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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선배님을 대신할 배우가 충무로에 있을까요”

한 영화 관계자가 영화 <대배우>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오달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로 26년 간 연극과 영화를 거쳐 ‘대배우’로 등극한 오달수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무조건 하죠” 영화 &lt;대배우&gt;로 돌아온 ‘천만 요정’ 배우 오달수


-이번 영화가 오달수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는데, 얼마나 닮아있나?

닮긴 닮았다. 한 50%정도···. 촬영하면서 예전 연극할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


-영화 <대배우>가 배우 오달수의 첫 주연작이라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족하나?

언론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었는데, 부담이 커서인지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 시사회 끝나고 나서 복기랄까, 다시 한번 영화를 봤는데 꽤 괜찮게 나왔더라. 만족한다.(웃음)


-시사회 때 ‘나의 이야기가 닮아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음···. 누구나 추억이라는 게 있지 않나. 좋은 일들은 20년 전 일들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날 때도 있고, 괴로운 일들은 금방 잊혀지기도 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예전 연극할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극단에 처음 들어가서 연극 포스터를 붙이러 대학로에서 강남까지 다닐 때가 있었다. 그때 참 고생스러웠지만 그게 다 추억이더라.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의 기억들이 나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극 중 장성필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자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영화를 준비하면서 해본 특별한 경험이 있나?

자해가 메소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웃음) 배우들이 흔하게 하는 체중감량 정도는 해봤는데, 그동안 많은 걸 바꿔야하는 캐릭터를 맡진 않은 것 같다. 이번에 <국가대표2>를 촬영하면서 스케이트를 배웠는데, 운동 중에는 젤 힘든 운동이더라. 꼭 한번 도전 해보셨으면 한다.(웃음)


-극 중 장성필이 첫 영화에서 한 씬(scene)에 98번의 테이크(take)를 간 적이 있는데, 실제 촬영할 때 가장 많이 NG를 낸 적은 몇 번인가?

극 중 장성필처럼 그렇게 많이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첫 영화 ‘해적디스코왕 되다’촬영 당시 촬영 감독님이 칠순이 넘으신 분이었다. 촬영할 때 “야 임마! 너 거기 서 있으면 안 나와”라고 혼난 적은 있다.(웃음)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무조건 하죠” 영화 &lt;대배우&gt;로 돌아온 ‘천만 요정’ 배우 오달수

-첫 주연작인데, 촬영 현장에서 주연과 조연의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주연은 영화 전체를 보게 된다. 감독이 전체를 총괄하지만 주연배우 역시 전체를 챙기고, 영화를 같이 이끌어 가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촬영할 때 황정민씨가 현장에 찾아와서 “주인공하기 힘들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야 죽겠다. 어떻게 하면 좋냐“라고 했더니, 얄밉게 ”해봐, 그냥(웃음)“이라더라.


-출발은 연극 배우였다. 다시 연극을 할 생각이 있나?

연극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극단을 하고 있으니까···.(웃음) 2000년도에 극단 ‘신기루 만화경’을 만들어서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있고, 1년에 한번 정도는 무대에 서려고 하고 있다. 연극은 기회가 되는대로 할 생각이다.


-이번 영화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 10년 전쯤 영화 <박쥐>를 촬영할 때였는데, 당시 조연출이었던 석민우 감독이 지나가면서 “선배님, 담에 제가 시나리오 들고 찾아가면 꼭 출연해 주시는 거예요”라고 하길래 “어. 알았어”라고 말하곤 다시 각자의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지나가면서 한 약속이었는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 다들 그런 경험은 한번쯤 있을 거다. 스쳐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계속 기억에 남는···. 석민우 감독이 10년 뒤에 시나리오를 들고 왔는데, 읽어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세월이 그만큼 두터운 약속이 돼 버렸다.


