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대는 몰라도 모스트는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캠퍼스크루랩배틀 우승팀 ‘서일대 모스트’

우승팀 서일대 모스트. 가장 왼쪽부터 이승현(20), 김경민(20), 이대양(20), 최현준(21)

사진=허태혁 기자.


‘쿵쿵쿵 옆집 사람들은 날 싫어해. 시끄러워 게임 그만해 컴퓨터 끄고 공부나 해. 게임 아닌데.’


자이언티의 실제 경험담을 가사로 담은 노래 ‘쿵’은 많은 힙합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랩의 가사처럼 연습할 공간도 없고, 학교의 지원도 없이 오직 그들만의 실력으로 캠퍼스크루랩배틀 우승을 거머쥔 서일대 모스트를 만났다. 래퍼들은 인상이 강할 것이라는 편견을 분홍색 맨투맨과 귀여운 토끼 문신으로 산산이 부숴 준 서일대 모스트 4명의 래퍼. 이들이 말하는 진짜 힙합은 무엇일까?


“서일대는 몰라도 모스트는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캠퍼스크루랩배틀 우승팀 ‘서일대 모스트’


“모두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죠!”


지난 7월 28일 장장 3개월간의 대전을 거쳐 8개 참가팀 중 캠퍼스크루랩배틀 우승을 차지한 서일대 모스트.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이 동아리는 만들어진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동아리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최현준 씨는 “당연히 우승할 줄 알았어요.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따라와 줬거든요. 물론, 주변 친구들의 도움도 컸고요.” 라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이토록 당당하게 ‘예상된 우승’이라 말할 수 있었던 데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동아리 부원인 김경민 씨는 촬영이 다 끝난 지금이 가장 여유롭고 즐겁다고 말하며, 험난했던 경연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일단 비트가 정해지면 회장 형이 가사를 쓰라고 해요. 가사를 각자 16 마디 정도 쓰면, 영상이나 글로 보내죠. 15명의 부원 중 가장 잘 한 3명의 뽑아 경연에 내보냈어요. 이 과정을 매 라운드 반복했고, 그렇게 뽑힌 부원들이 경연에 나갈 수 있었어요.” 결승전을 포함해 총 3번의 대전을 펼친 이들은 항상 최고의 작품을 위해 좁은 동아리 방에서 합숙생활을 이어나갔다고 밝혔다.


우승을 향한 여정 속에서 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최현준 씨의 뒤를 이어 차기 회장을 맡게 될 이승현 씨는 “연습할 공간이 무척 부족했어요. 앰프 한 개와 2개뿐인 마이크로 힘들게 연습을 이어 나갔죠. 그 와중에 동아리 방이 방음이 안 돼서 시끄럽다고 욕도 먹었어요. 학교 측에서 방음 시설만 설치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라 연습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전을 이어나간 모스트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들은 ‘우승’이라는 자랑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서일대는 몰라도 모스트는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캠퍼스크루랩배틀 우승팀 ‘서일대 모스트’


인맥힙합으로 우승? “최선을 다해 음악을 만들고, 정정당당하게 노력한 것.”


토너먼트 형식으로 두 개의 팀이 랩으로 대결하는 ‘캠퍼스크루랩배틀’은 캠퍼스잡앤조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대전 동영상을 보고 지지하는 팀을 댓글로 남겨 댓글의 숫자로 승부를 가린 것. 이 때문에 우승한 서일대 모스트에 대해 실력이 아닌 일명 ‘인맥힙합’으로 우승했다는 비난의 소리도 들렸다.


“사실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가 규모도 그렇고 학생 수도 가장 작은 학교에요. 투표라는 평가체제가 있었고, 그 안에서 열심히 노력한 것뿐인데 ‘인맥힙합’이라는 말까지 나와서 의아했죠. 속상하기도 하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모스트였기에 실력이 아닌 인맥으로 우승했다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무척 속상한 일이었다고 최현준 씨는 말했다.


1차전부터 ‘인맥힙합’ 논란이 나왔고, 본격적으로 ‘디스랩’으로 경쟁했던 2차전에서도 이들의 논란은 주된 먹잇감이 됐다. “저희가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팀에 비해 더 열심히 홍보한 것뿐이죠.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는 얼마든지 넘겨들을 수 있어요. 다만, 저희가 열심히 만들고 노력한 노래들이 ‘인맥힙합’이라는 단어로 가려지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2차전 디스랩 대전에 참여한 이대양 씨는 당시 상황을 생각하며 말했다. ‘인맥힙합’ 논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들의 곡에 묻어나는 진심을 읽었기에 모스트는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모스트라는 이름만 봐도 ‘게네 잘하지!’ 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노력할 거에요.”


“일어나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을 배움 아닌 깨달음으로 작가할 나이. 그래도 미래는 창대하고 젊다고 믿어.” 서일대 모스트가 결승전 노래로 선보인 ‘행복을 찾아서’ 라는 곡 일부다. 이 곡의 가사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 끝에 우승을 차지한 모스트는 오는 8월 25일 ‘대학힙합동아리연합’에서 주최하는 합동공연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스트의 특색을 살린 자작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쇼미더머니에 나갈 생각이에요. 돈 욕심인 것보다도 전국에 얼마나 많은 실력자가 존재하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거든요. 저는 앞으로도 랩을 계속할 생각이라 서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김경민 씨는 앞으로 평생 음악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반면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도 있었다. 같은 부원인 이대양 씨는 “아직 졸업 후에 음악 쪽으로 진로를 잡을지, 전공을 살릴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두진 않았어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거에요. 현재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스트’죠.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라며 자신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상반된 계획과 꿈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동아리 회장을 비롯한 부원들 생활의 중심에 모스트가 있다는 것이다.


“저에게 모스트는 말 그대로 MOST예요.” 이승현 씨는 모스트의 존재에 대해 이처럼 말했고, 다른 부원들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생 동아리지만, 이들의 포부와 노력은 그 누구보다도 원대했다. “서일대는 몰라도 모스트는 알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려고 해요. 학교축제는 물론이고, 외부행사에도 더 많이 참여해야겠죠. 그래서 나중에 모스트라는 이름만 보면 ‘게네 잘하지!’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하는 게 꿈입니다.”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