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고려대 경영학과 등산동아리 ‘뫼사랑’멤버들. 왼쪽부터 한봄, 신우영, 박지혜, 정윤식, 이동희, 박지용 씨.


‘내’가 아니라 ‘우리’라서 가능했던 산행


고려대 경영학과의 유일한 등산동아리인 ‘뫼사랑’에서 1박 2일 동안 설악산 산행을 떠났다. 백담사에서 출발해 대청봉 정상까지 등반 후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설악동탐방센터로 하산하는 총 23KM 코스이다. 기사는 산행을 함께했던 기자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했다.


1. 첫째 날 코스: 백담사→봉정암대청봉(총 12.9KM 코스)


불과 한 시간 전, 나를 비롯한 뫼사랑 단원들은 설악산 정상을 향한 당찬 첫 발걸음을 뗐다. 한여름 등반인 탓에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땀 줄기는 온몸을 타고 내린다. 더운 날씨만 빼면 아직까진 할만하다. 설악산? 별거 아니네. 눈 앞에 절경이 펼쳐질 때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경치를 감상할 여유도 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6시간째. 할 만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언제였던가.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발걸음은 돌덩이처럼 무거워져 단 한 발자국도 더는 내딛지 못할 것 같다.


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다섯 걸음 걷고 멈추고 또 다섯 걸음 가서 멈추기를 반복한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머릿속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든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되는 건가? 이것이 바로 9시 뉴스에서만 보던 조난 상황인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만 같던 대피소에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결국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감격에 겨운 순간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마음속으로 토닥토닥 해준다.


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산 정상에서 끓여 먹는 라면은 살면서 먹어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다. 산 정상에서 라면을 맛보지 않은 자, 라면 맛을 논하지 마라.


산을 오르며 내가 포기하고 싶다고 할 때마다 동아리 친구들은 할 수 있다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힘들어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도 한없이 뒤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말없이 나의 등산 가방을 가져가 정상까지 들어주었다. 그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 혼자서는 절대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2. 둘째 날 코스: 대청봉비선대설악동탐방센터(총 11.3KM 코스)


하산은 등산보다 훨씬 수월할 거라 나를 안심시킨 친구가 원망스러워진다. 수직에 가까운 돌계단을 후들거리는 두 다리로 온몸을 지탱해가며 내려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약 두 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하산했는데 이제 겨우 1KM 내려왔다. 가파른 구간만 지나면 하산은 시간문제라는데 어떻게 된 것이 가도 가도 경사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쏴아’하고 쏟아지는 폭포와 맑은 계곡을 보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놓고 계곡 물에 발을 담그자 지금까지의 더위가 한 번에 가신다.


한 친구가 장난으로 물을 뿌리니 곧바로 ‘물전쟁’이 시작됐다. 순식간에 하나둘씩 너도나도 계곡 물 안으로 뛰어든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어루만진다. 하산 막바지에 만난 시원한 계곡은 우리에게 잠깐의 달콤한 휴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뫼사랑 단원들의 한마디: 나에게 등산이란?


박지용(고려대 3)-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

“평소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빠 사색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등산은 내 자신과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산 위에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마다 생각과 사색이 담긴다.”


이동희(고려대 2)- 건강?사람?경치, 삼박자

“산을 오르면 말 그대로 건강해지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아름다운 경치도 즐길 수 있다.”


신우영(고려대 3)-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세상

“산 아래에서는 근시안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쉽다. 세상이 눈앞의 장애물들에 가려진 좁고 1차원적인 느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한봄(고려대 4)- 하나의 목표를 달성해내는 과정

“다른 운동은 중간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에 반해 등산은 한번 시작하면 정상 정복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힘들게 목표를 이루는 과정과 결국 어떻게든 정상까지 올라갔을 때 느껴지는 희열이 너무도 좋다. 덤으로 산에 올라가다가 지치면 돌과 나무를 잡거나 흙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쉬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점도 좋다. 이 같은 자유로운 느낌은 등산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정윤식(고려대 4)- 매 순간이 하나의 추억

“친구들과 함께 등산하고 얘기를 하고 밥을 먹고 그 소소한 모든 것들이 등산 후에 돌아보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고려대 등산동아리 ‘뫼사랑’ 설악산을 가다


박지혜(고려대 4) 대학생기자 xhsl19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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