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대 1 경쟁률 제주개발공사, 알고 보니 물장사 큰 손

지난 5월 신입 공채에서 15.5대 1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공공기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에 취준생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회사는 공공기관인데다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가 근무지라는 특성상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요즘 청년층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 있기 때문이다.

제주개발공사는 회사명처럼 제주도를 개발하는 곳은 아니다. 제주도 산 생수인 삼다수의 주도권을 쥔 회사로서 음료업계에서는 큰 손으로 통한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 부동의 1위로서 이 판권을 가진 유통기업이 생수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유통 등에 대해 광동제약과 맺은 계약이 종료되는 해라서 삼다수를 누가 판매하느냐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동제약은 자사 전체 매출의 30%에 달하는 삼다수 판권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광동제약 이전 삼다수 판권을 갖고 있던 농심이나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CJ 등 여러 기업들의 물 밑 경쟁이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공고는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로 예정됐다.


또한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는 생수업계 최고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근 아이돌 스타를 기용해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 광고전에 나서는 등 판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수를 개발, 유통까지 하는 데는 축적된 노하우와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이 요구되지만 삼다수의 이미지가 강렬한 탓에 청년층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 또는 ‘철밥통’ 인기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청년층의 민심을 반영한 듯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까지 나서서 제주개발공사에 공정한 채용을 주문한 바 있다.

제주 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의 효자상품이지만 농심이 이 제품을 유통하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봉이 김선달’, ‘폭리’ 등의 오명을 뒤집어 쓴 바 있다. 시중 생수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으로 농심이 비난 여론에 직면했지만 정작 삼다수의 판권을 가진 제주개발공사는 직접 유통업체가 아닌 까닭에 다행히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었다.


한편,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2014년부터 김영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1958년 제주 출생으로 제주제일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왔다. 광동제약 이전 삼다수를 유통했던 농심 상무 출신인 이력이 눈에 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