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 직장인 vs 구조조정 대상자, 어느 쪽을 원하시나요?



최근 한국을 대표해왔던 조선산업이 붕괴되다시피 하면서 각 회사별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이에 조선소들이 몰려 있는 거제도에 실직자가 속출하는 등 대기업부터 협력업체까지 공멸의 조짐이 보이자 롱런하는 직장인이 되려면 대학생이나 취준생도 회사 지원단계부터 산업경기 전망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엔저로 인한 선가 인하 등의 영향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나라는 신조(새로 배를 제작하는 것) 수주가 줄면서 세계시장 1위를 중국에 내줬다 되찾아오길 반복했다. 특히 해양플랜트로 인한 적자가 심화되면서 국내 조선 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 외형적으로 큰 회사의 겉모습만 보고 입사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신문기사 하나만 읽어봐도 지원할만한 회사와 불안한 회사를 알 수 있는데 정작 지원할 기업에 대한 경제기사 보다는 직무적성시험에 나올만한 거시경제 위주로만 준비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헤드헌터는 “대리급 이상 경력직은 부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되어도 이직을 꿈꿀 수 있지만 사원급의 경우 신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나이부터 실력까지 비교우위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무작정 대기업을 선호하기 보다는 지원하기 전에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비전을 바라봐야 한다.”며 “카카오가 다음을 합병하면서 퀀텀점프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한미약품이나 셀트리온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수주를 한 사례에서 볼 때 구직자도 어느정도는 선견지명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조선업처럼 호황을 누리던 업계 전체가 트렌드를 못 읽고 공멸한 사례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삼보, 세진, 주연, 현대멀티캡, 대우루컴즈 등 PC 업체들이 그랬고 MP3, 내비게이션, PMP 업체들도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견 PC업체에 근무한 적 있는 한 경력직원은 “한 때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가 PC업체였고 첨단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도 컸지만, 막상 회사가 기울어지고 나니 허상에 불과했다.”며 “당시 PC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정보 또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다면 첫 직장 선택에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