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파트너’부터 ‘영어 이름’ 까지…수평적 호칭 부르는 기업들

2000년대 초 CJ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깨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 차원에서 님 호칭을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쟁점이 된 것 중 하나가 수평적 호칭제도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OOO님'을 사용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변화는 수평적·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과정 중 하나다.


CJ, 2000년대 ‘님’ 호칭 첫 도입


님 호칭 도입의 시작은 CJ그룹이다. 2000년대 초 CJ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깨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조성 차원에서 님 호칭을 도입했다. 사내에서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전 임직원은 상·하급자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직원들은 그를 ‘이재현 님’으로 부른다.


CJ그룹의 결정은 회사 내 의사소통을 더 자유롭게 해 직장 내 선후배 간에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CJ CGV 관계자는 “님 호칭이 도입되면서 직급이 낮아도 서로 존칭을 사용한다”며 “처음엔 어색해도 서로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의견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님’ 호칭과 책임예산제 시행


님 호칭 문화가 자리 잡은 또 다른 기업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해 조직별 특징에 따라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책임예산제’를 도입했다. 이때부터 님 호칭 문화가 시행됐다.


책임예산제는 예산권한을 조직별로 가지도록 하는 제도로,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연봉, 보상체계, 승진기준, 채용 등이 모두 조직의 특성과 개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SK ‘매니저’, 신세계 ‘파트너’ 호칭으로 통일


님 을 대신해 기업만의 특별한 호칭을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 직책명을 유지하는 본부장, 실장 등을 제외한 직원들은 호칭을 매니저로 모두 단일화했다. SK는 과장·차장·부장 대신 이름 뒤에 매니저를 붙여 부른다.


제일기획은 2010년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프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광고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직급 체계를 개편했다.


신세계그룹은 직급체계를 기존 6단계 직급(사원-주임-대리-과장-부장-수석부장)에서 4단계 직급으로 줄이고 팀장을 제외하고 ‘파트너’로 호칭을 모두 통일했다.


카카오, 러쉬코리아 영어 별칭 사용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카카오는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별칭을 부른다. 이곳에서는 임지훈 대표이사도 ‘지미’라 불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직급이 높은 사람도 그냥 친구 부르듯이 편하게 별칭을 부르며 대화를 시작하니까 말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별칭 사용이 기존의 수평적인 문화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화장품 기업 러쉬코리아도 영어 이름을 부른다. 러쉬코리아 화장품 브랜드를 닉네임으로 정하는 이도 있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영어 이름 사용은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데 한몫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도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인 코노랩스는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른다. 코노랩스 관계자는 “영어이름을 부르면서 거리감이 없어졌다. 이 같은 문화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조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기업들은 호칭에서 직급 구별이 사라졌지만, 기존 진급체계 기준은 그래도 적용된다고 이야기했다. CJ CGV 관계자는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도 내부 직급은 존재한다. 그 직급에 따라 급여가 적용된다. 일부 부서에서는 외부 미팅을 위해 직급이 표기된 명함을 만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