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경희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유명 대학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으로 인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일 페이스북 익명 커뮤니티 대나무 숲 등에 따르면 한양대 사회대는 OT를 마치고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선배들이 “6만원을 내고 왔으니 6만원 어치의 술을 먹어야 한다. 더 먹을수록 이득이다”라는 논리로 첫 키스 장소 외우기, 선배 내신 외우기 등의 이른바 ‘술 먹이기’ 게임을 해 빈축을 샀다.


건국대는 한양대의 게임보다 업그레이드된 ‘놀이문화(?)’를 선보여 성추행 논란까지 불렀다. 이 학교 생명과학대학은 신입생 OT 중 ‘25금 몸 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선배가 유사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고 후배가 맞추게 하거나, 여학생들에게 게임 벌칙으로 남학생들의 무릎에 앉아 술을 마시게 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경희대 체육대학 학생회는 교내 3박 4일 OT 비용으로 무려 38만원을 책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2월 14일 ‘경희대학교 대나무 숲’에 게재된 게시물에 따르면 교내 기숙사에서 치러지는 체대 OT에 책정된 금액은 숙박비 9만4000원, 행사비 2만원, 간식비 6000원, 단체복 15만원, 학생회비 11만 원 등 총 38만원에 달했다. 이 글이 게재되자 학생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생들에게 ‘새내기 새로 배움터’, 약칭으로 ‘새터’라고 불려왔다.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 들어와 그동안 입시 준비로 쌓인 스트레스와 노고를 격려하고 지성인으로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새터의 본래 취지다.

하지만 일부 왜곡된 음주문화와 놀이문화로 인해 신입생들에게는 일생에 한번뿐인 소중한 행사를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사회대를 졸업한 A씨는 “과거 OT에서도 술을 많이 마셔서 탈이 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OT를 통해 새로운 대학 문화를 접하고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선후배 간에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로 OT가 진행되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생 OT로 불거진 논란은 이번뿐이 아니다. 한해 평균 2~3명의 신입생들이 과도한 음주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4년에는 코오롱그룹 소유의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OT행사를 하던 중 강당이 붕괴돼 9명이 숨져, 이웅열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