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스포츠의 꽃 치어리더, 열정 있다면 박치, 몸치도 ‘노 프라블럼’

이연주 치어리더. 사진 = 서범세 기자


스포츠 경기장의 꽃으로 불리는 그 이름, 치어리더. 최근 각종 SNS를 통해 경기 동영상만큼이나 치어리더들의 모습도 화제가 되고,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 치어리더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치어리더의 진가는 역시 경기장에서 발휘되는 법. 치어리더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여긴다는 삼성라이온즈 치어리더팀의 리더 이연주 씨 인터뷰를 통해 치어리더의 세계를 엿들어 봤다.


치어리더의 덕목은 ‘책임감’, ‘체력’ 그리고 ‘열정’


Q: 현재 소속은?

이: 저는 대구에 위치한 이벤트 전문회사 놀레벤트 소속 6년차 치어리더입니다. 야구 시즌에는 삼성라이온즈 치어리더로서 응원을 하고 있고, 현재는 프로여자배구단 IBK기업은행의 치어리더를 담당하고 있어요.


Q: 하루 일과가 대략 어떤가요?

이: 시즌과 비시즌에 따라 상이해요. 야구 시즌엔 평일과 주말 오후 6시 경기가 가장 많은데 정오에 회사로 출근해 그날의 응원동작들을 최종점검한 후 헤어·메이크업, 의상 등을 준비하죠. 오후 4시쯤 경기장에 도착하면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마지막 정리 및 그날 경기장에서 진행될 이벤트 큐시트도 확인해요. 경기가 끝나면 오후 10시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서 집에 오면 늘 새벽이에요. 시즌 때는 이런 일정을 3일마다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많지 않아요. 비시즌에는 보통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서 새로운 안무를 짜거나 응원연습을 합니다.


Q: 원래 꿈이 치어리더였나요?

이: 아니요. 대학 때 치료특수교육과를 전공해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로 2년간 일했어요. 부모님께서 원하시는 대학을 가고, 직업을 선택하다보니 일을 하는 내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평소에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 자주 놀러갔는데, 간혹 관중 분들 중에 ‘혹시 치어리더 아니냐’고 물으셨죠. 몇 번 그런 경험이 있고 나니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궁금해졌고, 점차 매력을 느꼈어요. 이후 2011년 여름, 인터넷을 통해 저희 회사를 찾아냈고, 치어리더 오디션에 합격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Q: 치어리더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하나요?

이: 첫째도 둘째도 책임감이예요. 응원을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랜 시간 팀이 한마음으로 연습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갑자기 빠지면 팀의 타격이 어마어마해요.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해야 합니다. 체력도 중요해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비시즌에도 평균 5시간 이상 격렬하게 응원연습을 하거든요. 시즌 때는 말할 것도 없구요. 저도 체력 보충을 위해 잘 먹고, 틈틈이 헬스도 병행하고 있어요. 열정도 빼놓을 순 없죠. 몸치, 박치라도 응원에 대한 열정과 흥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Cover Story]스포츠의 꽃 치어리더, 열정 있다면 박치, 몸치도 ‘노 프라블럼’

이연주 치어리더. 사진 = 서범세 기자

Q: 외모도 중요하지 않나요?

이: 꼭 그렇지 않아요. 저도 치어리더하기 전까지는 화장을 잘 못했어요. 팀원 언니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주셨죠. 그래선지 신입 때 제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해보면 화장술이 엄청 늘었죠(웃음). 몸매 관리도 대부분 따로 하지 않아요. 응원하는 것만 해도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살찔 틈이 없다고 보시는 게 맞을 거예요. 치어리더들 정말 잘 먹어요. 다들 놀랄 정도라니까요.


Q: 스포츠 선수와 ‘썸’도 타나요?

이: 아주 간혹 그런 일이 있기도 해요. 그런데 거의 드물죠. 업계에 소문도 빠르게 퍼질뿐더러 왜곡돼서 전달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개인의 이미지 문제도 있지만 그것이 곧 팀의 이미지손실로 이어지기도 해요.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원칙적으로 그런 일들을 금기시하는 편이에요.



[Cover Story]스포츠의 꽃 치어리더, 열정 있다면 박치, 몸치도 ‘노 프라블럼’

이연주 치어리더. 사진 = 서범세 기자


Q: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나요?

이: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치어리더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관중들도 꽤 있었대요. 먹던 음식을 던지기도 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최근에도 일부 몰상식한 관객이 치어리더들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몰래 찍는 일은 있었어요. 그러나 거의 드문 케이스죠. 관중들 대부분이 저희 응원에 진심으로 호응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게 느끼고 있어요. 보수적인 저희 아버지도 처음엔 이 일을 반대하셨는데 이제는 믿고 응원해주세요.


Q: 연예인 진출을 노리는 치어리더들도 있나요?

이: 간혹 연예계 쪽으로 진출하기 위해 치어리더를 지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가진 못해요. 진짜 열정이 없으면 지속하기 힘들거든요. 치어리더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일종의 ‘연예인병’ 비슷한 게 생기기도 해요.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팬들로부터 선물이나 팬레터도 받다보면 처음 1, 2년 동안 자기도 모르게 변하는 부분도 있죠. 그런 것들로부터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도 치어리더로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목표나 꿈이 있다면?

이: 치어리더가 아주 큰돈을 버는 직업은 아니에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치어리더 이후의 미래가 특별히 보장된 건 없죠. 다만, 저는 이 일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가급적 미래에 대한 걱정은 안 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치어리더로서 열심히 오랫동안 하는 것이 지금의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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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