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10시간 걸린 면접… 시작 10분 만에 나가버린 면접관?

광화문 청년희망재단 본사서 ‘청년 면접 실태조사’ 발표

취업준비생, ‘착한 면접’을 제안하다


‘청년 면접 실태조사’ 발표…취업준비생, ‘착한 면접’을 제안하다

7월 7일 서울 광화문 청년희망재단 본사에서 ‘청년 면접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렸다. 청년위원회 2030정책참여단 직접 현장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청년희망재단)



“저희도 다 알아요. 안 그래도 할 일이 산더미인데 저희를 신경 쓸 시간이 없으시겠죠. 하지만 면접관은 모르시죠? 우리 취업준비생이 한 번의 면접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취준생부터 배려해야 더욱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요.”


7월 7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청년희망재단 본사에서 ‘청년 면접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렸다. 청년위원회의 2030정책참여단이 직접 청년 1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면접 운영 실태와 청년희망재단과의 면접 지원 프로그램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였다.


발표회 전 재단은 청년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면접일정이 갑자기 변경되거나 합격이 취소되는 등의 부당함을 겪은 취준생이 좌절하는 모습을 그린 영상이었다. 영상은 주연을 맡은 취준생이 기업에 “우리를 배려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제주도 사는 A씨, 면접 취소당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비행기 표 환불

면접을 경험한 청년의 64.8%는 면접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면접 전에는 과도한 면접 대기시간(19.5%)과 일방적인 면접일정 통보(16.9%)를 가장 부당하게 느꼈다. 약속된 면접일정 변경(6.8%), 일방적인 면접취소(5.4%) 등의 답변도 있었다.

“2시간 반을 대기했는데 제 차례가 되니 면접시간을 10분 축소하더군요. 그러더니 면접 시작 10분도 안 돼 면접관 2명 중 1명이 나가버렸습니다. 왕복 10시간 걸렸는데 정말 허무했죠.”

“제주도에 사는데 서울 소재 기업에서 2차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면접 전 날 일정을 확인하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는데, 면접이 채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면접관에게 일이 생겼다며 면접을 취소해버렸습니다.”



롯데백화점 2013년 하반기 신입공채 면접이 11일 영등포 롯데 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20131011..
롯데백화점 2013년 하반기 신입공채 면접이 11일 영등포 롯데 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20131011..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면접 중에서의 불편함도 있었다. 적절하지 않은 질문(26.0%)이 가장 많았고 면접관의 태도불량(19.2%), 면접시간의 문제(13.2%)도 이유로 꼽았다. 적절하지 않은 질문으로는 경력이나 학력 등의 비하(48.2%)가 거의 절반에 달했다. 개인사 질문(43.9%), 성차별적 질문(42.1%)도 있었다.

“면접을 볼 때마다, 남자한테는 전공에 대해 물어보는데 저한테는 ‘여기 와서 언제 결혼할거야?’, ‘28살에 결혼하면 금방 그만두는 거 아냐?’ 등의 질문만 하더군요. 심지어 ‘일하려면 체력이 중요한데, 체력 좋다며? 여기서 의자 들어봐’ 라고 하더군요”

“면접관이 보자마자 반말을 하더니,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것 같이 생긴 게 성격은 예민한 것 아냐?’ 비아냥거리며 외모를 비하했어요.”

“면접자들 앞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올려서 만지고 있었어요. 이 사람들에겐 면접 보러 온 사람들이 저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될 정도로 하찮구나 싶었어요.”

면접결과 통보를 원하는 목소리도 컸다. 면접 후, 면접 결과 미 통보(18.6%), 일방적인 출근 일정 통보 및 강요(9.0%) 등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합격 취소를 당한 경우도 4.3%나 있었다.


“채용 전환형 인턴에 지원해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통보가 잘못되었다면서 메일로 불합격 통보를 해왔습니다. 전화도 없이요. 전화했더니 담당자는 퇴근했다고 하고요. 가족과 지인들에게 다 말해놓고 울며 기뻐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어요.”


“합격 결과 통보 날짜를 명확히 제시한 상태에서 면접이 진행됐으면 합니다. 합격 여부를 알 수 없어서 타 기업에 지원 시 불편함이 상당히 커요”



면접 학원비 평균 45만원… 면접 준비 비용 100만원 육박?


이처럼 청년들이 면접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데는 면접준비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 몫을 했다. 면접을 경험한 1068명의 청년들은 스피치 등 면접기술(43.3%), 기업정보 파악(39.3%) 등을 어려워했다.


‘청년 면접 실태조사’ 발표…취업준비생, ‘착한 면접’을 제안하다

면접에서의 가장 필요한 지원제도로는 컨설팅 지원(44.1%), 금전적 지원(29.7%)을 꼽았다.

이들은 실제 면접 준비를 위해 의상구매(60.0%), 기업 정보 수집(52.5%), 모의면접 그룹스터디(41.7%), 헤어·메이크업(37.3%), 면접 관련 서적구입(37.1%), 거주지 외 도시로 이동(24.7%), 면접대비 학원 등록(12.8%) 등을 해봤다고 응답했다.

항목별 평균 지출 금액을 살펴보면, 면접대비 학원 등록(45.1만원), 의상구매(25.9만원), 교통비(10.2만원), 면접 관련 서적구입(10.1만원), 헤어·메이크업(8.9만원) 등 순이었다.


‘착한 면접’ 해주세요… 청년희망재단 7월부터 자소서 및 면접 첨삭


이번 조사에 참여한 2030정책참여단원은 ‘착한 면접’을 제안했다. 면접자의 존중받을 권리, 접관의 성실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의무, 면접자의 알 권리와 면접관의 공지 의무를 핵심으로 내걸었다.


발표를 맡은 2030정책참여단원 김정현(남, 28세, 울산과학기술원 재학)은 “이번 발표를 통해 취업면접이 갑과 을이 아닌 존중과 배려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상처받는 친구들이 줄어들고, 상생의 고용문화가 정착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희재 청년희망재단이사장은 “청년들의 목소리인 실태조사 결과, 청년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및 면접 컨설팅과 실전 PT 면접 프로그램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청년희망재단은 7월부터 제1회 명품취업스쿨을 시작으로 매주 자소서, 면접 컨설팅을 진행한다. 일대일 기초상담을 통해 구직자를 진단하고 각 3시간씩 자기소개서, 면접 교육 진행 후, 일대일 사후 컨설팅을 통해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실전 PT 면접 프로그램도 실시해 면접 특강 및 일대일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