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판 BCG 매트릭스
호인·호갱·호랭이·호로××
페이스북에서 공유에 공유를 타고 있는 유머 중 하나다. 제목은 ‘직장상사 분류법’이다. 능력을 x축, 친절도를 y축으로 해서 직장상사를 4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런 분류법에 익숙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 발표 당시 ‘이지(easy)’와 ‘스마트(smart)’를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분류하기도 했는데, 당시 잡스는 그 표를 ‘카인드 오브 비즈니스 원오원 그래프(kind of business 101 graph)’라고 지칭했다. ‘101’이란 각 과목의 개론서에 붙는 코드명으로 ‘비즈니스 원오원’이라고 하면 경영학개론을 뜻하는 말이다. ‘도리화가’로 폭망하긴 했지만 배우 배수지를 주목받게 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영어 제목이 ‘아키텍처 원오원(Architecture 101)’이다. 누가 지었는지 제목 참 잘 지었다.
직장상사 분류법에 따르면 직장상사는 능력과 친절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능력도 뛰어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호인’이다. 능력은 비록 부족하나 친절하다면 ‘호갱’이다. 혹시 모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얘기하면 ‘호갱’은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판매자들이 입으로는 ‘고객님’이라며 친절하게 굴지만 실제로는 ‘호갱님’이라며 고객을 우습게 보는 현실을 비꼰 표현이다.
능력은 뛰어난데 친절하지 않다면 ‘호랭이’다.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마지막이 가관이다. 능력도 없으면서 친절하지도 않다면 ‘호로××’다. 앞서 3가지도 기발하지만,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호’자 돌림을 지어내려고 끙끙댔을 창조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직장생활 하면서 속으로 ‘호로××’라고 한 번쯤 되뇌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아마 대부분의 직장상사는 스스로 ‘호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부하들은 아마 ‘호로××’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왕 경영학개론 그래프를 꺼낸 김에 ‘BCG 매트릭스’를 소개할까 한다. BCG는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약자이고, 매트릭스는 구조를 뜻하는데, 투자대상기업을 분류하기 위한 그래프다. x축은 성장성, y축은 수익성이다. 수익성도 좋고 성장성도 좋으면 ‘스타(star)’다. 한 5년 전의 스마트폰 시장을 떠올리면 된다. 성장성은 별로지만 수익성이 좋으면 ‘캐시카우(cash cow)’다. 대표적인 예로 코카콜라 또는 자동차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찾으면 신라면 정도? (지금은 짬뽕라면을 ‘스타’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성장성은 좋은데 당장 수익성이 없으면 ‘퀘스천 마크(question mark)’다. 소셜 커머스 업체 쿠팡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성장성도 없고 수익성도 없으면 ‘독(dog)’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말 × 같은 기업이 아닐 수 없다. ‘호로××’나 ‘독’이나 참 비슷하지 않은가?
글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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