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재 후 네이버 토요웹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기작 ‘프리드로우’의 전선욱 작가는 이제 서른이 된 젊은 웹툰 작가다. 대학 시절 게임회사 취업을 준비하다가 ‘네이버 도전만화’에 프리드로우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었고, 정식 웹툰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 매주 금요일 밤이면 프리드로우 업뎃을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전선욱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네이버웹툰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 “게임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겨요”


쿡방의 인기로 쉐프들이 뜨더니, 최근에는 웹툰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줄줄이 출연하고, 몇몇 인기 있는 작가들은 억 소리나는 연봉을 받기도 한다. ‘배고픈 직업’의 대표 주자였던 만화가에 대한 입지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수많은 경쟁작 속에서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하고,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마감일을 지키는 근성을 갖춰야한다.


데뷔작 하나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선 전선욱 작가는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운’만으로 2년 넘게 1위 웹툰 자리를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의문은 풀렸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만화를 그려온 성실함’, ‘꼼꼼한 취재로 만드는 생생한 에피소드와 그림’, ‘만화를 사랑하는 마음’.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졌기에 슈퍼루키 전선욱 작가가 탄생한 것이다.


네이버웹툰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 “게임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겨요”


2013년 네이버 연재를 하면서 굉장히 주목을 받았는데, 정식 연재 기회를 얻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인터넷에 꾸준히 만화를 올렸고요. ‘프리드로우’는 군대 전역 전, 스토리를 생각했던 작품이에요. 전역 후 연재를 시도하면서 리메이크를 몇 번했다가 대학 졸업 전 졸업작품을 끝내고 난 뒤 본격적으로 리메이크를 해 네이버 도전 만화에 연재했죠. 그리고 한국콘텐츠 만화 매니지먼트 사업 선정작으로 꼽혀 정식 연재를 하게 됐어요. 대학 졸업 전에 웹툰 작가로 데뷔를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죠.


대학생 때 작품을 시작했는데, 대학생 이야기가 아닌 고등학생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당시 웹툰을 보는 주 독자층은 10대였거든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면 독자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연재를 위해 늘 ‘10대들의 관심사가 뭘까’ 생각하죠. 저는 이제 서른이 됐지만요.(웃음) 10대 독자들과 SNS 친구를 맺고 타임라인을 보면서 도움을 받아요.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가나요?

작가마다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은 달라요. 어떤 작가는 완결까지 모두 만들어 놓고 진행하기도 해요. 저는 큰 방향만 잡아놓고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편입니다.


보통 한 편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궁금해요.

5일 정도 걸려요. 하루는 스토리를 짜고 3~4일 정도는 그림을 그려요. 마지막 날에는 편집하고 작업을 마무리하죠. 5일 정도는 거의 쉴 수 없다고 보면 돼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거 빼면 쉴 수가 없어요. 금요일 저녁에 마감을 끝내면 그때부터 하루 이틀은 휴식을 취하죠.


쉬는 날에는 뭘 하고 지내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해요. 어제도 지인들과 함께 경주와 부산을 다녀왔어요. 마냥 놀러간 것은 아니고요. 곧 프리드로우에 수학여행 에피소드가 나올 예정이거든요. 작품에 필요한 자료 사진도 찍을 겸 다녀온 거죠.


네이버웹툰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 “게임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겨요”

△함께한 대학생기자 박소연(서원대 2), 안수연(연세대 2), 박상욱(세종대 3)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겠어요.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반년정도 됐어요. 금방 다시 생길 줄 알았는데, 기회가 없네요.


프리드로우의 캐릭터는 모두 개성이 뛰어나요. 실제 인물을 모델로 만든 건가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해 만든 캐릭터가 많아요. 특히 ‘동까’는 제 동기를 모델로 했죠. 중고등학교 후배였고, 대학 때는 재수해서 만난 동기예요. 동까와 외모는 비슷하게 생겼는데 성격은 달라요. 보통 실존 인물의 외모나 이름 등만 차용하는 경우가 많죠.


요즘은 웹툰을 원작으로한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만약 프리드로우도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되길 바라나요?

