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2015년 9월 21일~2015년 9월 27일


비행기에서 1시간을 채 자지 못하고 도착한 뉴욕에서 제일 처음으로 한 일, 비행기에서 못다 잔 잠을 자는 것도 짐 풀기도 아니고 시티로 나가는 거였다. 티비 속에서나 보던 타임스퀘어를 참 오래도록 봤다.


나의 첫 감상은?

조금 더 화려하고,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조금 넓은 세상. 내가 꿈꾸던 맨해튼과 달리 그리 새로울 것도 딱히 좋을 것도 없잖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jet lag 상태가 나를 제정신이 아닌 배부른 소리를 지껄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살면 살수록 확실히 뉴욕은 뉴욕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뉴욕행을 준비하면서 내내 걱정했던 홈스테이는 위치와 가족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다. 5분 거리에 환상적인 뷰를 가진 아스토리아 파크도 있고, 너무 귀여운 7살 클로이와 4살 줄리안이 함께 산다. 7살 클로이만큼만 영어를 할 수 있었으면! 팝송을 들으면서 내가 진짜 이런 곳에서 아침 산책을 하고 있자니,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왔구나! 뉴욕!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그리고 두 번째로 내가 한 일은,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으러 가는 일이었다. 정신없던 첫날과는 다르게 조금씩 뉴욕에 온 걸 실감하고 나니, 모든 게 다 엔터테인먼트다. 파킹 된 자전거랑 로드 사인만 있으면 어디든 포토 스팟이 되는 곳.


완벽한 날씨의 주말. 내가 브루클린 브릿지를 걷는 건지 휴먼 브릿지를 걷는 건지 잠시 헷갈릴지라도, 여전히 내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브루클린 브릿지를 꼽을 거다. 흘러가는 물을 보는 일이 나는 참 좋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더 넓은 곳을 향해 제멋대로 흐르는 물길을 보면서 참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고 또 담아내니까. 그리고 그게 이스트리버니깐.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다 보니, 내가 뉴욕에 오면 꼭 하고야 말 것들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중

단연 첫 번째는 뉴욕 스트리트 패션 포토를 매일같이 찍어내는 일이었다.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누구를 어떤 식으로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수도 없이 계획하고,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고민만 수천 번하는 인생, 뉴욕에서만큼은 매 순간에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다짐했으니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상황을 설명하고,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야지! 했다. 막상 거리로 나가고 보니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정리하는 순간 모두가 지나가버린다. 뉴욕커들의 걸음은 진짜 빠르다. 생각할 틈을 안 준다. 처음 시도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마음에 드는 옷을 뒤따라가 셔터를 누르는 일뿐이었지만, ‘나 무조건 이건 제대로 하고 만다.’ 하고 돌아왔다. 영어부터 제대로 할 일이다.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지금까지 나에게 뉴욕은,


호스트 패밀리 막내 3살짜리 줄리안도 자기가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땐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고 강력하게 말한다거나, 뉴요커들은 신호등 따윈 시크하게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것.


너무 화려한 도시지만, 또 때로는 너무 한적하기도 하다는 것.


그 둘 사이에서 조율에 실패할 경우 오는 허탈감이 때로는 클 수도 있겠다는 것 정도. 앞선 나의 욕심이 스스로를 다운 시키고 있으니 조금 천천히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그리고 나는 아메리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 강을 보며 1인용 텐트 의자에 앉아 주말을 만끽하고 있는 아줌마의 뒤를 지나갈 때 숨을 크게 한번 참았다. 내일부터는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공부하는데 안 쓴지 오래된 머리라서 걱정이다. 공부 말고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게 큰일이 될 것 같다.





글·사진 Chloe Park


[디어뉴욕 1화]  Hello,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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