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동아리]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흥미 없는 학교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흥미 없는 학교 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지난해 6월 교내에서 시작된 아웃도어 스쿨은 교문 밖을 서성이던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모았다. 학교가 아닌 자연을 교실로, 산과 들판을 교과서 삼아 활동하던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활기를 되찾았고, 꿈을 향한 정복감으로 다시금 힘찬 걸음마를 떼는 중이다. 눈 덮인 운동장 한복판에서 노르딕워킹을 즐기고 있는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백두대간’ 학생들을 만나봤다.


아웃도어 동아리 ‘백두대간’을 소개해주세요.

서찬영(3학년 동아리장) ‘백두대간’은 클라이밍, 캠핑, 글램핑, 등반, 노르딕워킹 등 다양한 산악 활동을 하는 동아리예요. 노르딕워킹은 북유럽 크로스 스키 선수들이 하계 훈련을 하기 위해 만든 운동인데, 양손에 폴을 쥔 채 상체와 하체를 움직이면서 나아가는 일종의 걷기 운동이죠.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서찬영 수업은 한 달에 두 번, 교장 선생님의 허가 하에 공식 일정을 소화해요. 주로 노르딕워킹 수업을 하는데, 자격증반이 개설되어 있어 희망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성화고 입학 계기는요?

박준식(3학년) 특성화고가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길 듣고 진학하게 됐어요.

김홍표(3학년) 저는 전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 입학했어요.

서찬영 저는 복학생인데요. 인문계고를 자퇴하고 다시 특성화고에 들어오게 됐어요. 학교생활이 인문계에 비해 자유롭고, 졸업장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입학했어요.

박고은(3학년) 솔직히 성적을 잘 받고 싶었어요. 중학교 성적이 중위권이었는데, 인문계고에 진학하면 내신관리가 힘들 것 같아서 특성화고 입학을 결정했죠.




[특별한동아리]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흥미 없는 학교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백두대간’ 동아리에 들어 온 이유는요?

김홍표 중학교 때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사정이 생겨 그만두게 됐어요. 한동안 운동을 멀리하고 있던 찰나에 최원탁 선생님의 권유로 가입하게 됐죠.

박고은 저도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웃음)

서찬영 학교에서 징계를 받던 중 가입하게 됐어요. 징계 프로그램 중에 노르딕워킹 활동이 있었는데, 생소한 운동이라 호기심에 참여하게 됐죠. 사실 초반엔 동아리도 아니었고, 저 혼자 시작했던 게 활성화 되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박준식 저는 찬영이 형과 친한 사이인데, 형이 노르딕워킹 수업을 받고 있다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특히 동아리 활동 중에 제가 평소에 해보고 싶던 클라이밍도 있어서 가입하게 됐죠.


아웃도어에 관심이 많았나요?

박준식 원래 스카우트 활동을 했었어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캠핑을 가곤 해서 아웃도어 활동에 익숙한 편이에요.

서찬영 중학교 때 태권도를 해서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해봤는데, 이제는 선생님들과 같이 가야산과 소백산을 오를 정도로 푹 빠졌죠.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요?

박준식 첫 동아리 활동이요.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인공 암벽을 탔는데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요. 높이 오르는 것을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참 벽을 오르다가 발밑을 내다 봤을 땐 아찔했다니까요.(웃음)

서찬영 얼마 전에 국가민간자격증인 노르딕워킹 베이직 인스트럭터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실기 시험을 북한산 입구에서 치렀는데,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나요. 덕분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고등학생 최초로 노르딕워킹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얼마 전엔 다른 학교 선생님들을 학교에 초청해 노르딕워킹을 직접 교육한 적도 있어요.

박고은 저도 자격증 시험이 기억에 남아요. 야외에 나가 실기시험을 치르다 보니 정신도 없었고, 여기저기서 사진 촬영에 동영상까지 찍다 보니 잔뜩 긴장된 상태로 시험을 치렀어요.

김홍표 가야산에 6시간 가까이 등반한 적이 있는데, 산을 오르다 급체했어요. 응급처치로 손을 따서 완등은 했지만요.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서찬영 노르딕워킹 수업 받을 때요.(웃음) 어떤 운동인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려니 당황스러웠어요. 기본자세를 배웠는데, 처음 해보는 동작이라 어색해서 혼났죠.

