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책] 20대 전직 모델 엘라의 건강 레시피 '엘라처럼 쉽게 만드는 맛있는 자연식'


‘슈거 몬스터’라 불릴 만큼 단맛 탐닉자였던 엘라는 원래 화려한 런웨이를 누비던 패션모델이었다. 그러나 19세이던 2011년, 기립성빈맥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그녀의 일상은 올스톱된다. 현대의학도, 대체의학도 소용없던 절망의 시간…… 결국 그녀는 음식을 통한 치유를 선언한다.


주식이나 다름없었던 고기, 버터, 우유,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았고 여기에 가공이나 정제 과정을 거친 먹거리,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것들도 일절 손대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 어렸을 때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과일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각종 곡물, 견과, 콩류의 식품에서 맛의 신세계를 발견한다.


3년여 간의 고군분투 끝에 엘라는 완치에 이르고 그 과정에서 만들게 된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가족에게만 공개하는 등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했던 블로그(http://deliciouslyella.com)는 이제 영국을 넘어 맛도 있으면서 손쉽게 만드는 자연식 레시피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필히 방문하는 블로그가 되었다.


이 책은 난치병 판정을 받고 스스로 회복한 20대 아가씨의 이야기와 그녀를 일으켜 세운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몸에 이로운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이 있다. 건강에 좋다니까, 살이 빠진다고 하니까 억지로 먹고 있다는 식의 불평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왜 몸에 이로운 음식은 맛이 없을까? 사람들은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 음식을 찾지만 쉽지 않다. ‘슈거 몬스터’에서 이제는 ‘건강식의 여왕’으로까지 불리는 엘라 우드워드의 블로그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이 같은 사람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지루한 건강식이 아닌 젊은 감각의 건강식, 맛있는 건강식 레시피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블로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시피 100가지를 만날 수 있다.


NO 설탕, NO 글루텐, NO 고기, NO 유제품

2015년 대한민국은 ‘슈거 보이’ 백종원 셰프의 해였다. 같은 시간,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과거 ‘슈거 몬스터’였던 엘라 우드워드라는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둘 모두 요리 초보자들도 금방 따라할 수 있겠다 싶은 ‘쉬운’ 레시피로 음식을 만드는데 ‘맛있기’까지 하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요리에는 극명히 다른 점이 있다. 백 셰프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설탕에 의존하는 요리를 하는 반면, 20대 초반의 아가씨 엘라의 주방에는 아예 설탕이 없다. 없는 것은 설탕뿐만이 아니다. 서양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치즈, 버터, 우유 같은 유제품도 보이지 않고 햄, 베이컨, 스테이크같은 육류도 없다. 저자가 몸이 성한 일반인도 아니고 희귀병을 앓았던 환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저자의 영양상태가 걱정스러운데 엘라는 이런 것들을 먹지 않아 도리어 몸이 좋아졌다고 하니 대체 그녀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품들은 어떤 것들일까.


저울도 필요 없다! 머그컵 하나면 OK!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엘라가 요리 블로그로, 또 요리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음식을 통해 치유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당시에는 주변에 채식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 때의 고립무원과도 같은 환경이 결국 오늘의 엘라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요리 레시피는 심플하다. 심지어 저울이 없어도 된다. 머그컵을 저울 삼아 재료를 가늠하고 휘리릭 만드는 그녀의 레시피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쉽기도 한데 맛있기까지 한 것이다. 엘라 본인도 자신이 만든 음식이 세간의 기존 레시피로 만든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는 자랑을 서슴지 않는다. 굳이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하지 않아도 엘라가 살아온 얘기, 살아가는 얘기들을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사진과 함께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현미, 메밀, 고구마, 마늘, 생강... 친숙한 식재료로 준비하는 자연주의 식탁

영국인이 쓴 요리책인데 현미, 메밀, 고구마, 마늘, 생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가 많이 보인다. 책에서 복잡하게 보이는 몇 안 되는 레시피 중 하나가 현미밥 짓기인데 매일같이 밥해 먹고 사는 우리에게는 일도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에게는 전기밥솥이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 덕택에 생카카오가루, 애플사이다 식초 같은 몇몇 식재료도 클릭 몇 번이면 바로 배송된다. 오히려 이 책을 보다보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생소할 재료를 많이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레시피를 담은 이 책이 출간된 지 1년도 안 돼 영국에서만 26만부가 넘게 팔렸다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 도서명: 엘라처럼 쉽게 만드는 맛있는 자연식

· 저 자: 엘라 우드워드

· 역 자: 정미화

· 출판사: 알덴테북스

· 가 격: 20,000원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