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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SK그룹은 국내 5대 기업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삼성과 SK 계열사에 입사한 김삼성 씨(가명)와 SK Lee(가명)씨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대기업 연수 현장을 들여다봤다.

■ 김삼성 씨 “신입사원 연수는 회사 생활에 대한 예방주사”, “삼성 로고만 봐도 심쿵

김삼성 씨는 “신입사원 연수를 통해 앞으로 겪을 회사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면서 ‘예방주사’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힘든 일정으로 굳이 연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많았다”는 그는 “연수기간 후반부로 갈수록 사회인으로서 만날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과 내가 다닐 삼성그룹에 대해 배우면서 ‘면역성’이 생겨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연수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이었다. “우리 회사가 국가와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업무도 열심히 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가장 큰 보람으로는 ‘동기애’를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함께 입사한 동기들과 암벽등반을 하는 등 극기훈련 중 서로 협동하면서 한 단계씩 난관을 극복해 나갔던 일은 향후 회사생활에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교육 전반기에 오전 7시 반부터 시작하는 커리큘럼이 빡빡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평균 4시간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던 것이 가장 어려웠던 점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밤 10시에 수업을 마치면 새벽 1~2시까지 과제를 해야 잠을 청할 수 가 있었다”며 “과제 뿐 아니라 이른바 삼성헌법, 경영이념, 삼성 용어 등으로 이뤄진 삼성 연수 필기고사는 70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통과 할 수 있으며 탈락자는 연수를 마칠 때까지 계속 시험을 봐야 한다고, 연수가 처음에는 만만치 않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삼성맨’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존감을 느끼고 연수기간 하반기로 갈수록 교육이 재미있어지면서 “이 또한 애사심을 키워 나가는 과정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연수 전에는 회사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지만 삼성그룹은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기업이라는 ‘팬덤’까지 생겼다는 그는 “회사에 새 힘을 불어넣을 신입사원으로서 갖추어야할 자세와 책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지나고 나면 연수가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며 “삼성맨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삼성카드 SFC(Samsung Family Card)를 보면 괜히 뿌듯하다”고 결론지었다.



SK Lee 씨 “연수는 ‘동기’로 시작해서 ‘애사심’으로 끝나는 인간극장

SK Lee씨는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SK그룹의 캠페인 슬로건과 닮은꼴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과 친해지자’는 목표로 연수에 임했다는 그는 “연수기간 중 가장 큰 보람은 당연히 회식이죠”라고 운을 떼면서 “신입사원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은 연수 기간 중 형성된 ‘동기애’를 기반으로 한 ‘애사심’ 고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연수는 회사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여러 가지 공유가치를 체득하도록 함으로써 앞으로의 업무를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촉매제”라고도 했다.

SK는 신입사원 연수는 모두가 함께 받는 그룹연수 2주, 계열사별로 받는 자사연수 6주로 나뉜다고 한다. 그룹연수는 전 기간 합숙하며, 자사연수는 금요일 퇴소, 월요일 재입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수의 난이도에 대해 SK Lee씨는 “그룹 연수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오전 9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어 8시에 종료되며 대부분의 일과가 종료 시각 이전에 끝났기 때문에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반면 자사 연수는 8시 시작하여 10시에 종료됐고, 야근을 전제로 한 듯한 과제들이 나왔기 때문에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자정을 넘기는 일이 있었지만 재미가 있어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람을 향하는’ SK Lee답게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프로젝트 결과물의 임팩트 극대화를 위해 UCC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이 매우 즐거웠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큰 보람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즐거운 교육은 현장 방문·실습이었다”며 “연수원 일정이 대체로 즐겁긴 해도, 기본적으로 갇혀있기 때문에 밖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연수 기간이 길다보니 다소 미흡한 점도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거의 완벽할 정도의 수준으로 제공됐지만 일부 일정은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춘 듯한 인상을 줘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학생 때처럼 비슷한 입장의 또래가 모여 활동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수를 마지막 MT라고 보면 된다”는 SK Lee 씨는 “신입사원 연수가 가끔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때가 가장 행복할 때야’라는 선배들의 말씀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게 될 앞으로의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는 “교육 내용을 외우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여겨라. 선배들의 말로는, 이 때 같이 합숙하며 동고동락한 동기들이 회사생활 내내 간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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