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조건은 '고생'?

'내일로'의 현실과 이상

내일로(Rail路)는 2007년 여름부터 한국철도공사에서 판매하는 패스형 철도 여행 티켓으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이다. '청춘의 특권', '젊음의 혜택'과 같은 수식어 덕분에 수 많은 대학생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기도 하다.


하지만 4박 5일, 혹은 6박 7일 동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입석 기차로만 전국을 누비는 여행을 두고, 모든 대학생에게 '특권'을 운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고생도 추억이고 경험으로 남는 것이 과연 청춘의 조건인 것일까? 넘쳐나는 내일로 인생사진과 맛 집, 추억 포스팅이 아닌 무덥고 무거운 내일로의 진실.


글 박도현(충남대 3) 대학생기자




청춘의 조건은 '고생'? '내일로'의 현실과 이상


Scene #1. '설국열차'에 탑승하셨습니다


내일로는 국내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입석, 자유석을 동계?하계로 나누어 년 2회의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스다. 2010년 초반부터 급속도로 판매량이 늘며 내일로는 청춘들의 추억을 쌓고 부진했던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이용률을 높여주었지만, 일반 열차 이용객들의 불평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간에 매년 20만 이상의 청년이 공간이 한정된 열차카페나 위험한 기차의 통로에서 여행지 사이를 오가다보니 열차 이용에 불편을 겪는 것이다. 실제로 열 명도 채 앉을 수 없는 열차카페는 내일로 이용기간이 되면 지나다닐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찬다.


이러한 실정은 일반 열차 이용자 외에도 내일로 경험자들에게 내일로는 한번쯤 가볼 여행이지만 ‘두 번 다신 안갈 여행’이라는 발전 가능성 없는 수식어도 만들어내게 했다.





Scene #2. '인증샷' 찍으려다 주민 피해만


SNS가 활성화되며 어딜 가나 인증샷, 셀피가 일상화되어있고 평범한 밥 한 끼마저도 항상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여행에서는 SNS에 게시하기 좋은 사진들을 찍어내려 애쓴다. ‘인생샷 찍기 좋은 여행지’, ‘사진 찍기 좋은 내일로 코스’와 같은 글 제목들이 상용구처럼 쓰이는 이유다.


주요 내일로 여행지로 손꼽히는 부산이 대표적이다. 국제시장은 부산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으로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지가 되면서 여행지로 인기다. 영화 상영이후 통행이 불편해질 만큼 시장 이용객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교통체증과 인파로 시장 자체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심지어 영화에서 주인공의 가게로 등장했던 <꽃분이네>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여행객들만 있을 뿐, 실제 가게 영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폐업 위기까지 닥치기도 했다.


국제시장 외에도 부산의 주요 여행지인 부산 사하구 감천동의 감천문화마을도 마찬가지. ‘부산의 미추픽추’라고 불리는 이곳은 마을 미술 사업을 통해 마을마다 특색을 살려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소위 ‘인생샷 건지기 좋은 곳’이다.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감천문화마을의 대표 포토존인 어린왕자 조형물은 항상 인산인해다.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수십분을 기다려야 하는 것. 또 이렇게 사진을 찍기 위해 인파가 모이면서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받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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