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 모 기업의 마케팅팀 인턴사원으로 출근하게 됐다. 간절히 꿈꾸고 바랐던 마케팅팀 인턴이지만, 왠지 모르게 걱정이 앞선다는 그녀. 인턴 3주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떨리는 인턴 1일차, “나 떨고 있니?”
첫 출근 날, 오늘은 인턴OT와 더불어 팀 배정이 있을 예정이다. 첫날은 반듯한 정장차림을 입으라는 회사 공지에 아침부터 부랴부랴 단장을 시작한다. 흰 블라우스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검정치마. 평소 같으면 촌스러운 길이라며 입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인턴으로서 첫 출근이니만큼 단정하게 입기로 한다. 머리는 망을 해 단정함을 한 층 높인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회사 앞. OT 장소에 도착하니 나와 같은 처지의 신입 인턴 30여명이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 앉아있다. 회사 소개서부터 성희롱 예방 교육까지의 OT 일정을 마치니 11시. 회사 점심시간이 11:30부터 시작이니 팀 배정을 30분 안으로 받아야 한다.
6층에 위치한 마케팅팀. 무조건 밝은 미소를 유지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낯설고도 설레는 팀원들과의 첫 대면을 마친다.
긴장되는 점심시간, 간략한 자기소개를 한 뒤 식사를 시작한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밥 먹으랴 팀원들 대화에 리액션하랴 정신 없이 흘러간 순간이다.
첫 날 내게 주어진 업무는 엑셀 작업. 설문조사 결과물들을 취합해 엑셀로 정리하라는 사수님의말씀에 온 정신과 집중을 엑셀에 쏟는다. 1시간이면 끝날 일을 장장 3시간 가량에 걸쳐 만든 내 자신이 초라해지고 한심해진 순간이다. 그렇게 정신 없이 보낸 첫 출근 날, 반나절 막노동을 한 것 마냥 지치고 피곤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갑자기 엄마 아빠 얼굴이 그려진다. 지난 수십 년 간 이러한 회사생활을 하며 나와 동생을 키우셨다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앞으로 부모님께 잘해야겠다 다짐하며 집으로 향한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 일상, 조금씩 적응되는 중? 40% 적응완료!
학생 시절 평균 8시 기상을 했던 나, 이제는 매일 6시에 기상한다. 공복을 못 견디던 나이지만 아침식사는 가볍게 건너뛴다. 늘 편안한 옷차림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단정함이 최우선이다. 회사 셔틀을 타러 집을 나온 시각 7시 15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가느라 분주하다. 왠지 바쁜 현대인이 된 것 같아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셔틀에 올라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주어진 약 40분의 시간. 몇 시간 뒤 나를 위해 잠을 자주기로 한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여유도 잠시, 회사에 도착하는 순간 눈치 100단 모드로 돌입한다. ‘부장님이 지나가시지는 않을까?’ ‘어? 저 분 어디서 많이 뵀던 분인데?’ 막내 인턴답게 마주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기 바쁘다. 무엇보다 1층 카페에서 1000원에 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소위 말하는 ‘짬밥’이 생기면 사 마시기로 다짐하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직 초짜 신입이라 내게 주어진 일은 별게 없다. 간단한 카페 및 블로그 포스팅, 간혹 주어지는엑셀 작업이나 포토샵 작업 등이 전부. 때문에 바쁜 사원들 속에서 나는 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할 일 없이 멀뚱하게 있는 것은 금물. 딱히 일이 없더라도 열심히 일 하는 척! 바쁜 척! 척!척!척!이 필수다.
그렇게 황금 같은 점심시간, '한국인은 밥心'이라는 말을 가장 잘 실현하는 나이다. 낯선 팀원들 사이에서 긴장해 식욕이 없을 줄 알았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잘 먹는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지라 퇴근시간까지 버티려면 잘 그리고 많이 먹어둬야 한다. 살기 위해 먹는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점심시간 뒤 식곤증이 몰려오는 3시. 가방 속 작은 파우치에서 사탕들을 꺼내 팀원들께 돌린다. 당 떨어질 시간이라며 맛있게 드시라는 말과 함께. 사실 이런 행동이라도 해야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것이지만, 나름 색다른 사탕을 매번 다르게 준비하기 위해 신경 쓴다.
그렇게 안 갈 것 같던 시간도 결국은 가서 퇴근시간이 됐다. 1층에 도착하자 셔틀을 기다리는 다른 인턴 몇 명이 모여있다. 같이 모여 앉아 각자의 하루를 소개한다. ‘아, 나만 이런 것이 아니구나’ 안도감이 드는 시간이다. 그렇게 셔틀에 몸을 싣고 집을 가는 동안 ‘오늘 하루도 잘 버텼구나’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이렇게 6달을 버텨야 하다니!’라는 생각에 인턴을 괜히 지원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뒤로한 채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는다.
글 전소민(인하대 4) 대학생기자 thals_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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