캐스팅은 따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이민지 캐릭터는 사실 배우 김소연 씨 사진을 보면서 그린 캐릭터에요. 나중에 영화로 나오게 된다면 김소연 씨가 맡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팬입니다. SNS도 팔로우 하고 있어요.


웹툰 작가로 데뷔하고 난 뒤, 생각했던 삶과 다른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그릴 수 있고, 수입도 나쁘지 않아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제가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이 올라가고, 가끔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있으니 신기하죠. 사실 만화가라는 직업이 굉장히 힘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도 회사에 취직하길 바라셨고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기회가 돼 웹툰 작가로 데뷔했는데, 훨씬 더 만족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작업할 때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업실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제가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업실을 일부러 졸업한 대학교 근처로 잡았어요. 아직 학교에 아는 친구, 후배들이 있거든요. 작업하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을 만나요.


웹툰 작가 중 친한 분들은 누구인가요?

‘복학왕’의 기안84, ‘알게뭐야’ 김재한 작가, ‘연애혁명’ 232작가,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작가 등과 친한 편이에요. 특히 232작가님이 작업하는 걸 보면 놀라워요. 얘기를 들어보면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분량도 많고 그리는 시간도 길어서요. 저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쉬는데, 그렇게 작업하시는 걸보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외모가 훌륭하기로 소문난 작가님들과 유독 친하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도 ‘네이버웹툰 4대미남 작가’로 꼽히시더라고요.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내가 저기에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네이버웹툰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 “게임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겨요”


웹툰 작가들은 한 번씩 휴재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보통 휴재 기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작가마다 다른데 보통 1~2달 정도 휴재를 하면 미리 여러 편을 만들어 놓더라고요. 저는 한 달 정도 휴재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키나와 에피소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 취재를 다녀왔고, 다음 편을 준비했죠. 하지만 휴재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작품의 인기가 식는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프리드로우는 학원 시트콤 장르잖아요. 개그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될 것도 같아요.

프리드로우에서 개그적인 부분은 100 중에 70정도인 것 같아요. 작품에서 보이는 개그적인 부분은 억지로 의도해서 넣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작품을 하다보면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가벼운 듯 보이지만 프리드로우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숨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갔어요. 군대에서 대학 시절을 돌이켜보니 되게 재미없게 살았더라고요. 수업 끝나면 알바 갔다가 집에 가는 걸 반복했거든요. ‘나는 왜 그렇게 재미없게 지냈나’ 후회가 됐어요. 그래서 복학해서는 이것저것 열심히 했죠.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고, 여행도 다니고요. 어릴 때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하고 재미있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웹툰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들을 계속 어디론가 보내잖아요. 일본도 가고, 곧 수학여행도 가고, 언젠가 미국에도 보낼 거예요.(웃음)


차기작에 대해 생각한 것이 있나요?

아직 없어요.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 5년 동안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 먹었거든요. 벌써 2년 반이 훌쩍 지나갔네요. 아직도 프리드로우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습니다.


네이버웹툰 ‘프리드로우’ 전선욱 작가 “게임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겨요”


대학생 중에도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혹시 그림을 배우지 않아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해야한다는 거예요. 주1회 연재를 하는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정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힘들어하죠. 가끔 쉬고 싶고 놀고 싶어지거든요. 때문에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일단 만화 그리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야하고, 여기에 연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합니다. 중고등학교때 주변에서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공책에 꾸준히 그려 계속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친구들은 조금 그리다가 말고 다른 것을 시작하곤 했죠. 그것보다는 꾸준히 한 작품을 그려야 실력이 늘어요. 그리고나서 스토리를 갖추고, 거기에 맞는 그림 실력을 갖추면 돼요. 감탄할 정도로 그림을 뛰어나게 잘 그릴 필요도 없어요. 스토리에 맞는 그림체를 가지면 되죠. 병맛 개그라면 조금 가볍게 그리고, 진지한 스토리라면 극화체가 어울리고요.


20대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려요.

20대 때 청춘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는 거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면서 즐거운 일을 마음껏 하길 바라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