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연 신세계쇼핑 PD, “콘셉트 잘 잡는 PD가 시청자를 소비자로 만든다.”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5월 26일 열린 ‘미디어잡 2016 취업성공전략 특강 - 홈쇼핑 취업을 부탁해’ 에서 만난 신세계TV쇼핑 정주연 PD는 “PD의 한마디가 스텝 등 50명을 움직인다.”며 “컨셉 잘 잡는 PD가 시청자를 소비자로 만들고, 홈쇼핑 상품을 한 번도 안산 사람을 한 번 사게하는 고객으로, 한 번만 사본 사람을 고정고객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홈쇼핑 PD 20년차인 그는 “홈쇼핑의 역사가 곧 내 인생 역사”라면서 1995년 8월 1일이 우리나라 홈쇼핑의 태동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이 뻐꾸기 시계 4개, 39쇼핑(현 CJ오쇼핑)이 통합리모컨 10개를 판매한 실적이 홈쇼핑의 첫 매출이었다.”며 “이후 2002년 현대, 롯데, NS가 개국해 홈쇼핑이 5개로 늘었고 현재는 총 17개 사가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PD는 “홈쇼핑은 그 어느 유통점보다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다.”며 “2005년 감곡 햇사레 복숭아 2박스 상품이 30분 만에 무려 2만4000세트가 팔리고 2011년 뱅뱅스키니진이 1시간 만에 총 3만6000벌이 팔린 사례들을 보면 홈쇼핑의 매출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5년 11월 100만원이 넘는 의류관리기 LG 트롬스타일러가 분당 최대 주문액 7036만원을 기록하고 한시간만에 무려 43억 원 주문액을 돌파하는 등 홈쇼핑은 제조업, 생산업, 대기업 등의 상생발전을 유도하면서 일자리 창출도 하는 경제효과를 지녔다.”고 밝혔다.

특히 홈쇼핑이 처음 시작된 1995년 연매출이 34억 원에 그쳤으나 20년만인 2014년에는 9조 6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무려 2823배 증가한 것으로 볼 때 홈쇼핑 관련 업무는 앞으로 유망직종이라고 진단했다.



정주연 신세계쇼핑 PD, “콘셉트 잘 잡는 PD가 시청자를 소비자로 만든다.”


정 PD는 “홈쇼핑 회사에는 MD(상품기획), 쇼핑호스트(방송진행), PD(방송연출), 방송기술, 방송지원, 일반지원, 시스템, 콜센터 등 다양한 직군이 있다.”며 “이 중 PD가 하는 일은 MD가 상품을 들여오면 ▲제작미팅 ▲연출기획 ▲영상제작 ▲방송(녹화 또는 생방송) ▲편집(녹화방송의 경우)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미팅에서는 예를 들어 화장품 6개를 5만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2개를 본상품, 2개를 추가구성, 1개를 사은품으로 주자는 등의 방송 방향을 결정한다.”며 “이 때 가끔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PD가 조율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PD가 되려면 시대에 맞는 트렌드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문,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매체가 모바일로 옮겨가는 흐름과 특성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며, 사회적인 이슈, 인기프로그램, 유행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방송 송출 채널을 분석해 송출 채널 주변 채널을 이해하고 주시청자 연령층과 지역 등을 파악해야 하며, 유사/경쟁 상품과의 차별성을 파악해 소구포인트(키워드)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홈쇼핑 방송을 보는 중에 모바일로 가격비교를 해가면서 최종 구매로 연결되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한다.”며 “본인의 행동 패턴만 잘 분석해도 트렌드에 한결 다가갈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방송시간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왜 여행상품을 금요일 밤 늦은 시각부터 토요일 새벽 사이 판매하는지를 사례로 들었다. 일주일간 고된 회사생활을 마치고 집에 다소 늦게 귀가하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가장들이 여행 상품을 많이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또 라운딩이 한창인 일요일 아침 골프채를 판매한다거나, 여성들끼리의 모임이 많은 토요일 저녁 패션 상품을 파는 것도 예로 들었다.

그는 시청자에게 표현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홈쇼핑 채널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고 아쉬운 부분들을 정리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의 전달 방법을 물색함으로써 소비자(시청자)와 쇼핑에 대해 공감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컨셉 잘 잡는 홈쇼핑 PD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PD의 한마디로 50명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PD는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 및 자기 스스로 통제 및 관리 가능한 컨트롤 능력을 갖춰야 하며, 다양한 채널, 다양한 시청자, 다양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학습을 통한 포용력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즉석에서 볼펜을 판매하는 장면을 시연하기도 했다. MD로부터 볼펜을 시중가인 500원보다 2배 비싼 1000원에 팔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PD로서의 고민이 깊어진단다. 이때는 어떻게든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펜의 브랜드가 고급 볼펜인 ‘지브라’라는 점, 굵은 볼을 탑재해 악필도 어느 정도 감춰준다는 점, 적립금 지급 등의 방법을 동원해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PD는 친화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50~60대 카메라 감독, 30대 오디오 감독 등 다양한 연령층의 스텝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수다. 또 출연자의 경우 어린 아이부터 90대 어르신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과도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PD는 “최근에는 홈쇼핑 PD가 더욱더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과거 대기업 회장님들은 창업주 세대이기 때문에 검소, 소박, 신뢰 등이 덕목이었지만 최근 경영진은 젊은데다 해외에서 최신 트렌드를 많이 접한 분들이기 때문에 PD도 안목을 넓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장 힘들 때는 별로 좋지 않은 제품을 판매해야 할 때라고 토로했다. 이럴 때 스스로 고객에게 죄스러워 진다는 정 PD는 “제품에 부족함 점은 솔직하게 방송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예를 들어 사이즈가 작게 나온 옷은 ‘이 옷은 평균 사이즈가 작습니다.’라고 방송에서 언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거짓 광고를 하게 되면 과징금 처분이나 프라임 시간대 방송금지 등의 징계를 받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PD라는 업무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아침 방송을 할 때는 새벽 3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업무 강도가 세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야 하며, 밋밋한 직장인보다 ‘끼’를 갖춘 사람이 도전하면 좋다.”고 권유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