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6월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 대강당에서는 2016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가 개최됐다.


이날 박람회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함께 주최하는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의 5회차 행사였다.


박람회는 구직자가 사전 신청하고 지역 내 기업과 매칭 후 취업까지 연결해 준다는 계획에 따라 기획됐다.


5회차 박람회 주최를 맡은 서울시와 송파구 역시 청년부터 장년까지 다양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송파구는 이번 취업박람회에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아시아종묘 등 30여 기업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영업, 패션MD, 프로그램 연구개발, 사무직, 매장매니저, 캐셔, 판매, 조리, 산후관리사 등 다양한 직종의 현장 채용 면접이 진행된다고 홍보했다.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기자 역시 박람회가 청년 실업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직접 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무너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람회 행사장에 들어서자 청년층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중심이 된 젊은 층과 40~50대 중장년층이 참여자의 대부분이었다.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어렵사리 정장 차림을 두 여대생을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경영학과 4학년이라고 밝힌 김모 씨는 “홈페이지 공고를 접하고 현장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괜찮은 기업들이 참여한다는 소문에 면접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참여자들 연령대가 높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역시 “참여 기업의 모집 나이가 무관이라고 표기돼 있더라. 직무도 단순 정리 등이어서 대졸자가 지원할 분야가 아닌 것 같았다. 도서관에 앉아있는 것보다 박람회 현장에 오면 얻어가는 것이 더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전문대 졸 이상의 학력을 둔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전문대 졸 이상 지원 가능이라고 표기한 기업의 부스는 한산했다.


해당 기업 채용담당자는 “구청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참여했다. 목표는 청년층 채용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행사가 시작하고 한 시간 가량이 흘렀지만 원하는 나이(20~30대)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롯데월드, 롯데쇼핑 등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들도 참여했다. 청년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채용 내용을 보며 이야기가 달라진다.


롯데쇼핑 잠실점은 롯데백화점 사은 행사장, MVG라운지 부문 채용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채용담당자에게 롯데그룹 정규직 채용이냐고 묻자 “아르바이트 채용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채용담당자는 “대졸 채용은 그룹 공통으로 이뤄져 우리가 따로 진행할 수 없다. 오늘 채용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롯데월드 채용담당자 역시 “오늘 박람회는 구직활동이 힘든 장애인이나 노년층을 위해 행사다. 청년층 서류 접수도 하지만 온라인에 공고된 채용의 연장선일 뿐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정규직원 250여 명 규모의 한 종합 식품 회사는 현장에서 조리보조 업무만을 모집했다. 대졸 채용은 없느냐고 묻자 기업 채용담당자는 “대졸 채용은 취업 포털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박람회 현장에서 채용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며 “이번 박람회 참여는 온라인 사용이 서툰 중장년층을 위해서다”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청년층이 소외된 서울시 찾아가는 취업박람회. 송파구 관계자는 “청년층을 채용하는 기업을 많이 유치하려고 했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없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