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나?"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오빠는 어느 회사 다니나?”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인가?"

"남자친구가 있는가?"
"결혼 계획은 언제인가?”


최근 취업준비생 ㄱ씨는 면접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면접관이 지원자 자신에 대한 질문보다 아버지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 많이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왜 면접관은 입사지원자의 부모에게 이토록 관심이 많은 것일까?

취업 면접 시간의 절반 이상 ‘부모 사업 얘기’, “저에게 궁금한 건 없나요?”

면접 시간의 절반 이상, 부모님 사업에 관해서만 물어


지난 4월 취준생 ㄱ씨는 A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얼마 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1차 실무진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진행한 2명의 면접관은 ㄱ씨에게 ‘취미가 무엇인지’, ‘성격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묻고 더불어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오빠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 날 진행된 임원면접에서는 부모 직업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전날 면접을 진행한 실무진이 메모해 놓은 것을 바탕으로 임원진은 그녀에게 ‘아버지는 무슨 사업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인지’, ‘사업장 위치는 어디인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면접 시간의 절반 이상을 아버지 사업 얘기로 소요했을 정도다.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의 면접 내용도 들을 수가 있었어요. 다른 지원자에게도 똑같이 아버지 사업에 대해 묻더라고요. 그 분은 아버지가 사업을 크게 하셨는지, ‘사업을 몇 년하셨냐’, ‘얼마나 사업을 크게 하시냐’며 더 자세한 이야기를 했어요. 사업 규모나 매출 등은 대놓고 물어볼 수 없으니 사업장 위치나 사무실 위치 등을 묻는 것으로 짐작하는 것 같았어요.”


취준생 ㄱ씨는 “왜 나를 채용할 면접을 진행하는데 나보다 부모님께 더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나에 대해 묻는 시간보다 아버지 사업에 대해 묻는 시간이 긴 것이 말이 되냐”며 허탈해했다.


또한 그는 “면접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들은 질문이 ‘남자친구 있냐’는 것이었다”라며 “다른 여자 지원자 3명에게도 똑같이 ‘남자친구 있냐’, ‘결혼했냐’, ‘결혼 계획있냐’ 등의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고 밝혔다.


채용 담당자 "부모 사업 묻는 게 무슨 잘못?"


해당 기업 관계자는 “부모의 사업 관련 내용을 입사 과정에서 참고한다”라며 “우리 회사와 관련성 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면접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단, 관련 없는 사업이라고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다. 당락과는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덧붙여 “해외영업 분야의 학생들을 뽑다보니 부모의 사업 관련 부분을 참고로 한다. 부모 사업의 영향을 받아 해외에 얼마나 자주 나가는지, 해외에 거주해 봤는지 등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부모의 사업에 관해 묻는 것을 학생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5곳 중 1곳, 부모 배경이 채용 평가에 영향 미쳐


최근 사람인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7곳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가족, 연애 등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기업 5곳 중 1곳은 채용 시 부모의 배경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의 인성이나 가치관의 기업 적합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채용과정에서 사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질문은 지원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어 평가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도 높다”라며 “이로 인한 불쾌감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니라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