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계열 특성화고생들이 학교에서 전공과목으로 카지노 딜러 과정을 배우지만 정작 카지노 현장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618] 카지노, 딜러 채용에 고졸은 거절? '연령제한은 기본에 높은 자격 요건…'


지난 2월 취재 차 만난 모 관광고등학교 교사 A씨는 카지노 취업과 관련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은 카지노 출입 및 취업이 금지되어 있어 딜러를 꿈꾸는 학생들은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카지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졸업 후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거나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취업이 목적인 특성화고의 취지에 결부된다는 지적이다.


A교사의 말에 따르면 관광고 학생들의 취업 경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카지노는 두말할 것도 없고, 주류를 취급하는 업장과 비즈니스 호텔 또한 연령제한 때문에 취업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 견학이나 실습도 불가능한 상태로 학생들 대부분 전공 관련 기업에는 이력서 한통 내지 못한 채 사회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관광계열 특성화고는 전국 15개교가 운영된다. 전체 특성화고 475개교 중 3.2%를 차지한다. 특히 전국 관광고의 취업률(14개교 기준, 한국호텔관광고는 취업률 조사에서 제외)은 12.0%로 전체 특·마고 취업률 46.6%(2015년 기준)¹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연령제한보다 더 큰 ‘외국어의 벽’

카지노 딜러의 기본 역량은 외국어 능력과 실무 기술로 꼽을 수 있다. 실무 기술은 테이블 게임이라 부르는 바카라, 룰렛, 블랙잭 등의 게임능력과 업장별 게임 규칙에 따른 딜링 기술을 뜻한다. 그 중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어학 능력이다. 관광업종인 카지노의 특성상, 단순 실무 지식보다 외국어 능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딜러 희망자에게 HSK, JLPT와 같은 자격증은 필수다. 국내 한 카지노 인사 담당자는 “채용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실무교육 및 실습을 실시하는데, 비전공자라도 카지노에 대한 이해와 흥미만 있다면 이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채용에서 중요한 건 어학 능력”이라고 전했다. 한 관광고 교사도 “학생들의 실습 능력이 취업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학교 수업으로는 취업에 필요한 외국어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학력 제한 없다더니…고졸 출신은 10% 뿐

국내 카지노는 내국인 전용인 강원랜드를 비롯해 외국인 전용 세븐럭, 파라다이스 등 14개 업체에서 17개의 영업장이 운영된다. 그 중 카지노 딜러의 수는 약 4,000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대졸자로 고졸 출신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강원랜드는 지난해 채용제도에 NCS를 도입해 어학 자격증 유무와 학력에 상관없는 평가로 30명의 딜러를 채용했다. 이때 고졸 합격자는 3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합격자들의 졸업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그들이 어떤 이력을 갖추고 입사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출입 카지노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세븐럭의 경우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분야를 나눠 채용을 실시, JLPT 500점, HSK4급 195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한 이들은 응시할 수 없게 했다. 또 일부 채용 단계에서 고졸 전형을 실시했지만 채용 기준에 대학교 졸업예정자를 포함시키는 등 애매한 조건을 제시했다.


카지노 취업은 너무 먼 산 ‘대학부터 가고 보자?’

카지노의 특성을 놓고 보면 이같은 채용기준이 불공정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고교 수준으로 취득하기 힘든 어학점수를 요구하고 특히 실무 교육의 비율이 높은 특성화고 현실에서 졸업 전부터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딜러를 꿈꾸는 관광고 학생들조차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교육을 통해 외국어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특성화고 설립 취지와 동 떨어진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대해 모 관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김모 양(17)은 “특성화고에 입학해 딜러를 꿈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마냥 대기할 수 없어 중국어 학원에 다니며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대학 진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남성 딜러의 경우 제약이 더 크다. 군필자 혹은 면제자만 지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고 출신 대학생 B씨(21)는 “고교 때부터 카지노 딜러를 꿈꿨지만 군 문제로 일찌감치 선취업을 포기했다. 현재는 관광대학에 입학해 카지노 수업을 듣고 있다. 주변 친구들 또한 지금 당장 현장 실습을 나가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외국어 자격증을 취득 못해 지원 자격조차 없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나 또한 외국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며 채용단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1618] 카지노, 딜러 채용에 고졸은 거절? '연령제한은 기본에 높은 자격 요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해 한국관광교육연구회와 한국관광공사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국 특성화 고교생 관광서비스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현장에는 관광 업계 실무자와 관광 특성화고 학생들이 참여했고, 외국어와 조주 등 다양한 분야의 경진대회를 펼치며 학생들의 가능성을 보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관광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카지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 2월부터 GKL 프로그램과 호텔리어 양성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적되는 문제인 연령제한 및 현장실습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어 채용과 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일부 카지노 채용 제도에 NCS 도입, 자격 제한 줄어들까…

상황이 이쯤 되니 일각에서는 관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해 외국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세우지만 실무교육이 우선되는 특성화고의 현실을 반영하면 어학 능력은 학교의 책임이 아닌 학생 개인에게 맡겨야 할 과제로 남겨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NCS가 공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강원랜드, 세븐럭에 이어 사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룹 또한 채용단계에 NCS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력 및 자격 제한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 돼 카지노 딜러를 꿈꾸는 관광고 학생들은 불확실에 대한 걱정이 아닌,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말을 벗 삼아서 말이다.


글 박유진 인턴기자(rorisang@hankyung.com)

[사진 =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