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잠실고에서 치러진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시험 응시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사람은 1988년생이었다.


#외국계 기업인 오비맥주는 GDP(graduate development program)프로그램 인력 채용 시 나이제한을 뒀다. 지원 자격은 1987년생 이후 출생자부터다.


#올해 상반기 한 식품기업 공채기준 신입사원(남성) 평균 연령은 30.5세다.


신입사원 채용에 나이제한이 폐지됐다고는 하지만 기업에서는 암묵적으로 나이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나이 상한선'을 두고 있어, 30대를 바라보는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하고 초조해 지고 있다.


기업 5곳 중 2곳은 신입사원 채용시 공고를 통해 밝히지 않는 자격조건으로 ‘나이’를 꼽았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 57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3%가 '신입 채용 시 비공개 자격조건이 있다'고 답했다.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공개 자격조건 1위는 나이였다.


내부적으로 제한하는 지원자의 나이는 남성 평균 33세, 여성은 31세로 집계됐다. 적정연령은 남자 28세, 여자 25.7세다.



대기업 취업 암묵적 나이제한 ‘쉬쉬’... 88년생이 마지노선?


대기업 취업 암묵적 나이제한 ‘쉬쉬’... 88년생이 마지노선?



온라인 취업 사이트 및 채용 설명회에서도 나이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많은 질문은 “나이가 많은데 따른 불이익은 없나”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채용담당 관계자는 “조직과의 융합도를 빼놓을 수 없고, 선배 기수와의 차이도 고려해야 하지만 대놓고 ‘나이제한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며 “외형상으로는 나이제한 규정은 없지만 이력을 검토했을 때 정말 필요한 인재가 아니고서는 내부적으로 나이를 고려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취준생들의 마음은 조급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남학생은 대입재수, 군대 2년, ?휴학 1년, 졸업유예 1년, 취업재수까지 하면 평균 29세~30세가 훌쩍 넘어간다.


특히 외국계 기업의 입사 평균 연령은 국내기업에 비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은 새로운 생각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다이슨 직원 2000여명의 평균 연령은 만 26세다.


동덕여대를 졸업한 A양은 “서류전형 결과를 보면 나이대가 낮은 후배들이거나 갓 졸업한 친구들이 통과 확률이 높다.”며 “항공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스터디를 같이 하는 친구들을 보면 24~25세 친구들이 서류통과 하는 데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 4학년 B군은 “취업생들 사이에서 졸업유예는 유행이 된지 오래다.”며 “채용이 직무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인턴 등 대외활동까지 한다면 졸업은 더 늦춰지기 마련이라 군 제대 후 취업할 때까지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없어야 취업에 성공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채용담당 관계자는 “작년에는 남자 87년생(당시 29세), 여자 89년생(당시26세)이 신입사원 평균 나이였다.”며 “올해 역시 나이제한은 없지만 (나이는)예년과 비슷하게 채용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신입 나이 후하다! 후해


반면 공공기관 신입사원 연령대는 ‘고무줄’이다. 남성 신입 입사기준으로 32세~36세까지 나이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27세~ 29세까지 입사한 사례가 종종 있다. 일례로 지역난방공사의 대졸수준 신입사원의 평균나이는 27세, 신입 최연장자는 40세 였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공사 남성 신입사원 중에는 33살이 가장 많았고 올해 상반기 한국마사회 36세까지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나이제한은 확실히 없다.”면서도 “나이가 좀 높은 지원자는 한두 군데 경력을 거친 후 신입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가 다소 많을지라도 직무중심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라면 채용을 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