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보다 면접 전 회사에 직접 방문한 것이 적중했어요”
김유정 한국은행 목포본부
“남들보다 먼저 전문지식을 쌓고 사회에 나올 수 있는 특성화고를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 선택이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전남여상 김유정 양은 중학교 졸업 당시 성적이 40%대로 인문계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할 당시 청년 취업난이 화제였고, 무작정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뚜렷한 비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1학년 고등학교 반배치고사 성적은 ‘과 7등’이었다. 유정 양은 입학식 날 1학년 담임선생님이 들려준 얘기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고등학교 3년만 고생하면 향후 60년이 바뀐다’고. 선생님은 많은 선배들의 취업 성공사례도 함께 들려줬다. “그 때 제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됐어요.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고, 후배들도 저처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취업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거죠.”
‘따뜻한 한국은행’ 면접관에게 어필
가고 싶은 회사가 생겼을 때, 자격이 되지 않아 지원조차 못해보는 일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회사나 지원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지원하기 위한 공부라는 생각을 하니 공부할 맛이 났다. “우선 특성화고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만류하던 친구들과 부모님, 중학교 선생님들께 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유정 양은 취업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으로 노력한 결과, 1학년 말 ‘학급 1등, 과 2등’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가끔은 놀고 싶다는 어린 마음에 ‘방과 후 학교’를 피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지금 공부하면 2년 후에 더 좋은 사람들과 더 좋은 곳에서 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냈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던 고2 때 한국은행 원서가 들어오지 않아 한국은행에 들어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3학년 초 산업은행 2차 면접에 떨어진 다음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은행 원서접수가 3학년 8월 초에 시작된 것이다.
마음이 급했지만 차근차근 준비했다. 자기소개서는 약 5개 문항으로 다른 회사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짧은 분량 안에 자신의 경험을 모두 풀어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다 한국은행에서 듣고 싶어 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나갔다. 자소서 접수 기간이 기말고사 시험과 겹쳤지만, 취업 준비를 하며 자소서를 여러 번 썼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인적성 검사는 어떤 분야에서 출제될지 예단할 수 없어 공사·공단 인적성 책과 은행권 인적성 서적을 번갈아가며 언어, 수리, 추리 등을 광범위하게 공부했다. 그럼에도 실제 시험장에서 받아든 시험지는 공부했던 것과 다른 유형이었고, 시간도 촉박했다. “한국은행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남들보다 적게 풀어서 떨어진다면 굉장히 후회가 될 것 같았어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빨리 풀었어요.”
인적성 검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기 전, 유정 양은 지원했던 지역의 한국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한국은행의 화폐박물관 관람과 한국은행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이 하는 구체적인 업무를 알 수 있었고, 미리 행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
면접장에서 ‘한국은행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받고선 자신이 방문했던 경험을 엮어서 설명할 수 있었다. 다른 면접자와 차별화되는 자신 만의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질문에 ‘한국은행은 따뜻함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더니 면접관들이 의외라며 놀라워했죠.”
유정 양은 한국은행의 견학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전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따뜻하고 신사적인 분위기, 경쟁하기보다 함께 가는 분위기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행의 일원이 되어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말로 면접을 마무리했다”며 “회사 분위기까지 파악해 면접관에게 말한 부분은 충분한 플러스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간절함과 끈기 가져야 성공
토론 면접에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터넷 실명제’라는 주제가 나왔다. 찬성과 반대 중 본인이 직접 의견을 선택할 수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보다 뉴스를 보는 습관이 있어 그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지난 11월, 최종 발표일에 유정 양은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자를 보고서도 믿기지 않아 5번이나 확인했다. 그는 꿈의 직장인 한국은행에 합격했다는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꼭 가고 싶은 회사에 가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을 지켰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기나긴 취업준비 기간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컸어요. 부모님과 선생님들, 친구들에게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나왔어요.”
유정 양은 이제 12명의 입사 동기들과 2주간의 연수를 마치고, 본인이 희망한 지역인 목포본부에 발령 받아 국고·증권 업무를 하고 있다. 내년 2월 졸업 예정이다.
“같은 경험을 가진 선배로서 후배들이 가고자 하는 회사에 한 번에 붙었으면 좋겠지만, 내신이 좋고 자격증이 많다고 해서 좋은 회사에 한 번에 합격하는 것은 아니에요. 몇 번 떨어졌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취업에 대한 간절함과 끈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거든요. 모든 경험은 자산이 되고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확신해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분명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특성화고 학생들 파이팅!!”
글 이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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