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1년 앞 트렌드를 내다보는 '패션 디자이너'


정두영

신원 반하트 디 알바자(VanHart di Albazar)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3가지인 의·식·주. 그 중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은 상황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흔히 패션 감각이 뛰어난 이들을 ‘패셔니스타’라 부르고, 그 반대의 이들을 ‘패션테러리스트’라 구분짓기도 한다. 누가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가 때론 그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하는 패션.

트렌드의 중심의 서 있는 정두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글 강홍민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



? 패션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나?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창조적인 감각으로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다.



? 패션 디자이너 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불리는데, 차이는 뭔가?

패션 디자이너가 디자인 분야만 맡는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기획, 생산, 마케팅, 홍보 등 브랜드의 모든 것을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보통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올라갈 수 있다.



? 그럼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마케팅 또는 영업 담당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환이 가능한가?

그렇진 않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위치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업무에서 디렉터로 전향하긴 쉽지 않다.



?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 달라.

이탈리안 모던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는 남성복 브랜드 ‘반 하트 디 알바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상품기획 및 브랜드 홍보·마케팅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 언제부터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했나?

대학 3학년 때 미국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의류 브랜드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1994년이었는데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갭(GAP), 베네통 등 SPA브랜드를 보고 컬처 쇼크를 받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서인지 팬츠 사이즈도 허리 사이즈와 다리 길이 사이즈가 각기 다르게 출시되더라. 미국을 다녀온 뒤 패션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전문학교인 ‘에스모드 서울’에 다시 들어갔고, 1998년에

패션 기업 신원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학교로 들어갔을 때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으니 당연히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지금이야 남성 디자이너가 많이 활동하지만 당시만 해도 故앙드레김, 이상봉 선생님 등 손꼽을 정도였다. 패션은 재밌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패션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기도 했다.



?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연세대 패션산업정보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수치나 마케팅 분야를 알아두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했고, 패션 마케팅을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2008년에 지이크 파렌하이트라는 브랜드를 론칭할 때 굉장히 많

은 도움이 됐다.



? 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일단 사람도 이름이 있는 것처럼 브랜드 이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의 콘셉트나 공략 타깃층, 유통망 및 가격 선택 등 준비할 것들이 무척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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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지이크 파렌하이트를 비교해 보면 1년 정도 걸린다. 물론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브랜드도 있다.



?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음…. 우선 첫 번째는 열정이다. 너무 뻔한 소리 같겠지만 옷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운 걸 만들고, 누군가는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디자이너로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열정인 것 같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좌우명이 두 개 있다. 하나는 ‘I have a dream’이다. 패션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무모한 꿈이지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자’라는 꿈이 있었는데, 물론, 지금도 그 꿈은 진행형이다. 그리고 ‘Never give up’. 절대 포기 하지 않는 애티튜드(태도)는 기본이다.



?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팁을 준다면?

패션은 유행이다. 그래서 많은 것을 봐야 한다. 잡지나 인터넷, 요즘엔 모바일을 통해서도 패션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폭 넓게 보는 것도 중요한데, 전시회나 공연 등 문화생활을 통해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나 또한 컬렉션을 준비할 때 여행이나 전시회를 통해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다.



? 패션 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그런가?

사실 일을 하다보면 날카로워질 때도 있고,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 패션 디자이너들은 모두 옷을 잘 입을 거라는 생각은?

그렇진 않다. 예를 들어 패션 아이템을 블랙만 고집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디자이너는 옷을 잘 입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를 잘 표현해야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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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의 장단점은?

우선 장점은 내가 만든 옷을 누군가가 구입해 입고 다니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단점은 그 옷을 아무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옷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쉽게 말하면 원단과 부자재(단추, 지퍼 등)를 준비하고 패턴을 떠서 재단하고 재봉을 거쳐 메이킹하면 옷이 완성된다. 옷 한 벌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6~7개월이 소요된다. 디자이너는 1년을 앞서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재 2017년 S/S시즌을 준비중이다.



? 지난해 SBSPlus ‘패션왕 비밀의 상자’에 출연해 시즌1·2 우승을 차지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시즌1 때는 방송인 김나영씨와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나영씨가 워낙 패션을 잘 알고 옷도 잘 입는 스타일이라 우리 팀이 우승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시즌 2때는 김종국씨와 함께 했는데, 종국씨를 만나기 전에는 패션테러리스트인줄 알았다.(웃음) 근데 의외로 패션 센스가 있더라. 서바이벌 형식이었는데 매 심사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방송 센스를 확인할 수있었다.(웃음)



? 매년 잡지나 방송을 통해 선보이는 패션 트렌드는 누가 정하는 건가?

보통 매년 소개되는 패션 트렌드는 그 시기의 경제 흐름 등을 예측하고 판단해서 트렌드가 형성된다.


? 디자이너 면접도 많이 보는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지원자를 선호하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많이 본다. 그 다음으로는 지원자가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도 체크한다. 물론,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출신 학교가 좋다고 해서 뽑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학력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패션디자이너의 전망은 어떤가?

전망은 아주 밝다. 현재 중국에서 K-팝에 이어 K-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 붐이 일어나면서 동남아까지 K-패션을 주목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중국으로 진출할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 얼마 전 패션업계의 열정 페이가 문제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 자체가 도제방식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인데,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사회도 변해야 한다.



?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패션머천다이저, 에디터, 블로거,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직종이 점점 세분화 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패션 피플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패션 피플을 꿈꾸고 있다면 무엇보다 열정 하나 만큼은 가슴 속에 지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