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에 취한 기프트리 대표 이지연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선물하고 싶어요”


면으로 만든 생리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최근 피부 질환이나 생리통 완화에 좋다는 ‘효능’에 많은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지연(25) 씨가 운영하는 ‘기프트리(Giftri)’의 판매 아이템도 면생리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전성·경제성은 물론, 여대생의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과 생리대 관리용품까지 꼼꼼하게 챙겼다는 점이다.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Profile 이지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2013 면 생리대특허출원

2013 고용노동부 소셜벤처경연대회 창업부문 우수상

2014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4기 수료

2014 소셜벤처페스티벌 상품팀 판매우수상

2015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4기 수료

2015 면 생리대특허등록






'Gift(선물)'과 'Tri(세 가지)'를 줄여서 '기프트리'. 건강, 환경, 나눔 세 가지를 선물하는 기업이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2014년 사업자 등록 후, 같은 해 말에 소셜벤처페스티벌에서의 첫 판매로 '청년 창업가'로서의 당찬 시작을 알렸다.


억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대박’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사업을 그저 청년의 패기정도로만 생각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다. 첫 번째는 사업 아이디어의 시작점.


“생리통이 심했던 중학교 때, 어머니가 면생리대 사용을 권하셨어요. 신기하게도 통증이 점차 사그라지더라고요. 저와 같은 생리통을 겪는 친구들에게 면생리대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고등학교 때 생리대 설문조사 겸 면생리대 홍보를 했어요.”


자연스레 면생리대 관련 봉사활동, 사회공헌 등에 참여해 활동을 펼쳤다. 시간이 지나 이 활동들은 아이템이 '사업'이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들에서 월경을 불경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심지어 생리하는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은 장소로 격리되어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때 느낀 문제의식과 국내에서의 면생리대 보급에 대한 고민이 맞물려 관련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죠."


다른 사람이 전공책을 펼쳐들고 공부할 때 그녀가 손에 쥔 것은 일회용 생리대. 문제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생리대를 하얗게 만드는 표백제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 생리대를 얇게 만드는 고분자 흡수체가 질에 좋지 않다는 사실과 같은 것들이었다. 생리대는 매달 여성들이 사용하는 위생용품이기에 더욱 '생리'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생리는 생명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본질을 생각하자 면생리대 관련 사업을 통해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과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창업 교육받으며 지원금 마련까지…

단순한 패기가 아닌 이유 두 번째는 ‘특허’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 때를 시작으로 면생리대 제작 방식 특허를 무려 3번이나 출원했다. 기존 면생리대는 일체형으로 되어있어 내부까지 세탁이 어렵고 건조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파악, 방수층과 흡수층을 분리시키고 흡수패드를 펼칠 수 있게 만들었다. 창업자이기 이전에 면생리대를 사용하는 소비자였기에 가능한 개발이었다.


고등학교 때 진행한 생리대 설문조사 결과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기프트리 면생리대 개발의 시작이 되었다. 사용하기 편리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친구들의 의견과 개인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기존 면생리대의 단점을 보완하였고, 지금까지 꾸준히 개발해온 결과 현재의 기프트리 면생리대가 탄생하였다.


‘기프트리’라는 브랜드로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13년 있었던 소셜벤처경연대회. 6개월간 진행되는 대회에서 그녀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받을 수 있었다. 브랜드 작업을 위해 만나게 된 디자이너, 의상학을 전공하신 제품팀장 어머니까지 기프트리가 하나씩 완성돼갔다.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각종 창업, 스타트업, NGO 관련 강연부터 세미나, 학교 모임까지 참 바지런히도 다녔다. 그러나 창업비용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모든 창업에 있어서 초기 창업비용을 마련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청년창업프로젝트’라는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제품을 개발하였고,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입상해 받은 상금으로 사업초기 자금을 마련했어요. 잇따라 열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우수 선발되어 지원을 받았어요.”


지원금 외에 신경 쓴 부분은 ‘디자인’이었다. 판매보다는 인식 개선을 위한 목적이 컸다. 디자인을 통해 생리에 대한 기존의 불편한 인식을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력’으로 바꾸고 싶다는 것. 덕분에 미국, 중국에서 제품 디자인이 좋다며 유통을 요청 받기도 했다.


케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납품하고 지원해주는 월드비전의 ‘꽃들에게 희망이란’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납품하게 된 것도 같은 목적이었다.


기프트리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네팔의 빈민 여성들이 만드는 공예품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마련해주는 네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의 일부로 위생적인 면생리대가 필요한 빈민국 지역들에 면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면 팬티라이너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수면 세트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면 생리대 _ 틴 케이스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초경 선물용


연대생 이지연씨, “면 생리대의 소중한 가치를 아시나요”

외출용 방수팩과 면 생리대



“확고한 신념으로 계속 나아갈 거예요”

고등학교 때부터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끌고 온 사업. 하지만 ‘대학생’이라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학교도, 회사도 제 계획대로 조정할 수 없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특히 조별 모임이 있는 수업들은 균형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웠죠. 그래도 욕심은 버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제 인생에서 4년뿐인 대학생활이잖아요. 사업하면서 배우는 것 외로 대학에서도 사람과 사회에 대해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해요. 균형의 어려움은 학교생활을 제외한 시간을 기프트리에 바치면서 하나씩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현재 기프트리는 DDP 매장과 마켓인유 서울대점에 입점해 면생리대를 판매한다. 최근에는 뷰티커머스 ‘미미박스’를 통해 면생리대와 면팬티라이너 유통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면생리대를 감성적인 이너뷰티 아이템으로 전달하고 싶어 트렌디한 뷰티 채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곧 소셜커머스나 오픈 마켓 등 다양한 채널에서 기프트리의 상품을 선보일 예정.


“저에게 기프트리는 디자인과 사회복지를 접목한 사회 공헌활동의 첫 단추예요. 무의식적으로 의식을 바꾸는 힘이 있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가는 복지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여러 활동을 통해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년 창업가가 전하는 한 줄 팁!

“창업은 물론 진로를 정할 때 ‘WHY’와 ‘WHAT’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 내가 창업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에 ‘고팠는지’에 대해서요. 확실한 기준이 결정에 많은 도움을 주죠. 기회비용을 체계적으로 따져봤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하는 게 맞겠죠. 저 역시 창업할 때 확실한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를 믿어보세요”








글·사진 강재희 대학생 기자(연세대 4)·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