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네 나이 때는 말이야~’ 조선시대 면접관부터 ‘사생활을 캐묻는’ 디스패치 면접관까지

- 인격모독 면접이 압박면접으로 탈바꿈? 해결책이 있을까?


Business meetings.  Job interviews.  People waiting.  Focus on the shoes.
Business meetings. Job interviews. People waiting. Focus on the shoes.


익명을 요구한 A양은 최근 마케팅 대행사 입사면접에서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면접 내내 반말을 내뱉은 것은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 그녀는 최악의 면접 경험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면접 도중 ‘인생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묻는 질문을 받았고, 그녀는 ‘섣불리 도전하여 실패한 창업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면접관은 말을 자르고 이렇게 말했다.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진득하게 끝까지 하는 법이 없어. 내가 네 나이 때는 말이야~”로 시작한 면접관의 신입사원 시절 영웅담은 40분으로 내정되어 있던 그녀의 면접 시간 대부분을 차지해버렸다.


이와 같은 사례는 A양의 사례 이외에도 취업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 후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로 취업준비에 뛰어 든 B양은 식품업계 면접에서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겪었다. 여러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 경험을 들은 면접관은 그녀에게 “역마살이 있나~ 여자가 이리저리 정착도 못하고 하는 거 보면, 본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편부모 살아가는 그녀에게 “부모님이 언제 이혼하셨나? 그래서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한데 말이야, 쯧.” 등 사생활을 캐묻고, 직무와 연관 없는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었다.


취준생이 겪은 최악의 채용갑질은? 해결책 없는 인격모독 면접


불쾌한 면접, 해결책은 있나?


이러한 황당한 면접을 겪고 있는 취준생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3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을 본 경험이 있는 취준생 1533명 중 74.5%가 ‘꼴불견 면접관’을 만나 불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여성 취준생은 75%로 남성 취준생(73.8%)에 비해 다소 높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쾌감을 느끼게 한 면접 유형으로 ‘반말로 질문받은 면접’이 33.2%(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스펙과 이력으로 무시 받은 면접(24.5%, 복수응답)’ ‘결혼여부와 외모 등 직무와 관계없는 질문을 받은 면접(23.7%, 복수응답)’ 순이었다. 이밖에도 응답자들은 ‘대답하는 도중 말을 자르는 진행(20.6%, 복수응답)’ ‘회사 자랑만 들은 면접(6.1%)’ 등의 이유로 불쾌감을 경험했다고 발했다.


이처럼 ‘인격모독적인 면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이에 대한 명확한 대처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는 인격모독 면접을 ‘압박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에둘러 표현하고 있으며, 취준생들은 ‘합격결과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인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실제로 불쾌한 면접에 관해 ‘이의를 제기했다’는 응답은 32.2%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는 응답(67.8%)의 절반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의를 제기한 취준생들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하고 ‘합격한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점을 알렸다’는 식의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준생이 겪은 최악의 채용갑질은? 해결책 없는 인격모독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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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어디에도 '취업/면접 전형'에서 입은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무성의한 답변, 상처받는 취준생들


관계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례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격모독 면접 사례를 접하고 고용노동부에 직접 ‘기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무성의했다. “진정서를 제출하세요.” 이뿐 아니라, 실제로 고용노동부 민원신청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취업에 대한 진정서’는 어디에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두 번째 전화에서 고용노동부는 “진정서 양식이 없으면 홈페이지 체험마당에 있는 국민행복제안을 이용하세요.”라 답했다. 현실적으로 불쾌하고 부당한 면접을 겪은 취준생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하나도 없어보였다. 이어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알고 있냐는 질문에 고용노동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실제로 전화로 문의를 한 사례도 처음이다.”고 전했다.



취준생이 겪은 최악의 채용갑질은? 해결책 없는 인격모독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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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커뮤니티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인격모독 면접 경험담'


취업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잠시만 봐도 ‘인격모독 면접 경험담’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는 없어 보인다. 기업의 면접‘갑’질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취준생의 눈에서만 피눈물이 난다.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