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팬더] '촉촉'과 '축축'  사이

'촉촉'과 '축축' 사이


Q.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하나 있어.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민감한 부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사실 나는 아직 섹스 경험이 없어. 그런데 예전에 호기심에 야동을 찾아본 적이 있거든?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신기하기만 했는데,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


문제는 상상할 때마다 애액이 나온다는 거야 . 남자친구를 사귄 후 더 심해졌어. 남자친구가 키스하거나 가슴을 만지면 감당할 수 없어. 어찌나 찝찝한지. 그래서 남자친구의 손이 아래로 미끄러지면 나도 모르게 막게 돼. 지금까지 참아준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네.


남자들은 애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참고 참다 헤어지자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야.




A. 세상에 수많은 걱정거리가 있지만, 이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쓸데없는 고민이다. 남자친구의 미끄러지는 손을 굳이 막을 필요 없다. 오히려 매력이 배가되는 의외의 필살기(?)가 될 수 있으니.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표, 바로 '애액'이다. 다른 말로 질 벽이 축축해지는 ‘질의 발한현상’이라고 하는데, 남자들의 ‘섰다’는 표현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


여자친구가 성적으로 흥분했다는데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사랑을 나누고 싶어 마음이 급한 남자에게 여자의 애액은 일종의 신호탄이다. 굳게 닫힌 문을 열어주는 열쇠 같은.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경험이 많은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집어치우자. 섹스 경험이 없다고 해서 잘 못 느끼고, 섹스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잘 느끼는 것은 아니다.


들어갈 준비와 맞을 준비를 맞췄다면 만나는 것이 순리. 서로 오가며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눠도 좋은 타이밍이니 자신의 애액을 ‘이상한 액체’로 여길 필요가 없다.


이렇게 속옷이 ‘축축하게’ 젖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방금 갈아입은 듯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는 여자도 있다. 애액은 체질에 따라 양이 다르기 때문. 하지만 체질에 상관없이 진한 애무가 있으면 ‘축축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촉촉’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여자친구의 몸을 '대충' 매만진 뒤 ‘애액이 많지 않은 여자’라고 단정하고 굳게 닫힌 문을 억지로 여는 실수는 범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삐걱대며 문을 열어봤자 환영해주는 이도 없다.


그렇다면 남자에게 주어진 미션은 어디에 열쇠가 있는지 천천히 찾아보는 것일 터.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때 애액이 가장 많이 나온다. 단, ‘빠르게’ ‘세게’가 아닌 ‘부드럽게’일 때.


앞서 말했듯 시도 때도 없이 분출된다면 문제겠지만, 남자친구 앞에서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표현은 문제될 것 없다. 자신이 느낀다는 것은 곧 상대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퐁퐁 솟아나는 애액, 삐져나오는 신음을 막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애무해도 반응이 없다면 남자는 지치고 만다. 아, 생각만 해도 다크서클이 내려오는 기분이다.





낭만팬더(skdwk_@naver.com)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