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량진 지고 강남역 학원가 뜬다

6월 27일 아침, 강남역 출구를 나온 학생들이 어학원으로 향했다.


6월의 마지막주 월요일인 27일 아침 6시 30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직장인이 아닌 대학생이 쏟아져 나왔다. 방학이 시작되면서 처음 맞는 월요일, 이들이 향한 곳은 강남역에 있는 어학원이었다.


강남역에는 YBM을 비롯해 영단기, 해커스, 파고다 등의 어학원이 몰려있다. 방학은 학원가의 성수기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강의실 앞에 길게 줄을 선 수강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시기다.


7월 4월 개강을 앞두고 이미 각 어학원의 인기 강의는 마감됐다. 영단기 어학원은 예상 수강생보다 희망자가 늘어 다섯 차례나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영단기 어학원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되면서 6월과 비교해 7월 수강 인원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르포] 노량진 지고 강남역 학원가 뜬다

학원 접수창구에서 학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여름방학 특강 7월 4일 시작…학원가 비교적 한산

이날 학원 주변은 방학 특강이 시작되지 않은 탓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6월 월수금 반의 종강 날이기도 했다.


학원 로비에는 김밥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는 한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아침 수업을 위해 5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고 했다. 건축학과 2학년인 그는 “7시부터 9시까지 수업을 듣고 있다. 일찍 수업을 듣고 나면 하루가 길어서 좋다”고 말했다.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는 한 학생은 “오후 수업은 수강생이 많다. 사람이 적어야 수업 집중도가 높다”며 “휴학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어학 점수 취득을 목표로 삼았다. 목표점수는 토익 950점이다”고 말했다.


학원 접수창구에서는 상담을 받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한 어학 강사는 “신토익으로 바뀌면서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늘었다. 신토익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 꾸준히 어학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들은 이번주 신토익에 대비해 특강을 진행한다. 29일은 파고다 어학원이 30일에는 영단기 어학원이 특강을 개최한다.


[르포] 노량진 지고 강남역 학원가 뜬다

학생들이 학원 스터디룸에서 공부 중이다.


노량진에서 강남으로…공무원 준비생 눈에 띄어

최근에는 강남역에서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형 학원들이 강남에 문을 열면서 노량진에서 학생들이 강남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학생 다섯 중에 한 명은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공무원 준비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학습장소로 강남역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오전에는 영어학원, 오후에는 공무원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강남역에는 공무원 학원뿐 아니라 어학원도 많아 이동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포] 노량진 지고 강남역 학원가 뜬다

오후 2시가 넘어선 시각 강남역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은 저마다 노트북이나 책을 보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커피전문점 대학생으로 붐벼

강남역 일대 카페는 대학생의 대표적인 모임장소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일컫는 카공족(카페공부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강남역 일대 카페에도 책을 펴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흔히 찾을 수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선 시각 강남역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은 저마다 노트북이나 책을 보는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이들 중 다수는 학생들이었다.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한 학생은 영어 학원을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영어 회화 새벽반 수업을 듣고 바로 카페로 향한다. 카페는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기에 좋다. 적당한 소음이 있어 영어 말하기를 연습하기에도 제격이다”고 했다. 그는 카페에 오면 평균 3~4시간은 머무른다고 말했다.


카페 한쪽에서는 스터디모임이 진행 중이었다. 이들은 영어 학원 수강 후 매일 카페에 모여서 스터디를 진행한다고 했다.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은 “카페에는 와이파이 등이 잘 잡혀 자료를 찾기도 쉽다”고 말했다.


[르포] 노량진 지고 강남역 학원가 뜬다

강남역 일대에는 스터디카페가 많다. 스터디카페는 카페와 독서실의 중간 개념이다.


강남역 일대에는 커피전문점 외에도 스터디카페가 많다. 스터디카페는 카페와 독서실의 중간 개념이다. 스터디카페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와 함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다. 강남역 일대에만 스터디카페가 20여 곳 이상 존재한다.


스터디카페가 많아 학생들 역시 스터디 장소로 강남역을 선호한다. 한 취업 커뮤니티에는 강남역 스터디를 모집하는 공고가 하루 평균 10건이 올라온다. 스터디 유형도 취업, 어학, 금융까지 다양하다.


이날 오후에도 강남역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1시부터 4시까지 스터디를 진행한다는 이들은 인문 상경계열 학생들로만 구성된 스터디모임이었다.


스터디모임을 주최한 학생은 “월, 목 두 차례 모임을 가진다. 월요일인 오늘은 시사브리핑, 자기소개서분석, 인성면접 등을 진행한다”며 “장소는 주최자가 모임 당일에 섭외하는데, 강남역은 신분당선과 광역버스가 다녀 모임을 진행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