이어 ‘예쁜게 다 뒈졌다’, ‘개성이 다 뒈졌다’등의 다정한(?) 말을 쏟아낸다.
거침없는 어머니의 입담은 많은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우리 엄마와 비슷하다’며 공감한 사람들도 있고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모습에 넋을 잃은 이들도 있었다.
“영상을 찍고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어요. 어머니도 깔깔 웃으면서 너무 재미있다고 하시더라고요. SNS에 올리는 것도 어머니가 먼저 제안하셨어요. 그때부터 엄마 몰카를 계속해서 찍게 됐죠.”
△ 엄마 몰카 9탄: 결혼식 가기 싫어서 이상하게 꾸며보기 영상
‘엄마 몰카’는 주말마다 한 편씩 업로드 된다. ‘여자친구가 있는 척 했을 때 엄마 반응 보기’, ‘추하게 변장해 결혼식 안 따라가기’, ‘만화 ‘포켓몬’ 주인공으로 변장해 포켓몬 잡기’ 등 기상천외한 몰카가 매주 이어진다.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엄마의 잔소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거나, 마음에 안들 때 내뱉는 ‘이런 씨앙’, ‘이 새캬’, ‘다 뒈졌다’ 등의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을 정도. 영상의 인기로 어머니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싸인 요청보다 ‘욕해달라’는 부탁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 엄마 몰카 8탄 '운전할 때 엄마 태우면 안되는 이유' 영상 캡처
매주 반복되는 몰카에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많다. 가끔은 카메라를 들고서 대 놓고 어머
니의 모습을 촬영할 때도 있다. 정 씨는 “집안에서는 늘 카메라 위치를 바꿔놓는다”며 “함께 다니는 모든 순간 내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는 현재 성균관대 화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곧 박사님 되실 분이 매일 엄마 몰카 찍고 있다는 게 이해가 어렵지만 그는 ‘일단 현재만 즐기고 보자’는 주의다. 영상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가 전부였고, 박사과정을 밟는 것도 지금 하는 공부가 흥미롭다는 이유 그것뿐이다.
“제가 3년 후 영상을 하고 있을 거란 확신은 없어요. 그렇다고 박사과정을 마친 후 연구원이 되겠다 등의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먼 미래 계획은 세우지 않아요. 그냥 지금 주어진 상황을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보려고요.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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