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러,  등하교 왕복 3시간의 고충



왕복 세 시간에 걸쳐 경기도와 서울을 횡단하는 등·하교 길. 1교시 수업이라도 있는 날에는 학교에 도착한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어진다. 이러한 마음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면 당신은‘통학러(통학하는 학생)’일 것이다.

글 김민경 대학생 기자 mrl4477@daum.net


통학러,  등하교 왕복 3시간의 고충


#1. 오전 7시 반, 만원버스에서 확인한 휴강문자

1교시 전공을 듣는 C양은 날씨와 버스 시간에 민감하다. 지각의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버스 배차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과 의지와 무관하게 지각을 하게 된다. 비와 눈이 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버스를 놓칠 때 보다 더 화나는 상황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부랴부랴 버스를 타고 발 디딜 팀 없는 만원 버스 안에서 겨우 숨을 돌릴 찰라에 긴급공지라며 날아온 휴강 문자란….

#2. 출석부의 순번은 왜 가나다 순 인가

통학러 중‘ㄱ’초성을 가진 성씨는 출석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 강의실까지 전력 질주하지만 교수님의 출석은 이미‘ㄱ’ 순번을 넘어 ‘ㅂ’ 순으로 넘어가고 있다.

헐레벌떡 뛰어온 게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이에 ‘ㄱ’씨들은 항상 긴장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최, 정, 이 씨 친구들은 3~4분이 늦어도 출석에 맞게 ‘세이프’하지만, 강, 고, 김 씨 등은 교수님께 자신이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음을 밝혀야한다. 물론 출석 직후 도착했으니 출석을 인정해주지만 가끔씩 억울하다고 ‘ㄱ’씨들은 고충을 털어 놓는다.


#3. 종점에 사는 나, 다들 걱정은 고맙지만

4호선 종점에 위치한 기숙사에 살던 O양은 과한 친절함에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녀는 종점 차고지에서 내려야하기 때문에 버스건 지하철이건 자리에 앉으면 곯아떨어진다. 종점까지 편히 잘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위 사람들의 지나친 친절함에 잠을 자꾸 깬다는 것.

“학생 곧 종점이야! 안 내려?!”

좋은 의도지만 통학 내내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O양은 차라리 ‘종점까지 감’하고 이마에 붙여놓고 싶었다고 한다.

#4. 우주공강,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통학러들의 시간표에는 특징이 있다. 공강을 최대한 만들지 않고, 금공(금요일 공강)을 사수한다는 것이다. 통학러에겐 공강은 무료하고, 세 시간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 이에 그들의 목표는 수업을 최대한 몰아, 일찍 끝내기를 선호한다. 때문에 금공 사수 경쟁이 치열하다. 이른바 ‘남북북단’ 혹은 ‘모세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오전 오후가 동떨어진 주5 시간표는 통학러들에게 최악의 시간표로 손꼽힌다. 하지만 수업이 늦게 끝나더라도 과감히 저녁수업을 듣는 통학러들도 종종 있다.

통학러들의 삶은 고달프지만 에너지가 느껴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취를 고민하는 그들에게 이번 학기도 무사하게 버티기를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통학러,  등하교 왕복 3시간의 고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