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특성화고 육성에 달렸다"


[1618] 국가경쟁력, 특성화고 육성에 달렸다


이동승 광주공고 NCS 총괄 교무기획 부장


최근 하루에 20여 통의 전화와 3~4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전학 문제로 학교를 찾아오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중3의 진로지도가 잘못된 학교 현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학년 말에 진로변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친절하게 안내해도 성에 차지 않아 곧바로 전학을 하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움과 동시에 학교 업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 같이 인문계고에서 학습이 곤란하고 적응이 안 돼 특성화고로 진학하길 원한다.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첫째는 중학교에서의 진로지도가 잘못된 것이다. 둘째는 특성화고 진학은 기초학습력이 부족하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과거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는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글로벌시대의 흐름 및 국가정책, 특성화고의 시대변화에 떨어져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나하나의 개인사정이 다르고 이해는 되지만 공부가 하기 싫고 학교에 남아 학습하기 싫어 특성화고로 전학을 신청하는 것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부모님과 학생들은 아직도 특성화고가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만 생각하고, 진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시간만 때우는 수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특성화고는 변화하고 있다.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이 특성화고를 선택하고 우수한 기술인재로 육성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현장에는 우수한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저숙련 저비용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을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 인건비의 해외 유출 문제뿐만 아니라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 창출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더불어 청년 실업률까지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수한 기술인재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서 육성해야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경험과 경륜이 쌓여 장기간에 걸쳐 생산력과 고용이 안정되어 기술력이 강화되고, 그에 필요한 적절한 보상과 승진이 주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국가기술 경쟁력 상승은 물론, 12.5%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도 해결할 수 있다.

맹목적으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고 진학이 70%가 넘는 비합리적인 국가의 인재양성 체계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은 없다고 한다.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대부분 60%를 넘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대체적인 현상이다. 이와 동시에 유럽의 선진국은 학력중심사회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능력중심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직업교육체제를 오래 전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직업교육을 우리나라도 현정부에서 새로운 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인 국가직무능력(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과 산학일체형(스위스,독일) 도제학교를 새롭게 적용했다.

최근 직업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국가 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특성화고 직업교육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현재 10여 년간 약 2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특성화고는 70~80년대, 2~3천 달러 시대의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선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교육환경과 패러다임은 특성화고 기술인재 시스템에서 우수한 기술인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기술인재가 되었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현재와 같이 글로벌 경쟁력이 치열해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적인 시장과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에서는 전문화된 창의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려면 현재의 70~80년대 낙후된 물리적인 실험실습과 교육환경에서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

21세기 10만 달러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려고 한다면 오래전 인적·물리적 실험실습 환경과 기자재, 교육행정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이 전교생이 함께 사용하는 실습실에서는 학생들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실험실습을 할 수 없다. 저학년들이 실습 기자재를 사용하고 나면 다시 원상태로 재확인 조립하고 조정을 해야 하는 시간적인 소요 문제와 다른 학생들이 제작하고 있는 실습 작품을 만지고 파손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번에 확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규정과 예산 문제가 수반될 것이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특성화고 교사들도 현장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전공 분야 현장실무역량을 증대시키는 산업체 현장연수를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도 우수한 기술인재를 육성할 수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5만 달러를 넘어 10만 달러의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자유학기제와 같이 좋은 진로지도를 정착시켜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올바른 진로를 탐색하고 선진국형 실험실습 환경을 개선, 우수한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날이 실현된다면 지금과 같은 청년실업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속히 직업교육시스템과 교육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