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논어의 옹야(雍也)편을 보면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나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미친다.’는 표현도 쓴다. 즐기다 못해 미치도록 열정을 갖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일 터다. 약 2500년 전 공자님 말씀처럼 여기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즐기고 싶어서 축구에 미친 두 남자가 있다. <캠퍼스잡앤조이>가 “너무너무 좋은 축구로 밥벌이까지 한다는” 행복한 두 남자를 만나봤다.
글 정유진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축구요? 그저 TV를 보며 즐기는 스포츠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임뿐이었죠.” 하지만 그것이 평생 함께 할 직업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웃음을 짓는 권성진 서울 이랜드 FC 경영지원 실장과 김찬규 성남FC 경영기획팀 과장.
이들의 입사 공통점은 마냥 축구가 좋아서였다. “이게 업이 될 줄이야” 라고 말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을 찾았다.
서울 이랜드FC 권 실장과 성남FC 김 과장은 같은 듯, 같지 않은 듯, 같아 보이는 일을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단했다.
이 둘은 청년시절 대기업에 입사를 했지만, 그 일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스포츠 산업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축구가 마냥 좋았던 권 실장과 김 과장은 영국에서 축구 산업을 공부했고, 한국에 들어와 각자의 구단에 입사해 K리그 및 한국 축구산업 융성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축구를 좋아해 구단에 입사를 원하는 청년들이 많다. 구단에서 하는 일은 각각 무엇인가.
김찬규 성남FC (이하 김) 미디어운영 업무를 돕는다. 평상시에는 언론사 및 방송사의 다양한 요청사항을 조율하고 해결한다. 홈경기 때는 취재 기자들을 지원하고 기자회견, 인터뷰 업무 등을 진행한다. 또 홈페이지와 각종 SNS를 운영하고 관리하며 SNS를 통해 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벤트 영상 등 홍보 컨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 하는 등 최근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지역밀착활동도 주로 홍보 부문에서 진행한다. 특히 성남FC는 시민구단으로서 지역 사회공헌과 커뮤니티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권성진 서울 이랜드(이하 권) 프로축구단이라고 해서 다르게 볼 게 아니라 하나의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포지션이 있듯이 구단에서도 경기 운영팀, 홍보마케팅팀, 티켓팀, 머천다이즈팀, 선수단 운영팀, 국제 업무팀 등 다양한 일들을 직무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프로축구단은 구단 운영과 선수 운영이라는 특수한 업무들이 있다. 시즌 내내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홈경기를 규정대로 문제없이 잘 운영해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수익을 내야하는데 관중이 없는 경기장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홍보와 마케팅 또한 필수적이다. 특히 경영지원팀은 집안(구단) 살림을 돕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이 굉장히 많다.(웃음)
프로축구단 입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권 프로축구단에 입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각 프로 구단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결원이 생길 때 수시채용으로 진행되기도 하며, 기업 축구단이기 때문에 그룹 인사를 통해 구단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직무별로 채용을 하기 때문에 축구만을 좋아해서도 안 되고, 축구 산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지원하면 좋다.
특히 이랜드 FC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인턴을 1~2명을 채용한다. 이곳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김 프로축구단에 들어오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최근 구단에서 채용하는 추세는 슬프게도 정규직 공채가 많이 없다. 그래서 마냥 공채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구단에서는 이론적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한 부분들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대부분의 프로축구단들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명예기자단이나 경기 운영 인력 등 대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인턴을 뽑는 구단도 많아졌다. 간접적으로 구단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구단에 입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경기가 있을 때는 주말 없이 일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에 솔로라면 더욱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웃음)
프로축구단 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한다면.
김 구단에 입사하려는 친구들의 스펙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산업 쪽으로 대학원까지 나오는 취준생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유럽축구에서 보이는 화려한 면들을 보면서 자란 세대라 K리그 구단들도 그럴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친구들도 많이 봤다. 그러다보니 원하는 급여 수준도 높아지고 일한 만큼 리워드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그만두기도 한다.
단순히 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 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어떤 비전을 갖고 일을 할 건지, 5년,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가면서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구단에서 운영하는 대외활동들도 많이 참여해보고 그 안에서 배우면서 소속감도 가져보길 바란다. 어느 정도 간접적인 경험을 하다보면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이를 구체화 시켜 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권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해서, 축구를 좋아해서 입사를 꿈꾼다고 하지만 모두에게 입사가 허락되지 않는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확실히 정해야한다. 구단 취업을 원한다면 스포츠 관련 활동 경험을 쌓고, 스포츠 산업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 된다. 스펙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구단에서 하는 일들은 다양하기 때문에 조직과 융합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요즘 국대(국가대표)를 응원 하면서 ‘원팀 코리아’를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나’보다는 ‘우리’라는 팀워크 마인드를 갖춘 청년이 축구단에 적합한 인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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