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 시험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팀플 과제’다. 생존확인조차 어려운 팀원부터 하는 일 없이 불만만 가득한 팀원을 사랑으로 보듬어야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인내심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내 안의 숨은 인격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 한다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야무지게 팀플 진상을 제압하는 비법을 공개한다.


이제 더는 당하지 않으리! 팀플 진상 올킬 노하우



분노유발지수 30

Lv.1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형

특징 : 조장의 말에 순종하며 할당된 과제를 무난하게 소화한다. 좋다, 싫다에 대한 의사표현이 없으며 명령 없이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멘탈 : 약함.

성격 : 과묵함이 매력적인 성격이다.

단골멘트 : “네.”

공략법 : 태생이 수동적인 사람이다. 섣불리 그의 인격을 바꾸려 노력하지 말라. 시키는 것이라도 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대신 이런 사람의 경우, 주어진 과제를 하면서도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명령어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0월 0일 0시까지 ‘~~~~’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한글문서 2p 분량으로 정리해주세요’라는 식이다.


분노유발지수 50

Lv.2 핵심만 빼고 다 말한다 빈수레형

특징 : 한 번 입을 열면 멈추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꼬아서, 어렵게 하는 특징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5분만 이야기해보면 핵심이 없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팀원들이 이미 했던 이야기도 자신의 입으로 한 번 더 정리하려는 욕심이 있어 조모임 시간을 무한대로 지연시킨다.

멘탈 : 강함.

성격 : 남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가부장적 성격이 강하며 고집이 세다.

단골멘트 :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말야, 내 생각은 그래.”

공략법 : 빈수레형의 천적 맥가이버(맥을 끊는 사람)를 영입한다. 빈수레형이 이야기를 꺼내면 즉시 맥가이버가 말을 끊게 만들 것. 단, 맥가이버는 빈수레형 외에도 다른 조원들의 이야기 맥을 끊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분노유발지수 60

Lv.3 불만가득 비판형

특징 : 사회에 불만이 많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으며 팀원들의 의견에 항상 딴지를 건다.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에도 혼자 싫은 내색을 하며 정작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면 입을 굳게 다문다. 멘탈 : 강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약함.

성격 : 짜증이 잦고 말이 많다. 특히 점심시간 전 11시~12시 사이에 짜증 지수가 높으니 조별모임은 이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단골멘트 :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공략법 : 조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가 또 불만을 토로할 때 강하게 제압한다. 목소리를 깔고 ‘해결책 없는 불만은 사양한다. 조모임에 불만이 있다면 더 이상 나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보자. 불만가득 비판형은 멘탈이 강해보이지만 의외로 소심한 구석이 많아 저런 말을 들어도 모임에서 나가지는 않는다.


분노유발지수 70

Lv.4 살아는 있니? 잠수형

특징 : 남친과 카톡은 하루 종일 보내지만 단톡은 읽지 않는다. 혹시 실수로 읽게 되도 답장은 없다. 하지만 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읽씹과 안읽씹, 불참을 반복하지만 발표 날에는 안 불러도 꼭 참석한다.

멘탈 : 다소 강함.

성격 : 뻔뻔함이 최고.

단골멘트 : “카톡? 안 왔는데? 폰 고장났나?”

공략법 : 카톡을 읽지 않으면 전화를 해라.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면 남친과 카톡을 보내는 도중 실수로 전화를 받게 될 것이다. 잦은 전화에 수신 차단이 됐다면 다른 조원의 전화로 다시 시도한다.


분노유발지수 80

Lv.5 자신감만 넘치는 못 믿을형

특징 : 성적에 관심이 많으며 발표에 욕심을 낸다. 첫 모임 시 자신이 발표를 하겠다고 큰소리쳐 다른 과제에서 빠지고는 발표는 엉망으로 해 팀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복학생인 경우가 많다.

멘탈 : 평소에는 강하나 당황하면 한 순간에 무너진다.

성격 : 과시욕이 넘치고 목소리가 크다. 근자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

단골멘트 : “발표는 오빠가 할게. 오빠만 믿어!”

공략법 : 무조건 리허설 진행이다. ‘뭐하러 리허설을 하냐’ ‘바쁘다’ ‘오빠 못믿냐’ ‘서운하다’ 등의 멘트로 빠져나가려고 해도 휘둘리면 안 된다. 단, 발표자가 고학번일 경우 조장 혼자 리허설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조원들과 미리 입을 맞춘 뒤 단톡이나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리허설 날짜를 정해버린다. 절대로 혼자 총대를 메지마라.


분노유발지수 90

Lv.6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가마니형

특징 :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자발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시키는 것도 안한다. 하지만 조 모임 외의 것에는 그렇게 적극적일 수 없다. 술 마시랴, 알바 가랴, 여자친구 만나랴~ 언제나 팀플만 뒷전이다.

멘탈 : 매우 강함.

성격 : 모든 일에 싫증을 잘 내고 귀차니즘병에 걸려있다.

단골멘트 : “몰라”

공략법 :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고, 과제를 안 한자 성적을 받지 말라! 조모임 초반 조원들에게 ‘조별 발표 당일, 각자의 역할을 보고한다’는 공지를 한다. 발표 PPT에는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정확히 기입하고 맡은 역할이 없던 조원은 참여하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이다. 조모임 초반 쐐기를 박아 놓으면 은근슬쩍 빠지려던 조원들도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