박준식 가야산 등반이요. 해발 1430m 정도 됐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높은 산은 오른 적이 없었어요. 등반을 시작할 때만 해도 친구들과 농담하면서 올라갔는데, 다들 지치니까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죠. 힘들었지만, 뿌듯했죠. 특히 정상에 도착해서 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박고은 여학생은 저 혼자라 초반엔 친해지기 어려웠어요. 특히 캠핑이나 장시간 움직이는 산행 활동은 부모님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자가 저 혼자라 걱정이 크신가 봐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고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선 야외활동이나 체육활동을 하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운동량이 많아지면서 몸이 건강해진 것 같아요.

김홍표 예전엔 사고쳐서 교내 봉사활동만 했는데, 이제는 사고를 많이 안치게 돼 좋아요. 또 축구는 아니지만 다시 운동을 하고 싶어요.

서찬영 저도 학교에 안나가는 날이 많았는데, 동아리를 통해 활기를 찾았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까 스스로 등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덕분에 출석률이 좋아졌죠.(웃음)

박준식 꿈이 한 가지 더 추가됐어요. 졸업하고 취업해서, 남는 시간엔 아웃도어 일을 하고 싶어요.



[특별한동아리]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흥미 없는 학교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새학기가 되면 후배들이 들어오는데, 어떤 후배를 뽑을 건가요?

일동성실한 후배로 뽑아야죠.

박준식 출석률이 중요해요. 활동에 빠짐없이 참석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서찬영 예뻐야 해요.(웃음) 농담이고요. 2기생들은 성실과 출석률을 우선적으로 평가 할 거예요. 1기 땐 중간에 이탈하는 친구들이 생겼는데, 졸업 후에도 동아리가 계속 유지 될 수 있도록 성실한 친구들을 뽑을 거예요.


올해 계획된 활동과 각오를 말한다면?

서찬영 작년에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로 했는데, 학교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가질 못했어요. 올해는 동아리 학생들과 지리산을 등반할 예정이에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종주하길 바라요.

김홍표 저도 동아리 활동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에요.

박고은 팀원들이 다치지 않고, 아무런 탈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박준식 저도요.(웃음)


‘백두대간’을 한 마디로 자랑한다면?

박준식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것, 새로운 것을 먼저 배우고 시도하는 곳.

서찬영 고등학교 최초로 노르딕워킹 수업을 진행하는, 최연소 노르딕워킹 베이직 인스트럭터가 있는 곳.


앞으로의 목표는요?

박고은 인스트럭터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대학에 진학해 제 꿈인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서찬영 저도 마찬가지로 자격증 업그레이드를 해나갈 예정이에요.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아리장이 됐지만,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동아리 활동과 학교생활을 해나갈 예정이에요. 또 나중에는 을지대학교 아웃도어학과에 입학하고 싶어요.

박준식 ‘백두대간’을 후배들에게 열심히 홍보해 2기들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또 졸업하기 전에 노르딕워킹 자격증을 취득해서 보조 강사로 일하고 싶어요.



[특별한동아리]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흥미 없는 학교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동아리를 소개하는 최원탁 교사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담겨 있다. 최 교사는 지난해 6월,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아웃도어 스쿨을 만들었고, 한국노르딕워킹협회의 도움을 받아 아웃도어 동아리 ‘백두대간’을 개설했다. “처음엔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동아리 활동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달라진 걸 느낍니다. 무기력했던 아이들이 협동심과 끈기를 찾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봤어요” 최 교사의 말처럼 학생들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출석률이 낮던 학생은 매일 학교를 찾았고, 의기소침하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 결과 2명의 학생이 노르딕워킹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고, 나머지 학생들 또한 자신의 꿈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최 교사는 향후 활동에 대해 “야외 활동이 잦은 만큼 안전문제에 최우선을 두고 교육할 예정”이라며 ‘백두대간’을 교내 대표 동아리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특별한동아리] '일산국제컨벤션고' 아웃도어 동아리, "흥미 없는 학교생활 동아리 통해 극복했죠"



노르딕워킹 수업으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주연서 강사. 그녀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컴퓨터 사용이 잦은 학생들을 위해 신체활동인 노르딕워킹을 전파해 걸음걸이 교정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한 운동이라 학생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이론은 줄이고, 흥미 위주의 활동을 해요. 어깨를 펴고 걷는 동작을 시키면서, 걸음걸이 교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요” 주 강사는 학교생활에 흥미가 없던 아이들이 동아리를 통해 학교로 복귀, 착실해진 모습을 보면서 요즘도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어 “2기부터는 1기 학생들이 직접 강습도 진행하고, 후배들을 챙겨주면서 중도 탈락 없는 즐거운 동아리가 되고 싶다”며 제대로 된 후배 찾기에 나설 것을 전했다.


글 박유진 인턴기자 rorisang@hankyung.com / 사진 임영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