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따라 홍대 입구역 3번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최근 경의선 숲길 공원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연남동 안에는 다채롭고 독특한 문화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활창작가게 36.5 by KEY’는 눈에 띄는 카페다.



글 김제이(서강대4) 대학생기자 jeyeeya@gmail.com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KEY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주최한 일상예술창작센터가 1인 창작자들의 활동기반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KEY 1인 창작자들의 지속할 수 있는 작업과 생활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한다. 생활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서교동에 1호점 ‘KEY’를 오픈했다. 그 뒤 연남동에 두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호점은 1인 창작자들의 그림 위주 작품 유통경로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호점인 연남동의 KEY는 1인 창작자들, 협동조합, 마을 기업, 사회적 기업들의 제품과 활동을 소개한다.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가게이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서교동에서 시작된 생활창작가게 KEY는 유통판로가 부족한 국내 환경에서 신진예술가를 발굴해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는 길이 되어주고자 한다. 이상미 KEY 기획팀장은 “예술로 더 가치 있는 일상을 만들려는 시민과 일상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매개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36.5 by KEY라는 독특한 가게 이름의 의미는 닫혀있던 일상과 예술 사이의 문을 열기 위한 ‘열쇠(Key)’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뜻으로는 곡식의 티끌을 골라내는 ‘키(箕)’처럼 좋은 물건만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36.5’의 숫자는 일 년 365일과 사회적기업 제품 판매장인 스토어 36.5를 가리킨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정기적인 전시회 열어 관객 모아

연남동 KEY는 단순히 좋은 물건과 커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게 안에 작은 전시공간을 마련해뒀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연다.


현재는 기억발전소의 ‘우리 동네 기억 산책’이 진행 중이다. ‘우리 동네 기억 산책’은 연남동을 주제로 지역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서 소개한다. 연남동의 고양이들이나 동네 안에서 몇십 년 동안 운전을 해온 운전기사의 이야기와 같은 따뜻하고 소소한 일상을 보여준다. 여러 개의 관점에서 하나의 연남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즐길 수 있으므로 가게를 찾은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동네 기억 산책’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열린다.


비교적 좋은 자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쉽게 닿는 1층에 있던 1호점과 달리 연남동에 있는 2호점은 2층에 있어서 좋은 위치는 아니다. 눈에 잘 띄지 않기에 지나가다 들리는 손님보다는 평소 KEY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주로 찾아온다.


이 팀장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보니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남동 KEY 안에 여성만을 위한 물건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창작물과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예술 활동 지원…핸드메이드 입점

가게 안에서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물건들이 있다. 도예작품을 만드는 정지숙 작가의 막인형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팀장은 “한글을 이용한 재치 있는 액세서리 제품을 손님들이 좋아한다. 멸종위기 동물인 펭귄을 모티프로 한 도자기 컵이나 카마수트라 요가 동작을 이용한 도자기 컵도 인기상품이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핸드메이드 열풍으로 대학가 내에서도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신의 창작물을 가지고 학내 프리마켓에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팀장은 “학생 시절부터 KEY와 인연을 맺어 온 대학생들이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입점하는 때도 있다. KEY는 단순히 취미 생활이 아닌 오롯이 생활을 창작에 몰두하고 창작으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창작자분들을 지원하고 상생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KEY 다량의 물량을 제작할 수 있고 전적으로 창작활동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전업 작가를 대상으로 입점 심사를 진행한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이 팀장은 “KEY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핸드메이드 공예 작품들이 가지는 힘을 믿는다. KEY에서 판매되는 제품들도 그러하다. KEY는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들의 가치를 아는 이들에게 큰 힘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KEY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사람에 따라서는 공산품으로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들보다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창작자와 구매자의 이야기가 담겨 만나는 물건이기에 단순히 유행에 따라 사는 제품들보다는 훨씬 가치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


KEY 안에서는 산다는 행위 자체가 창작자를 지원하는 것 상호 관계이다. 그는 “미대생들은 만든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판로가 국내에서는 아주 적었다. 그래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접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았다. 그러한 삶의 길을 지속시켜주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 KEY이다. KEY 안에서 창작자와 소비자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 지었다.


생활창작가게 KEY에 입점하기 위해서 입점할 상품의 사진이나 블로그 등의 포트폴리오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시즌별 입점도 가능하며, KEY에서 직접 예술가를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입점 조건에는 제한이 없다. 이 팀장은 “정기적으로 작업하고자 하며 전업 작가로 생활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원한다. KEY는 특히 작품에 대한 스토리나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예술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카페가 있는 그림가게 ‘36.5 by 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