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인 학생이다’ 외침 퍼졌던 이화여대 총시위의 그날


8월 17일로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지 약 20일이 흘렀다. 학생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본관에 머무르게 된 것은 학교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추진이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은 선취업, 후 진학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제도로, 일반 단과대학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학부로 이뤄져 있어 평생교육원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에 이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두고 ‘대학 부심’을 부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SNS에 경찰 1600명이 학교에 진입해 학생을 진압한 영상이 공개되고, 이대생의 의견을 반영해 보여주는 페이지(‘Save Our Ewha)가 개설되며 여론은 나뉘게 됐다.


학생의 강력한 반발로 이대의 평단 사업은 결국 지난 8월 3일 철회됐다. 이후 학교 측은 농성을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권했으나, 단단히 뿔이 난 학생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 총장에게 학교에 경찰을 투입한 것과 그간의 졸속 행정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사퇴 거부’였다. 이에 학생들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두 모여 의견을 다시금 피력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이것이 바로 지난 8월 10일 진행된 총시위다. 이날 ‘달팽이 민주주의’, ‘학생들의 승리’라고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끈 현장에 기자도 있었다.


현장에 가자마자 크게 느낀 것은 ‘질서정연’이었다. 현장 추산 3만 5000명이 모인 자리였는데도 그랬다. 저녁 8시에 진행하기로 예정된 총시위는 시작 전부터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도 차도로 지나다니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정문에서 양옆으로 나 있는 인도에만 학생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열을 맞춰 불평 한마디 없이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주변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을 지나쳐 ECC 앞으로 가니 봉사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미 ‘프레스 라인’을 갖춰놔 취재진의 카메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또한, 행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사회자가 “학생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로 학교와 학생 모두 혼란스러운 때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심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위를 생각하면 막연히 과격한 모습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와는 전혀 달라 인상적이었다. 동시에 신상이 밝혀지면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움에도 맞서 싸우는 느낌이어서 학생들의 절박함이 와 닿기도 했다.


시위는 낭독문 발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행진, 경찰 진압으로 인해 피해를 겪은 경험 공유, 7차 총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학교 주인 학생이다’ 외침 퍼졌던 이화여대 총시위의 그날


행진은 ECC를 둘러싼 길을 따라 2바퀴를 도는 것으로 끝났다. 학생들은 행진하며 “해방 이화, 총장 사퇴” “책임지고 사퇴하라” “학교 주인 학생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을 끝낸 학생들은 ECC 계단과 바닥에 앉아 ‘사퇴가 사과다’ ‘사퇴를 요구하게 돼 유감입니다’, ‘이화의 총장님이 여태껏 이런 적은 없었다’ 등의 문구가 써진 피켓을 흔들거나 플래시를 비춰 촛불 시위를 연상케 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함성을 지르며 다소 축제와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것도 잠시, 경찰 진압 경험을 공유하자 현장은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것을 말하며 잠깐 울먹거리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그들의 기억을 자세히 듣기 위해 가까이 가려고 ECC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구가 여기저기 있어 이를 이용하면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던 중에 부착물들을 발견했다. 최 총장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적은 것부터 시작해 각종 대자보, 포스트잇 등이 가는 곳곳마다 붙어 있었다. 또다시 학생들의 분노와 절박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총시위를 한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최 총장은 사퇴만은 거부했으며 학생들의 본관 농성 또한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와 ‘사퇴까진 아니다’라는 여론이 생기며 이 둘이 팽팽히 대립하는 중이다.


또한, 이대생들의 평단 사업 반대 시위는 타 대학의 사업에도 문제가 있다는 걸 알려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이대의 학내 분규와 정부의 평단 사업으로 인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신후(동덕여대 4) 대학생기자 sinoo_naver.com


‘학교 주인 학생이다’ 외침 퍼졌던 이화여대 총시위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