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을 만나다 “전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강남의 집 꾸미기를 도와주며 관심을 끌었던 제이쓴. 자신의 인테리어 노하우를 블로그에 올리고, 인테리어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는 그는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헌집줄게 새집다오’에도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지금도 대학생이지만!) 그가 어떻게 셀프 인테리어의 달인으로 거듭나게 됐을까. 제이쓴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모든 공간은 나의 도화지


제이쓴의 공간 디자인 철학은 사람 위주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간은 사람을 닮거든요. 집에 가서 한번 자신의 방을 보세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눈에 보일 거예요.”


그가 출연 중인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의뢰인들의 집을 스튜디오에 재현한 후 셀프 인테리어 배틀을 펼치는 프로그램. 제이쓴은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여 매번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모든 의뢰인의 집은 나의 도화지”라고 설명했다. “재료 하나하나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소품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것을 보면 의뢰인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인테리어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이쓴은 방송을 통해 선보인 인테리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개그우먼 박나래 편을 꼽았다. ‘즐거운 상상의 나래’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그의 인테리어는 ‘몽환적이고 강렬한 색채의 섹시한 게스트룸’이라는 박나래의 요구조건에 부합한 놀라운 결과물이었다. 그는 “공간을 보면 머릿속에 대략의 그림이 그려지는데 박나래의 집은 이를 잘 실현해 낸 집”이었다고 설명했다.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을 만나다 “전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박나래 편 캡처


가장 작업이 힘들었던 집은 일반인 특집으로 진행했던 ‘행복을 그리는 진주네’. 4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 짐이 가득 차 있고, 의뢰인의 키에 맞추려면 수납공간 활용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에서 의뢰인의 최종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있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주인을 더 떠올리고 배려해야겠다는 것이죠.”


방송 외에도 강연회, 인터뷰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는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모든 활동은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니고, 셀프인테리어를 취미로 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제로 따라할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방법을 소개하고 싶어요.”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을 만나다 “전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

△선글라스는 나의 트레이드마크!


저는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


제이쓴이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블로그를 통해서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는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원룸은 가격이 비싸 조금 더 저렴한 다세대주택을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 들어선 자취방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낡은 장판과 꽃무늬 벽지라니! 그는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했고 직접 동네 페인트 가게, 철물점을 돌며 저렴한 가격으로 자취방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2013년 여름, 그렇게 ‘제이쓴의 좌충우돌 싱글라이프’ 블로그(http://blog.naver.com/yeonjason)가 문을 열었다.


이후 그는 블로그에 ‘싱글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그렇게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하던 중 ‘제이쓴, 뭉개진 나사는 어떻게 빼요?’라는 쪽지를 받게 되었다. 쪽지를 보낸 사람의 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는 직접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오지랖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나사 빼는 걸 도와주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방의 문을 설치하고 있고, 페인트칠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오지랖 프로젝트가 시작 됐어요.”


오지랖 프로젝트는 단순히 남을 돕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그는 “다른 이들의 공간을 보면 어떻게 꾸밀지 눈에 그려졌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저는 지방 사람이라 원래 서울에 친구가 없었는데, 오지랖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구가 많이 생겼어요. 친구가 된 변호사 누나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공항에 가면 조종사 형을 만나기도 하죠. 인생은 참 재밌는 거 같아요.”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을 만나다 “전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


내 꿈은 제이쓴 스트리트를 만드는 것


“셀프 인테리어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어요. 그런데 힘들면 쉬다가 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도 잇잖아요. 내 공간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매력이죠.”

그는 다른 이들의 공간을 디자인하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고, 같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서적을 통해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 제이쓴은 이런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작업실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페인트 작업을 할 테니, 배우고 싶은 분은 모두 오세요.”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게를 꿈꾸고 있다. 함께 만들어 갈 그 공간은 공방, 식당, 인테리어 소품 가게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10년 안에 제이쓴 스트리트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도와준 분들에게는 평생 커피 50% 할인권을 줄 생각이죠!”


제이쓴은 스스로를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닌 ‘나이가 조금 많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다.

“제가 겪어보니 학교 안보다는 밖에 더 재미있는 활동이 많아요. 직접 나와서 해봐야 재밌는 일을 찾을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저지르세요.”


그는 대학생들에게 버킷리스트 작성을 추천했다.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 먹고 싶었던 것을 모두 적어보라는 것이다.

“제 버킷리스트요? ‘스카이다이빙 하기’, ‘거북이랑 수영하기’, ‘한지민 씨 만나기’ 정도가 되겠네요.(웃음)”


대학생의 인테리어 고민, 제이쓴이 해결해줄게!


Q : 흰 벽이 허전해서 꾸미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 남는 천이나 옷, 캔버스를 액자로 만들어서 꼭꼬핀으로 벽에 걸어보세요. 못질을 하지 않고도 벽을 꾸밀 수 있어요. 3M 커멘드 테이프도 추천해요. 저는 그걸로 집에 커튼도 달았어요.


Q : 자취방에 책상이 있는데 사용을 잘 안하게 돼요. 책상은 어떻게 꾸미는 게 좋은가요?


A : 조명을 달아 보는 걸 추천해요. 나무 조명이나 종이로 조명을 직접 만들어도 되고요. 일단 공간배치부터 바꿔보는 게 제일 좋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가구를 벽에 붙여 놓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가구 배치는 정답이 없어요. 자신이 직접 해보고 찾는 거죠.


Q : 방이 원룸인데 좁아서 너무 답답해 보여요. 넓고 시원해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좁으면 이사를 가세요.(농담이에요) 침구나 쿠션 커버, 커튼에 스타일링을 해보세요. 트로피칼 나뭇잎에 핑크를 더한 스타일링도 예쁘고, 린넨 소재나 패브릭을 사용해도 좋아요. 시원해 보이려면 초록, 핑크, 빨강의 조합을 추천해요.


Q : 살다 보니 방에 자잘한 짐이 너무 많아요.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 침대 밑 공간을 활용하세요! 만약 침대가 없으면 옷장 위나 싱크대 수납장을 활용하고요. 공간박스 여러 개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매트를 올리면 침대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요.


Q : 화장실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화장실은 소품 몇 개 놓는다고 변하지 않아요. 모든 공간은 바닥과 벽, 조명처럼 큰 틀을 바꿨을 때 달라지거든요. 화장실은 청소를 자주 하고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해요. 벽을 꾸민다고 시트지를 바르면 안돼요. 사람이 숨 쉬는 것처럼 벽도 숨을 쉬어야 하거든요.


글 전민서(서울여대) 대학생 기자 cha571@naver.com

사진 허태혁 기자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을 만나다 “전 원래 오지랖이 넓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