-10년 전과 지금의 석민우 감독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현장에서 많이 놀랐다. 지금의 석민우 감독은 10년 전 조감독 때와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많이 생겼다. 감독으로서 배우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카리스마가 생긴 것 같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달콤한 인생>에서 명구라는 캐릭터다. 영화에서 3씬 밖에 안 나왔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 인물에 연민이 느껴지더라. 꿉꿉한 곳에서 사는 명구가 어딘가 모르게 해맑아 보이고 저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내가 연기를 했지만 좀 안쓰러웠다. 그래서 더 정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영화계에서 꾸준히 오달수를 찾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 왜 찾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하는데···.(웃음)


-조연과 주연,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맘에 드나?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주연은 영화를 이끌어 가야하는 부담감, 책임감이 있는 반면에 극을 긴 호흡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연기가 아주 디테일해진다. 매 장면마다 임팩트를 줄 수 없으니까 힘을 줄 땐 주고 뺄 땐 빼야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반대로 조연은 임팩트있는 모습을 한번 보여주고 나가면 되니까, 각자의 장점이 있다.


-<7번방의 선물>, <암살>, <베테랑>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려 ‘1억 배우’로 불리는데,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간단하다. 내가 읽었을 때 재미있는지, 내 마음을 격하게 흔들었는지다. 그리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 그리고 나를 견인해 줄 동료배우가 누구인지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무조건 하죠” 영화 &lt;대배우&gt;로 돌아온 ‘천만 요정’ 배우 오달수

-영화 <대배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삶이라는 게 굉장히 복잡해보이지만 정말 단순하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이 영화의 메시지 중 하나가 ‘내가 외로울 때 내 곁에 누가 끝까지 남아 있는가’인데, 그 답이 바로 ‘가족’이더라.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가족을 많이 의지하나?

그렇다. 지금 내 옆에 가족이 없다면 일 할 때 재미도 없지 않을까.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면 며칠 간 맥 없이 지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가장 편한 동료를 꼽자면?

여배우와 같이 한 적이 많이 없어서 딱히 생각나진 않고, 남자 배우 중에는 김명민씨가 가장 편하다. 나보다 동생인데 어떨 땐 친구 같으면서도 때론 형 같을 때도 있다. 형이 챙겨야하는데 동생인 명민이가 나를 챙긴다.(웃음)


-연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스무 한 살 때 인쇄소에서 일을 하면서 극단에 포스터 배달을 많이 했었다. 자연스레 극단 사람들이랑 친해지면서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 1990년에 연극 ‘오구’라는 작품으로 부산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 대학로에서 연극 ‘남자 충동’을 하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 무대 섰을 때 기분이 어땠나?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 ‘다시는 연극 안 한다’고 다짐을 했었다.(웃음) 공연을 한 달 간했는데, 진짜 힘들었다. 근데 연극 ‘오구’라는 작품이 가장 한국적인 공연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방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러시아 등 안 가본 나라가 없을 정도로 공연을 많이 다녔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아무래도 내 마음을 관객들이 알아줄 때 아닐까 싶다. 내가 웃거나 울 때, 관객들에게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라고 하는 거니까···. 그게 통하면 배우는 희열을 느낀다.


-애드리브 연습을 따로 하나?

대본을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가 떠오른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줄 때 본인 스타일에 맞게 고쳐오라는 주문을 한다. 나에게 맞게 작업을 하면서 애드리브도 생각해 놓은 편이다.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 마음에 드나?

처음엔 ‘요정’으로 시작했다가 ‘천만요정’, 그리고 ‘1억 배우’로 계속 바뀌더라. 뭐 재미있으면 되지 않나.(웃음)


-이 영화가 꿈을 꾸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참 요새 꿈을 생각하면 우울해지는데, 그래도 꿈은 꿔야 한다. 지금 힘들다고 꺾어버리면 아무것도 못한다.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누리시길 바란다. 뒷일 걱정하지 말고 때가 되면 보상 받을 것이다. 대신에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정신은 필요하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나?

뭐 어떤 역할이든지···. 배우는 백지장처럼 비워두는 마음으로 있어야지.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으면 하는 거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배우로서 잘 살다가 잘 가는 게 꿈이다.(웃음) 그리고 <대배우>가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 100만이 손익분기점이라는데···.(웃음)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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