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캐나다 쾌남, Jesse Day "병신년도, 辛나게 먹어주마!"

사진 = 서범세 기자


한국의 맛을 소개할 때 ‘매운맛’을 빼놓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최근 몇 년 새 유튜브 동영상 등을 통해 세계 각국에 극강의 매운 맛을 자랑하는 한국 음식들이 소개되면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여기에 켜켜이 쌓이는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 섭취를 통해 해소하는 식문화가 늘어나면서 한국인들의 매운 맛 사랑은 극진해지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한국인들보다 더 한국의 매운 맛을 사랑하다고 자처하는 캐나다 청년이 나타났다. 바로 유명 유튜버 제시 데이(Jesse day·33)씨다. 그의 못 말리는 식성과 다재다능한 끼,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대해 들어봤다.



[꼴Q열전]캐나다 쾌남, Jesse Day "병신년도, 辛나게 먹어주마!"

사진 = 제시 데이 제공


하고 싶은 건 모든 다 “덤벼”


제시 씨의 한국사랑은 13살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이소룡과 성룡의 액션영화를 통해 동양무술에 눈을 뜬 캐나다 소년은 우연한 기회에 태권도를 접하게 되면서 무술세계에 급속도로 매료됐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방송에서 이소룡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을 정도다.


“태권도를 정말 좋아해요.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을 조금씩 알게 됐고, 무술연마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태권도 말고도 무에타이도 배웠죠. 원래 운동하는 걸 즐기기도 했지만 제가 태권도를 통해 알게 된 무술의 매력은 그 끝이 없다는 거예요. 다른 스포츠는 타고난 개인의 역량에 따라 기술이 결정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데 무술은 달라요. 무술은 기술의 끝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죠. 노력하는 만큼 끊임없이 발전되는 것이 무술의 멋이라고 생각해요.”


강호의 무림고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한국어로 술술 쏟아내는 그는 무술 외에도 자랑할 특기들이 수두룩했다.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 외에 중국어도 수준급인데다 영어는 물론 불어까지 능수능란하다. 랩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장기다. 대학(캐나다 브리티쉬 콜럼비아)시절 내내 틈만 나면 랩 공연을 했다는 그는 그 속에서 한국인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한국을 알아가게 된다.


“중국인 커뮤니티만큼이나 캐나다 내 랩을 좋아하는 한국인 크루(Crew·팀)들이 많았어요. 자연히 그들과 가까워졌고, 무작정 우선 중국으로 떠났죠. 1년 반 동안에 중국 생활도 즐거웠지만 제 마음 속에는 여전히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그 흔한 한국어 어학당도 알아보지 않고 6년 전 덜컥 한국에 왔어요. 한두 번 한국어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제 성격 상 역시 어디 얽매이는 게 맞지 않았죠. 그래서 유튜브 등을 통해 무료 온라인 한국어 강의와 한국어 학습지를 통해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뭐든 하고 싶으면 전 그냥 직진입니다.(웃음).”


이처럼 매사 진취적인 그는 곧바로 한국 내 외국인모델 에이전시에도 몸을 담게 된다. 그 결과 한국생활 시작 6개월 만에 EBS에서 방영된 어린이 영어프로그램에 진행자 자리를 꽤찼다. 이후 그는 각종 CF 출연은 물론, 라디오, TV 방송을 통해 공공연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갔다. 하지만 그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1년 전 유튜브를 통해 ‘매운 음식 먹방’을 선보이면서 부터다.



[꼴Q열전]캐나다 쾌남, Jesse Day "병신년도, 辛나게 먹어주마!"

사진 = 서범세 기자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영원히 살고파


“캐나다에는 매운 음식이 거의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저는 유독 매운맛을 좋아했어요. 집에 있는 매운 소스라고 해봤자 ‘타바스코 소스’정도였는데 전 그걸 음식에 얼마나 뿌려먹었는지 몰라요. 그래서 한국에 오고 처음으로 고추장으로 맛을 낸 제육볶음을 먹고 정말 맛있어서 한국의 매운 음식에 흠뻑 빠져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방송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1년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매운 음식 먹방을 시작했는데 외국인이, 그것도 한국 사람들도 매워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재밌게 받아드려진 것 같아요.”


그가 지난 1년간 먹은 음식리스트만 봐도 즉각 입에서 침이 고일 정도로 매운음식 일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운맛 고수들만 겨우 먹는다는 신림동 매운 짬뽕부터 입에 대기만 해도 혀가 마비된다는 ‘디진다 돈까스’까지 60회가 넘게 매운 한국음식을 먹어치웠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 그는 고려대 인근에 위치한 매운 돼지갈비찜을 소개하고 있었다. 매운 단계가 1부터 10까지 선택이 가능한 이곳에서도 그는 주저하지 않고 가장 매운 단계인 10을 선택했다. 이를 바라보던 식당아주머니는 “하루에 한명 정도 시킬까 말까한 메뉴”라며 “외국인이 10단계를 시키는 건 거의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와 같이 방송을 진행한 남성모델도 먹방 시작 15분여 만에 온몸에 땀이 범벅이 돼 결국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제시씨는 시종일관 매운 갈비찜을 맛있게 음미하며 ‘10점 만점에 8.5점’정도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매운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방송에서 매운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자평하는데 단연 1위는 ‘디진다 돈까스’였어요. 그건 점수책정이 불가할 정도예요. 제가 유일하게 먹는데 실패한 음식이기도 하구요. 2위는 신림동의 매운 짬뽕인데 정말 매웠지만 1시간 30분 동안 땀이 범벅이 되면서까지 끝까지 국물하나 안 남기도 먹었죠. 3위는 틈새라면에서 파는 ‘미친맛 단계’라면이었는데 위 3가지 음식은 정말 매웠어요. 그래도 맛있어요(웃음). 매운 음식의 매력은 운동과도 같아요. 정말 극한으로 내 몸을 던지는 과정은 힘들지만 그 후에 오는 카타르시스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거예요. 약간 중독과도 같죠.”


이런 제시씨의 노력 끝에 현재까지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4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동영상 별 누적조회수도 십만 단위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만족하기 보다는 더 새로운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매운 음식 외에도 정기적으로 한국의 라면을 종류별로 소개하는 동영상도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는 유튜브 외에도 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의 맛은 물론 저를 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따뜻한 정이 넘치는 한국에서 평생 살고 싶어요. 사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아요. 뭐든 정하고 시작하는 건 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언제, 어디서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 스스로 개척하고,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