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베트남 유학생 수는 5,900명을 넘어섰다. 중국 유학생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이제는 교내에서 베트남어를 듣는 게 낯설지 않다. 베트남 유학생을 만나 한국 유학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상 교육이 전공보다 우선? 한국과 베트남 대학 문화의 차이를 말하다

▲ 드럼(국민대학교 경영학과,24)


Q 왜 한국 유학을 선택했나

루안: 한류 때문은 아니다. 한류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으로 학위를 받으러 올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왜 한국이냐고 묻는다면 일단 중국과 베트남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일본은 좋은 나라지만, 유학생에게 친절한 나라는 아니다. 장학금도 적고,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다고 들었다. 한국이 최선이었다.


드럼: 아버지의 권유가 컸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다. 한국 유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베트남에 막대한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과 한국 대학교의 학위는 베트남에서 좋은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타오: 사촌오빠가 한국에 있어서 왔다. 오빠도 유학생이다. 한국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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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오(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24)


Q 한국 생활의 고충은 무엇인지?

루안: 큰 어려움은 없다. 베트남에 비해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드럼: 등록금이 비싼 것 같다. 베트남은 한 학기 등록금이 10만 원, 많아도 20만 원을 넘지 않는다. 한국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 70~100만 원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타오: 처음에는 김치랑 삼겹살 말고는 다른 한국 음식을 못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뭐든 잘 먹는다. 가끔 통역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있는데 한국은 속도를 너무 강조한다. 베트남에서는 뭐든 여유가 있다. 너무 빠른 한국의 스피드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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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안(한국외대 일본어학과,24)과 여자친구 알레나


Q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루안: 여자친구인 알레나를 만났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왔고, 나와 같은 일본어학과이다. 러시아인 여자친구를 만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요즘은 알레아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중이다. 가끔 짓궂은 말을 인사말인 양 가르친다. 알레나가 베트남친구한테 그 말을 하면, 베트남친구는 못 됐다고 나를 욕한다. 너무 재밌다.


드럼: 1학년 때, 글로벌 버디에 참여했다. 글로벌 버디는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을 이어주는 교류 프로그램이다. 한국 학생으로 참여한 형과 호흡이 잘 맞아, 학기말에는 상도 받았다. 부상으로 제주도 여행권을 받아 3박 4일 동안 놀러갔다 왔다.


타오: 제 작년에 교황님이 방한해 광화문에서 시복미사를 할 때 그곳에 있었다. 교황님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베트남 학생 대표로 그 영광을 누렸다. 정말 행복했다.



Q 베트남과 한국 대학의 문화 차이?

루안: 한국에서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게 많다. 베트남처럼 일일이 지도해주는 일이 없다. 베트남은 동아리는 있지만, 한국처럼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


드럼: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전공과 상관없이 호치민 사상, 마르크스-레닌 사상, 공산당의 역사와 변천 등을 배워야 한다. 수학, 통계도 필수다. 1,2학년 동안은 이런 것을 배우고 전공 수업은 거의 듣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1학년 때부터 전공수업을 듣는다.


글 조근완(국민대 3) 대학생기자 ktm12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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