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로봇, 소리' 절절한 부성애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



영화 ‘로봇, 소리’가 개봉했다.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우연히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로봇, 소리’가 색다른 이유는 그동안 부성애를 다룬 영화들과의 차별점에 있다. 7번방의 선물, 눈부신 날에, 테이큰, 아이 엠 샘 등 그간 부성애를 모티브로 다룬 국내외 영화의 스토리와 더불어 차가운 이미지인 로봇과 함께 잃어버린 딸을 찾아 떠난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 하다.


10년 전 실종된 딸, 포기하려는 순간 녀석이 나타났다!

2003년 대구,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라며 해관을 말리던 그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이 나타난다. 해관은 목소리를 통해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로봇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하고 딸 유주를 찾기 위해 동행에 나선다. 사라진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로봇 ‘소리’가 기억해내는 유주의 흔적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둘. 한편, 사라진 로봇을 찾기 위해 해관과 ‘소리’를 향한 무리들의 감시망 역시 빠르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극 중 로봇 ‘소리’는 로봇이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으로 나온다. 연출을 맡은 이호재 감독은 소재의 특이성과 영화 속에 담긴 따뜻한 내용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로 꼽았다. 이 감독은 “‘소리’가 감성을 전달하는 로봇인 만큼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시선처리에 많은 신경을 썼고, 호흡을 맞춘 배우 이성민과의 아이 컨택을 통한 교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1618] '로봇, 소리' 절절한 부성애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



‘미생’ 오과장에서 딸 찾는 아버지로 돌아온 배우 이성민

이번 영화에서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10년 동안 실종된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아버지 해관 역에 드라마 ‘미생’의 오과장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배우 이성민이 맡았다. 살아있는 인물이 아닌 로봇과의 호흡을 맞춘 그는 “미생의 오과장처럼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기보다, 지금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로봇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자극했고, 촬영 초반엔 여러 계산을 하면서 연기해야 했지만 촬영 후반에는 사람과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개봉 전에는 인간과 로봇의 연결고리를 어떤 방법으로 이어갈 지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지만 배우 이성민의 가슴 절절한 연기와 로봇인 ‘소리’와의 호흡이 관객들의 감정이입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배우 이희준과 이하늬는 각각 ‘소리’를 찾는 국정원 직원 ‘진호’ 역과 항공우주연구원 ‘지연’ 역을 맡았다. 그동안 브라운관을 비롯해 연극,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배우 이희준은 이번 영화에서 이성민과 로봇 ‘소리’를 추격하는 냉철한 인물로 나온다. 표정에서 나오는 특유의 차가운 미소와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그의 연기 스타일이 영화 속 긴장감을 조여 준다. 이희준은 “냉철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아주 많은 연구를 하고,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국정원 사격장에서 실탄을 쏴보고 왔다”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비추기도 했다.



[1618] '로봇, 소리' 절절한 부성애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



이하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박사이자 최고 엘리트지만 연락 안 되는 남자친구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엉뚱한 매력의 캐릭터다. ‘소리’를 쫓는 국정원 직원 이희준과 티격태격하며 코믹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하늬는 “로봇이 나오지만 SF보다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며 “로봇이라는 소재를 한국화 시켜서 드라마로 완전하게 녹여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충무로 대표 신 스틸러로 손꼽히는 배우 김원해가 만능 수리맨 ‘구철’ 역으로 분해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따뜻한 인간감성을 지닌 로봇 ‘소리’

영화의 주인공이자 극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로봇 ‘소리’는 우주 상공에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도청, 감청 기능을 가진 인공위성이다. 세상 모든 소리를 듣던 로봇이 ‘나는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구로 떨어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딸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해관이 우연히 바닷가에 떨어진 ‘소리’를 만나게 되고, 목소리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소리’가 딸을 찾아 줄 것이라 믿는다. ‘소리’는 해관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존재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이다. 소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심은경은 “소리는 10년 전 딸을 잃어버린 해관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를 도우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소리의 특징은 모든 목소리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핑크색을 좋아하며 때로는 네비게이션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가부장적 아버지의 뒤늦은 후회로 눈물샘 자극

차갑기만 할 줄 알았던 로봇이 딸을 찾는 해관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들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다. 극 중 해관은 ‘소리’가 딸을 찾아 줄 유일한 희망이자, 지금은 세상에 없는 딸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지하철 사고를 모티브로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덧입힌 이 영화는 딸이 진정 하고 싶은 가수의 꿈을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반대하면서 생긴 둘 사이의 골이 가슴 속에 후회로 남게 된다. 뒤늦게 딸의 친구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딸이 하고 싶었던 그 꿈이 어릴 적 잠시 품었던 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아버지 해관은 오열한다. 아마 해관은 이 세상에 없는 딸의 존재를 로봇 소리에게 의미 부여를 했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첫 등장에 말한 ‘나는 그녀를 찾아야한다’라는 대사 역시 10년 간 찾고 있었던 잃어버린 딸의 꿈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까.



[1618] '로봇, 소리' 절절한 부성애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



글 강홍민 기자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