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로 봉사활동…관악FM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


봉사활동과 라디오, 둘 다 대학생에게는 고등학교의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들이다. 봉사활동이란 학기마다 의무적으로 주어지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관공서를 여기저기 찾아 헤매던 학창시절 방학의 한 부분이다.


라디오 또한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하던 때에 좋아하는 스타들의 목소리로 새벽을 버티게 하던 힘이었다. 대학생들에게 이제는 더는 현재의 것이 아닌 과거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이 두 대상이 지금 관악 FM에서는 현재로서 존재한다.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은 관악 FM 하에서 서강대학교 봉사동아리인 ‘서강방송봉사단’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서강방송봉사단은 또래 청년층 및 바쁜 현대인과 사회복지 분야 간의 소통을 돕는 방송봉사를 실천하고자 2006년 2월에 창단되었다.


사회 복지에 대한 정보 전달과 이해증진, 현장 참여 유도를 위해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행전사)은 매주 목요일 관악 FM 100.3MHz를 통해 송출하고 있다. 행전사는 소외된 곳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일을 통해 사회봉사를 매체를 통해 보도한다. 이를 통해 청취자에게 사회복지에 대한 정보 전달과 이해 증진, 관심과 참여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교내 방송이 아닌 직접 전파를 통해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대학생들이 제작한다는 점이 매우 독특했다. 행전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찾아가 알아보았다.


행전사 제작팀은 매주 수요일 교내에 동아리방에 모여 방송 피드백 회의를 한다. 지난 방송을 듣고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나누며 방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진지하게 방송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졌다.


회의를 통해 방송이 많이 개선되었냐는 질문에 황준섭(서강대 전자 4) 씨는 “시험을 본 후에 오답 노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분석을 하고 다음 시험을 대비하는 것처럼 저희는 방송 피드백을 통해서 각 직무별로 개선점을 이야기하면 확실히 다음 방송에서는 좀 더 완성된 느낌이 든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라디오로 봉사활동…관악FM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


라디오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방송이라는 점을 언제 느끼곤 하냐는 질문에 김상혁(서강대 국어국문 2) 씨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들으면서 메신저를 통해 단원들과 방송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느낌이 새로웠다. 피드백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방송 제작 인원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기자의 궁금증에 “단원이 스무 명 남짓 되는데 서로의 일정을 고려하며 돌아가면서 방송팀을 정한다”고 단장 이민형(서강대 경영 2) 씨가 전했다.


오랜 시간 방송을 해왔기에 취재처를 정하기도 쉽지 않을 터이다. 취재처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이민형 단장은 “아무래도 청취자들이 기존에 알고 계실만한 봉사처는 피하는 편이다. 봉사라는 주제로 방송하는 만큼 좀 더 새롭고 독특한 봉사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쌍문동에 있는 ‘둘리뮤지엄’을 이색 봉사처로 추천했다.


이민형 단장은 “취재처는 봉사 포털 1365를 이용해 봉사처를 찾는 것이 기본이다. 특별히 취재하고 싶은 단체나 봉사현장이 있다면 1365를 통하지 않고 바로 해당 취재처로 연락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빅이슈코리아다.


취재처가 정해지면 담당자와 연락하여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보통은 봉사현장으로 취재를 나가지만 기자가 인터뷰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단체 취재로 실내에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평일 동안 바쁜 일정에 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이른 시간부터 인터뷰 장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현장 취재가 힘들어지는데 오늘은 실내에서 인터뷰를 하게 돼서 다행이다”고 정연호(서강대 영문 4) 씨가 웃음지었다.


이날 행전사 제작팀이 인터뷰한 단체는 평소 봉사단체와는 약간 색다른 단체였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관,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장애청년 드림팀’ 연수 프로그램의 선발팀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행전사 제작팀은 단순히 봉사활동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봉사 정신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복지 분야의 소식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디오로 봉사활동…관악FM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


인터뷰가 끝나면 녹음기에 담은 인터뷰를 DJ와 PD들이 방송에 적합하게 편집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현장감을 그대로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본 작업이 필수이다.


DJ와 PD들이 인터뷰 파일을 편집하면 작가들은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대본을 작성한다. 대본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송유진(서강대 미국문화 3) 씨는 “아무래도 교내가 아닌 외부로 송출되는 방송이기 때문에 용어를 선정할 때 많이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두 명의 작가가 대본을 나누어 쓰고 DJ들은 방송팀 인원에 맞게 대본을 준비해가면 녹음 사전준비는 완성이다. 학기 중에는 과제도 많고 수업도 매일 있기 때문에 대본을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고충이 있다. 이에 대해 황준섭(서강대 전자 4) 씨는 “방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대본을 올리려면 가끔은 밤새우면서 대본을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시험 기간 주에는 전주로 방송을 몰아서 한다”고 학업과 방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이야기했다.


모든 단원이 학교에서의 일정이 끝났을 저녁 8시 신촌이 아닌 관악구로 단원들이 모였다. 박주한(서강대 전자 4) 씨는 “아무래도 학생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낮에는 각자 일정이 많아서 이 시간에 녹음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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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도 방송에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를 멤버들은 보여주고 있다. 중간중간 NG가 나기도 하고 대본 실수나 엔지니어링이 미숙해서 녹음이 중단되는 모습도 보여줬다.


아마추어 방송인만큼 전문 방송만큼 숙련된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피곤한 일정 뒤에 이어지는 녹음임에도 단원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즐겁게 녹음을 하는 모습에서 프로 의식이 느껴졌다.

최윤정(서강대 독일문화 3) 씨는 “학교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교내방송에서는 정해진 매뉴얼대로 단지 ‘또박또박 잘 읽어야지’했었다면, 행전사는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분께서 방송을 들으니깐 이점이 굉장히 부담되면서 동시에 ‘더 잘해야지,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해야지’라는 마음도 든다. 방송도 좀 더 자유롭다”고 교내 아나운서로 있던 때와 행전사 DJ로 활동하면서 차이점을 말해줬다.


김소연(서강대 미국문화 4) 씨는 “평상시에는 까불고 장난스럽기만 한 단원들이 녹음할 때는 표정이 바뀌면서 진지해진다. 이런 새로운 모습을 같이 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녀는 녹음을 알리는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행전사는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관악지역에서는 FM 100.3MHz를 통해 실시간 청취가 가능하다. 그 외 지역에서는 튠인라디오나 팟빵과 같은 라디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취할 수 있다.


행전사팀은 소외된 계층에 알리는 하나의 소통공간이 되고 싶다며 봉사에 관련된 모든 취재요청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서강방송봉사단원들은 대학생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눔의 기쁨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청춘의 열정을 가치 있게 쓸 줄 아는 그들의 열정이 오늘도 대한민국의 한구석을 밝힌다.


김제이(서강대) 대학생기자 jeyeey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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