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경쟁률 ‘132대 1’… K-해커톤 1등앱 ‘점퍼’


2016년 10월 4일, 서울산업진흥원(SBA) 콘텐츠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전국 대학생 앱개발 챌린지(K-해커톤’) 최종 결선이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전국 78개 대학 132팀 총 513명의 대학생 개발자들 중 지역예선과 본선 관문까지 통과한 단 18팀만이 남아 있었다.


앞서 10명의 우수상 수상자 발표가 끝나고 최종 1위인 최우수상 수상자만 남겨 둔 상황, 주인공은 ‘율무차’ 팀이었다. 인천대 컴퓨터공학과 4인으로 이뤄진 율무차는 ‘점퍼-창업도우미’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1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경쟁률 ‘132대 1’… K-해커톤 1등앱 ‘점퍼’

점퍼의 길태성 씨를 서울 강남구의 한 먹자골목에서 만났다. 다른 세 명의 팀원은 현재 취업준비로 많이 바쁜 상태. 사진=김기남 기자



점퍼의 킬링포인트는 ‘지역별 맞춤 데이터’


이상훈, 길태성, 임미영, 최수빈 네 명의 인천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생은 2015년 6월, ‘율무차’라는 팀을 꾸렸다. “컴공과에게 관련 공모전 경험은 필수”라는 게 처음 율무차의 창단(?) 의도였다.

“다들 공모전에 많이 도전하는데 정작 100% 완성하는 팀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일단 하나라도 끝까지는 해보자는 게 최우선 과제였죠. 그리고 얼마 뒤,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K-해커톤’ 개최 소식이 들렸어요. 대학생만 참여할 수 있으니 가능성이 있겠다 판단해서 뛰어 들었죠.”


K-해커톤은 예선과 본선, 결선까지 3개월 간 계속됐다. 24시간짜리 종일 예선현장에서 기획부터 개발까지 완료한 뒤, 본선과 결선에서 PPT 발표를 통해 심사위원에게 검증을 받는 시합이었다.

“본격 예선에 들어가기 전, 일주일 동안 모여서 대충의 얼개를 만들어 놓기로 했어요. 우선 아이템을 찾다가 ‘치킨가게를 차리는 퇴직자가 많고 이들 중 조기폐업 비율도 높다’는 기사를 보게 됐죠. 마침 비슷한 앱도 몇 개 없었어요. 경쟁 앱을 철저히 분석해 최소한 이들 보다는 잘 만들자고 다짐했죠.”


하지만 예선부터 쉽지 않았다. 정오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24시간 무박으로 진행되는 예선전에서 누구는 졸음을 간신히 참아가며 마지막 버그를 잡아내기도 누구는 아예 구석에 지쳐 쓰러지기도 했다. 게다가 뒤늦게 크롤링(crawling; 웹페이지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바람에 급하게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경쟁률 ‘132대 1’… K-해커톤 1등앱 ‘점퍼’



마침내 탄생한 ‘점퍼-창업도우미’ 앱의 핵심은 지역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남녀비율, 평균연령, 세대비율, 유동인구, 위험지수 등을 지역별로 세분화 해 담았다. 프랜차이즈 창업 비율과 평균 수익률, 선택 지역의 상가 위치 및 임대비용 등 매물 정보도 넣었다.


유동인구수와 남녀비율은 정부 3.0데이터 웹사이트에서, 프랜차이즈는 정보는 한 신문사가 정리해 놓은 프랜차이즈 목록에서, 매물정보는 10개 대형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에서 각각 가져왔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율무차의 작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본선 PPT발표에서 심사위원의 따가운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한 분이 시장 조사를 얼마나 다녀봤는지 물으시더라고요. 시장상인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사무실 임대료일 것이라며 정작 여기에 대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셨죠.”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경쟁률 ‘132대 1’… K-해커톤 1등앱 ‘점퍼’



‘간소화?직관화?완성화’까지 완벽한 3박자로 최우수상


본선을 마치자마자, 팀원들은 곧바로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주위 인맥을 모두 활용해 자영업자를 찾아 나섰고 광범위했던 타깃도 그제야 명확해졌다.


“원래는 20대부터 모든 창업희망자를 아우르려 했어요. 하지만 욕심이었죠. 시장조사 후 타깃을 40~50대로 확 좁혔어요. 기존 기능 중 남녀비율, 평균연령 등 정말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정보만 남기고 다 덜어냈죠. UI/UX도 기존 양식을 다 들어내고 타깃 연령대에 맞춰 버튼과 글씨 크기를 키웠죠. 카테고리 단계도 줄여서 한결 직관적으로 바꿨어요.”


특히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완성도였다. 사용과정에서의 오류를 막기 위해 앱 안의 모든 기능을 수백 번씩 눌러가며 테스트했다.


“앱 안의 이미지를 한 번씩 누를 때마다 데이터가 축적돼요. 이게 쌓이면 오류가 나요. 저장 용량을 축소할 수 있게 코드도 바꿨어요. 다른 대학생 참가자들이 시각적인 것에 집중할 때 최대한 기본기와 완성도를 만들어 놓자고 계획한 거죠.”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경쟁률 ‘132대 1’… K-해커톤 1등앱 ‘점퍼’



마침내 결선, 본선에서의 지적사항을 100% 반영한 결과물은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또 지역 데이터를 활용한 점퍼만의 강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율무차팀은 최종 우승팀으로 선정됐다.


점퍼는 지금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지역추천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공공데이터의 지역인구, 남녀비율, 세대인구수 등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의 건물 심지어 층수까지 추천해준다. 대회가 끝난 뒤, 최우수상이라는 상패와 350만 원의 상금은 율무차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행사 후의 후속 대책이 없다 보니 다들 의지도 한풀 꺾였죠. 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멘토라도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예요.”


졸업유예상태인 길태성 씨를 제외한 다른 팀원은 현재 모두 취업시장에 뛰어 들었다. 길씨는 알고리즘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IT업계에서 알고리즘 기술을 중시하는 만큼 점퍼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꼭 배워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나중에는 SNS의 해시태그 기술을 이용해서 SNS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점퍼 고객 점포를 보여주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점퍼가 ‘K-해커톤 최우수상작’에서만 그치지 않고 언젠가 투자도 받고 수익도 내는 완벽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